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 나의 시

박설호의 시, '잠자리'

필자 (匹子) 2025. 3. 18. 09:28

잠자리

박설호

 

 

이제 눈이 캄캄해지고 힘이

빠지는 걸 느껴요 조만간

하늘길이 열리면 훌훌 날아다닐게요 추위와

배고픔 그리고 외부의 험난함에 언제나

성을 감추고 살다가 내 어깨는

굽고 겹눈 대신 더듬이에

많이 의존했어요 며칠이 지나면 어깨에서

솟아날 날개 그 날개를 펼치면 정말로

나는 저세상의

어른이 될 수 있을까요

 

세상 저편에서 고통과

슬픔 없이 훌훌 날아다니는

꿈이 드디어 실현될까요 내가 잠들면 늙은

가죽부대 빼앗는 대신 내 영혼의

갈망을 관음하고 즐거워하세요 비록 내 몸은

사라지지만 다다 영혼의

후광만은 초짜드막 당신에게

머물게 될 테니까요 내가 떠나기 전에

당신 곁에서 꿀잠 잘 수 있도록

허락해 주세요

 

....................

 

출전: 박설호 시집, 반도여 안녕 유로파, 울력 2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