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자리
박설호
이제 눈이 캄캄해지고 힘이
빠지는 걸 느껴요 조만간
하늘길이 열리면 훌훌 날아다닐게요 추위와
배고픔 그리고 외부의 험난함에 언제나
성을 감추고 살다가 내 어깨는
굽고 겹눈 대신 더듬이에
많이 의존했어요 며칠이 지나면 어깨에서
솟아날 날개 그 날개를 펼치면 정말로
나는 저세상의
어른이 될 수 있을까요
세상 저편에서 고통과
슬픔 없이 훌훌 날아다니는
꿈이 드디어 실현될까요 내가 잠들면 늙은
가죽부대 빼앗는 대신 내 영혼의
갈망을 관음하고 즐거워하세요 비록 내 몸은
사라지지만 다다 영혼의
후광만은 초짜드막 당신에게
머물게 될 테니까요 내가 떠나기 전에
당신 곁에서 꿀잠 잘 수 있도록
허락해 주세요
....................
출전: 박설호 시집, 반도여 안녕 유로파, 울력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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