33 현대불문헌 53

서로박: 푸코의 '성의 역사' (1)

“윤리는 하나의 검투장이다,” (푸코) 1. 『성의 역사é 제 4권이 간행되다.: 1918년 초에 드디어 놀라운 책이 간행되었습니다. 그것은 미셀 푸코의 『성의 역사Histoire de la sexualité』 제 4권, 『육체의 고백Les aveux de la chair』을 가리킵니다. 이 책은 푸코가 1984년 58세로 사망한 지 34년 만에 처음으로 파리에서 간행된 책입니다. 이와 관련하여 『성의 역사Histoire de la Sexualité』를 살펴보는 것은 뜻 깊은 일일 것 같습니다. 『성의 역사』는 세 권의 분량으로 거의 6년의 간격으로 간행되었습니다. 제 1권 『앎을 위한 의지La volonté de savoir』는 1976년에, 제 2권 『쾌락의 활용L'usage des plaisirs』..

33 현대불문헌 2022.06.17

서로박: 에밀 졸라의 "모레 목사의 죄" (2)

(8) 꽃봉오리, 그대는 아름답도다, 알비네: 놀라운 사건은 주인공이 철학자, 장베르나와 접촉하면서 발생합니다. 세르제는 외삼촌, 파스칼 루공의 소개로 장베르나를 알게 되었습니다. 이 철학자는 계몽주의적 사고를 견지하면서, 유물론에 대해 열광하는 기인이었습니다. 장베르나는 사람 만나기를 싫어하는 자로서 아르토의 고립된 지역에서 자신의 여 조카와 함께 칩거하고 있었습니다. 그곳은 “파라두”라고 불리는 등나무 등으로 거칠게 엉켜 있는 정원이었습니다. 여조카는 알비네라고 불리는 불과 16세 나이의 청순한 처녀였습니다. 금발 머리를 지닌 알비네에게는 문명의 티라고는 하나도 담겨 있지 않았습니다. 세르제는 알비네와 마주치는 순간 어떤 커다란 혼란에 사로잡히게 됩니다. 주인공은 장베르나에게 신앙의 중요성을 가르쳐주..

33 현대불문헌 2021.12.23

서로박: 에밀 졸라의 "모레 목사의 죄" (1)

(1) 작가들은 과연 정신이상인가?: 친애하는 Y, 동독 출신의 작가 귄터 쿠네르트 (Ĝünter Kunert)는 70세 생일을 맞이한 어느 인터뷰에서 “작가들은 심리적으로 왜곡된 구조를 지니고 있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이러한 발언은 작가들로부터 많은 것을 기대하는 독자들을 실망시키기에 충분한 것입니다. 특히 많은 사람들이 작가와 지식인들에게 윤리와 도덕에 관한 내용 그리고 멋진 읽을거리에 대한 즐거움 등을 바라지 않는가요? 특히 지금까지 살다간 수많은 작가들의 삶을 고찰하면, 우리의 실망감은 더욱 커질 것입니다. 여기서 내가 지적하려는 것은 그들의 가난하고 외면당하는, 핍박당하는 불행이 아닙니다. 틀에 얽매이기를 거부하고, 강제적 성윤리에 예속되지 않으려는 태도는 자유를 갈구하는 예술가라면 누구..

33 현대불문헌 2021.12.23

서로박: 몰리에르의 '동 쥐앙 혹은 돌같은 손님'

프랑스의 극작가, 장 밥티스트 몰리에르 (Jean-Baptiste P. Molière, 1622 - 1673)의 「동 쥐앙 혹은 돌 같은 손님 (Don Juan ou le festin de pierre)」은 5막으로 이루어진 산문 코메디로서 1665년 2월 15일 로얄 성에서 처음으로 공연되었다. 원래 이 작품은 스페인 극작가 티르소 데 몰리나 (Tirso de Molina)가 1630년에 발표한 극작품 「세비야의 조소자 (El burlador de Sevilla)」을 변형시킨 것이다. 티르소 몰리나는 바로크에서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를 극작품으로 형상화했는데, 이에 의하면 주인공 “돈환”은 끈덕진 바람둥이로서 신에 의해서 마지막에는 끔찍한 벌을 받게 된다. 그후 이탈리아의 몇몇 극작가들 (치초니니, 길리..

33 현대불문헌 2021.05.05

서로박: 생텍쥐페리의 '작은 왕자'

어른을 위한 동화, 『작은 왕자 Le petit Prince』는 1943년에 간행되었습니다. 한국에서는 어린 왕자로 소개되어 있는데, 이러한 제목은 자구적으로 그리고 주제 상으로 잘못된 번역입니다. 왕자를 어리다고 표현하면, 이는 잘못입니다. 왕자는 어쩌면 나이 많지만 신체가 자그마한 인간이라고 규정해야 옳습니다. 동화의 저자는 프랑스의 비행사이자 소설가인 생텍쥐페리 (1900 - 1944)입니다. 저자는 어린 왕자의 시각을 통하여 자신의 유년기의 내밀한 감정을 때로는 솔직하게 때로는 은근히 드러내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동화는 작가의 놀라운 사상적 깊이 그리고 섬세한 감정을 작은 왕자를 통해서 표출시킨 셈입니다. 작은 왕자는 자신의 내면 깊이 감추어둔 감정을 드러내기 위해서 주위 환경을 역으로 이용하고 ..

