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1 51

서로박: (1) 단테 알리기리의 '신생'

1. 이탈리아의 문호이자 철학자인 단테 알리기리 (Dante Alighiri, 1265 – 1321)의 『신생Vita nova』은 청년 시기에 완성된 작품입니다. 단테는 피렌체의 귀족 출신으로서 어떠한 교육을 받았는지는 정확히 알려진 바 없습니다. 다만 그가 여러 명의 총기 있는 부유층의 자제들과 함께 수학했다는 사실만 대충 알려져 있을 뿐입니다. 작품의 집필 연도는 1283년에서 1293년이라고 하니 18세에서 28세 사이에 약 10년에 걸쳐서 다듬어진 정갈한 작품인 것은 분명합니다. 『신생』은 특이하게도 시와 산문이 혼합된 작품입니다. 구체적으로 말해서 작품의 운문은 12편의 소네트, 칸초네 그리고 한 편의 담시로 이루어져 있으며, 산문은 작품 내에서 이야기의 방식으로 삽입되어 있습니다.  사실 기원..

38 중세 문헌 2024.11.20

서로박: (1) 타우베스의 혼종(混種)의 정치 신학

1. 야콥 타우베스는 기이하게도 수미일관 파시즘에 동조한 독일의 법철학자 카를 슈미트에 관심을 기울였다. 의식 있는 유대인 출신의 학자였지만, 카를 슈미트의 사상을 수미일관 추적하려는 자세에서 우리는 어떤 기이한 사항을 발견할 수 있다. 극단은 서로 통하는 법일까? 우리는 타우베스의 입장에서 어떤 학문적 매혹 그리고 유대인 정체성 사이의 모순점을 접하게 된다. 야콥 타우베스의 태도에는 기이하게도 자신의 정체성을 거부하려는 어떤 이율배반적인 특성이 도사리고 있다. 그에게서 유대인이면서도 유대주의를 부정하는 기이한 변절자의 면모가 엿보이는 것이다. 마치 사도 바울이 이전의 율법학자, 사울이라는 이름을 저버리고, 기독교에 개종했듯이, 야콥 타우베스 역시 유대주의 그리고 가톨릭 사상으로부터 서서히 거리감을 취했..

24 신학이론 2024.11.19

서로박: (2) 안드레예프의 '7인의 사형수'

(앞에서 이어집니다.) 6. 심리적 파멸을 체험하는 시가노크 그리고 바샤: 바샤는 자신이 체포되기 전의 과정을 하나씩 기억해냅니다. 그는 테러리스트 가운데에서 폭탄 투척의 임무를 자발적으로 맡으려고 했습니다. 그러나 거사는 실패로 돌아가고, 냉혹하게 전개되는 사건의 메커니즘을 떠올리니, 모골이 송연해집니다. 자신의 목이 교수대의 올가미에 씌여 끊어질 것을 떠올리니, 순식간에 기절할 것 같습니다. 처형되기 직전에 바샤는 가족과 대면할 기회를 얻습니다.  이때 바샤는 어머니와 마지막으로 만나게 되는데, 두 사람은 아무 말 없이 서로의 손만 붙잡고 있습니다. 이들의 언어는 속내를 드러낼 수 없는 가식적인 수단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혁명 투사 그리고 어머니 사이에는 차가운 거리감만이 뎅그렁 남아 있을 ..

31 동구러문헌 2024.11.18

서로박: (1) 안드레예프의 '7인의 사형수'

1. 고통은 순간적이다. 그러나 심리적 상흔은 끔찍한 고통으로 다가온다.: 군 복무 시절이었습니다. 어느 하사는 나의 어설픈 태도를 질타하면서, 일갈했습니다. “이 자식, 오늘 저녁 점호 시간에 줄초상 날 줄 알아.” 일순간 어제의 끔찍한 사건이 생각났습니다. 나의 동료가 하사가 휘두른 야구방망이에 맞아서 피 흘린 사건이었습니다. 나도 이렇게 당하면 어떻게 하지? 점호를 기다리는 시간 내내 끔찍한 두려움에 어쩔 줄 몰랐습니다. 인간의 심리가 이런 식으로 두려움으로 고통당한다는 것을 피부로 느끼는 순간이었습니다.  점호 시간이 찾아왔습니다. 하사가 나에게 가하는 구타의 순간은 기이하게도 순간적으로 지나쳤습니다. 아 육체적 통증은 이런 식으로 순간적으로 스쳐 지나가는구나. 폭력의 고통 역시 마찬가지일 것입니..

31 동구러문헌 2024.11.17

박설호의 시, '다시 바쿠닌'

다시 바쿠닌박설호 기특하게도 학문으로세상을 구원하려 하다니자네도 나처럼 거부당한 식객자청해서 지구 반을 돌아서방으로 왔는가서유럽의 개나 소는 자네가무얼 위해서 살아가는지아무런 관심이 없어그저 높새바람으로 인한편두통 걱정만 하지자네를 맞이해주는 건 오직눈밭과 전나무 숲이야그러니 망명의 삶에서눈보라 나무들만 벗 삼게저녁에 시간 남으면TV에서 극동의 소식이나접하게 빛고을 광주의광경을 아 섬뜩한그럼 자네는 깨달을 걸세세상이 과연 어떤 식으로구원되어야 하는지를 ................. 박설호 시집: '반도여 안녕', 울력 2024 수록   시작품은 미하일 바쿠닌(1814 - 1876)의 혀를 빌어 나의 망명을 서술하고 있다. 나는 낯선 곳에서 무얼 하고 살아가는가? 미하일 바쿠닌은 1849년 유럽 혁명 운..

