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라앉은 세월호에서 솟구친 윤슬
서해 바다에 흩어진
뼈 가루들 아무리 이별이
애달프지만 나 또한 한 마리
나비 되어 나직이 명멸하는 모습
멀거니 목도할 수 있는가 망자들
하얀 안개꽃으로 피어 있고
순간의 찬란함이 빛으로
넘실거리다 떠나네
...................
2014년 4월 16일 세월호가 서해안에서 서서히 가라앉기 시작했을 때, 단원고 학생들은 "가만히 있으라."는 방송을 듣고 배가 서서히 기우는데도 불구하고, 배 안에 가만히 있었습니다. ㅠㅠ 결국 이들은 순간의 절망조차 느끼지 못하며 바다 아래에서 수장 (水葬)되었습니다. 가만히 있지 않고, 재빨리 갑판 위로 올라간 학생들은 목숨을 부지할 수 있었습니다. 아, 바로 그 순간 나는 경기도 오산에 있는 늦봄관 강의실에서 프란츠 퓌만Franz Fühmann의 시 "불복종의 찬양Lob des Ungehorsams"을 학생들과 함께 읽고 있었습니다.
사망자는 모두 304명이었습니다. 남은 가족들, 친구들의 가슴 아픔을 어찌 달랠 수 있을까요? 세월호 진상 규명은 아직도 끝나지 않았습니다. 피도 눈물도 없는 모이라 여신은 나같이 살만큼 산 나이먹은 자들을 그냥 남겨놓고, 앞 길이 구만리인 앳된 청소년소녀들을 구천으로 데리고 갔습니다. 그해 겨울 팽목항을 찾아가서, 노란 리본을 걸어두었습니다. 노란 리본은 어쩌면 세월호 사건에서 살아남은 자들이 떠나간 분들의 몫을 다해 치열하게 살기를 바라는 마음일 수 있습니다.
'20 나의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박설호의 시, '곤잘로 라미레스' (0) | 2025.04.26 |
---|---|
박설호의 시, '굿바이 칼립소' (0) | 2025.04.12 |
박설호의 시, ''칼립소에게 (0) | 2025.04.09 |
박설호의 시, '잠깐 노닥거릴 수 있을까' (0) | 2025.03.29 |
박설호 시집, '내 영혼 그대의 몸속으로' 서문 (0) | 2025.03.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