33 현대불문헌 2021.05.01

서로박: 도미니크 오리의 'O의 이야기'

친애하는 J, 오늘은 프랑스 작가 도미니크 오리 (Dominique Aury, 1907 - 1998)의 연애소설 『O의 이야기』(1954)를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20세기 후반에 나타난 소설 가운데 이 작품만큼 거대한 센세이션을 일으킨 소설도 아마 없을 것입니다. 이 작품은 폴린 레아주 Pauline Réage라는 가명으로 1954년에 발표되었는데, 이듬해에 출판 금지 조처를 받았습니다. 이러한 조처는 오래 지속되었습니다. 나중에 이 책에 대한 판금 조치는 해제되었는데, 그 이후에도 유럽의 지식인들은 이 작품의 포르노 혐의에 관해서 심도 있게 토론을 벌였다고 합니다. 이 작품은 쥐스 제킨 Just Jaeckin에 의해서 영화로 만들어졌으며, 오늘날 이 작품에 관한 만화와 패러디 그리고 표절 등이 수없이 ..

33 현대불문헌 2020.07.28

서로박: 플로베르의 보바리 부인 (2)

8. 쾌감은 짧고, 불쾌감은 길다: 두 사람은 함께 말을 타고 숲을 달립니다. 이때 엠마는 순간적이지만 커다란 행복감에 젖습니다. 사랑에 대한 기대감은 여기서 마치 완전히 성취되는 것 같아 보입니다. 연인의 시각으로 묘사된 아름다운 자연 정경은 플로베르의 놀라운 문체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그러나 엠마는 로돌프와의 정사에서 느끼는 만족감이 일시적으로 끝난다는 데 아쉬움을 느낍니다. 이러한 아쉬움은 서서히 실망 내지 환멸로 돌변합니다. 엠마는 자신의 꿈과 현실 사이에 커다란 간격이 도사리고 있음에 고통을 느낍니다. 어느 날 엠마는 로돌프에게 애인이 많다는 것을 알아차립니다. 비록 로돌프가 자신을 충분히 이해해주는 다정다감한 사내는 못되지만, 엠마는 일방적으로 그를 배척하지는 않습니다. 어느 날 로돌프는 자신..

33 현대불문헌 2020.07.27

서로박: 플로베르의 보바리 부인 (1)

1. 현실과 낭만 사이의 모순을 담은 소설가.: 친애하는 F, 프랑스의 소설가, 귀스타브 플로베르 (1821 - 1880)는 발작의 뒤를 잇는 프랑스의 대표적인 소설가입니다. 의사의 집안에서 태어난 그는 아버지로부터 세밀한 관찰력을 배웠으며, 어머니로부터 자유와 상상력을 추구하는 힘을 배웠습니다.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플로베르의 문학은 낭만주의와 리얼리즘 사이의 결합될 수 없는 모순점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를테면 프로베르의 문학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시민사회 내에서 평범하게 살아가지만, 내면적으로는 이를 혐오하고 극복하려는 열망을 지니고 있습니다. 1857년에 책으로 간행된 "보바리 부인" 역시 이러한 특성을 그대로 보여줍니다. 플로베르는 그 전에 "성 앙뜨완의 열정 Tentation de saint An..

33 현대불문헌 2020.07.27

서로박: 미셀 우엘벡을 끊을 수 있는 이유 (2)

7. 미셀 우엘벡은 인종주의자, 여성 혐오자, 반동주의자, 이슬람 적대자인가? 많은 독자들은 미셀 우엘벡의 문학 작품을 읽고, 작가의 태도에 열광하거나, 비난했습니다. 그만큼 우엘벡 문학에 대한 반응은 호불호로 분명하게 나누어집니다. 독자들 가운데에는 작가가 인종주의, 여성 혐오, 반동주의, 이슬람 적대자의 면모를 드러낸다고 비판하는 분들도 많이 있습니다. 우엘벡은 어느 인터뷰에서 자신에 대한 이러한 일련의 비난에 대해 부분적으로 수긍하는 자세를 보였습니다. 자신이 백인종 남성으로 유럽 사회에서 태어나서 프랑스에서 성장했기 때문에 자신의 근원적 뿌리를 거역할 수 없다고 말하였습니다. 그렇지만 극렬한 인종주의 내지 여성 혐오를 표방하지는 않았다고 항변했습니다. 미셀은 정치적 반동주의에 대해 분명한 선을 그..

33 현대불문헌 2019.05.05

서로박: 미셀 우엘벡을 끊을 수 있는 이유 (1)

"베스트셀러 작가들은 인간의 쾌락으로 장난치며, 종이 (펄프)를 낭비하는 거짓말쟁이들이다." (필자) 1. 욕망을 어떻게 떨칠 수 있을까? 혹은 디오게네스: 위대한 극기주의자, 디오게네스는 거대한 통을 자신의 집으로 삼고, 거기서 한 마리 개처럼 살았습니다. 자청해서 가난하게 살아가는 것 - 그게 진정한 삶을 살아가는 표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렇지만 추측컨대 자신의 마음은 자신의 사고와는 많이 달랐을 것입니다. 가난은 불편함과 짜증을 동반하게 하니까요. 디오게네스는 공공연하게 자위함으로써 성욕을 해결하였습니다. 디오게네스는 항상 배가 고팠습니다. 어느 날 그는 다음과 같이 푸념을 터뜨렸습니다. “아, 자위하는 식으로 배를 쓱쓱 만지면서 굶주림을 달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Plutarch, Et..

33 현대불문헌 2019.05.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