20 나의 시 2024.11.16

서로박: (2) 쿤데라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계속 이어집니다.) 8. 망각 그리고 삶의 무거움: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 가벼운 존재로서의 갈망의 삶은 쿤데라에 의하면 주어진 현실에서는 무거움으로 다가오기 때문에 우리가 감내할 수 없는 것입니다. 인간은 이러한 삶을 누릴 수 없는데도 불구하고, 이를 추구하려고 끝없이 애를 씁니다. 인간이 갈구하는 가벼움은 차라리 망각과 같습니다. 작가는 작품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이야기는 개별적 인간의 삶처럼 참을 수 없이 경박합니다. 그것은 바람에 치솟는 먼지 혹은 깃털처럼 가볍습니다. 내일이면 더 이상 존재하지 않을 그러한 사물처럼 말이지요.” (Kundera 1987: 102). 가벼운 존재의 유희는 마치 나비의 꿈처럼 망각 속에 머물고 있는 반면, 무거운 존재의 고통은 마치 무의식 저..

31 동구러문헌 2024.11.15

서로박: (1) 쿤데라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1. 실제 삶은 무거움이요, 갈망의 삶은 가벼움이다: 오늘은 밀란 쿤데라 (Milan Kundera, 1929 - )의 베스트셀러,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Nesnesitelná Lehkost Bytí』(1984)을 살펴보기로 하겠습니다. 이 작품은 처음에는 체코어로 집필되었지만, 1984년에 프랑스어로 간행되었습니다. 쿤데라는 피아니스트이자 음악이론가인 아버지의 영향을 많이 받은 체코 출신의 작가입니다. 쿤데라의 문학성이 상당 부분 음악과 결부되어 있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닙니다. 예컨대 그의 작품들은 줄거리 그리고 문체에 있어서 마치 악보처럼 정교한 구도에 의해서 직조되어 있습니다. 작품의 전체적 분위기는 항상 어떤 음악의 멜로디와 결부되어 있지요. 2. 아스팔트 카우보이: 작품 『참을 수 없..

31 동구러문헌 2024.11.15

서로박: (3) 되블린의 'Novemver 1918'

(앞에서 계속됩니다.) 11. 로자 룩셈부르크의 기이한 망상: 제4권 『카를과 로자』는 소설의 범위 그리고 내용을 고려할 때 정점을 이루는 작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작가는 일차적으로 로자 룩셈부르크가 수감된 장면을 세밀하게 서술해 나갑니다. 이미 언급했듯이 감옥에서 로자 룩셈부르크는 정신 착란의 상태에서 연인이었던 하네스 뒤스터베르크와 만납니다. [그미의 실제 연인은 한스 디펜바흐 (Hans Diefenbach, 1884 – 1917)였습니다.] 이때 로자 룩셈부르크는 비몽사몽 간에 어떤 기이한 망상에 사로잡힙니다. 자신의 연인 하네스는 악마의 모습으로 그미의 자궁 속에 자라난다는 망상이었습니다.  작가 되블린은 로자 룩셈부르크가 보낸 마지막 혁명의 나날을 이러한 방식으로 서술할 수밖에 없었습니..

43 20전독문헌 2024.11.14

서로박: (2) 되블린의 'November 1918'

(앞에서 계속됩니다.) 6. 1918년 소련 혁명이 발발한 뒤에 나타난 세 가지 세력: 유럽 전역에는 혁명에 대한 열광과 기대감 그리고 이에 대한 전율이 순식간에 퍼져나갔습니다. 제1권에 해당하는 『1918년 시민과 군인들』은 1918년 알자스 지방의 혁명 초기의 분위기를 세밀하게 서술하고 있습니다, 알자스는 역사적으로 프랑스와 독일의 권력 사이에서 이리저리 끌려다니다가 고유한 정체성을 상실한 지역입니다. 되블린은 노동자, 군인, 장교 그리고 토착 시민의 관점에서 전후의 혼란스러운 분위기 그리고 혁명 전야를 비판적으로 서술하고 있습니다. 이어지는 장의 장소는 베를린으로 이전되어 있는데, 이곳에서 전개되는 소요 사태 등이 서술되고 있습니다. 이로써 작가는 1918년 이후의 독일 수도에서 출현한 정치적 혼란..

43 20전독문헌 2024.11.14

Al Stewart: 오렌지 etc.

알 스튜어트는 1945년에 글래스고우에서 태어난 영국 가수입니다. 그의 아버지는 아들이 태어나기 전에 비행기 사고로 목숨을 잃었습니다. 알은 어머니와 함께 영국의 남부 봄머스에서 자랐습니다. 1962년까지 학교를 다닌 다음에 로버트 프립에게서 기타를 배웠습니다.  1970년대 소프트 록을 평정했던 가수로서 대표작으로서 Year of the Cat이 있습니다.  젊은 시절에 들었던 노래를 올립니다. 꿈꾸며 방황하던 나의 시간 - 함께 웃으면서 음악을 듣던 친구, 진환은 지금 어디서 살고 있을까요? 이 곡은 Al Stewart의 앨범 Orange에 실려 있습니다.  Once a Orange, Always an Orange - Al Stwart |HD    Clifton in the Rain / Small F..

6 musica e 2024.11.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