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8 41

(명저 소개) 김상일: 부도지 역법과 인류세

자고로 지식인의 과업은 주어진 시대의 시대 정신에 의해 측정되고 정해지는 법입니다. 필자는 오늘날 지식인의 과업으로서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사항을 중요하게 여겨 왔습니다.  1. 협동과 상생으로서의 경제적 삶을 실천하는 일 (자본주의의 극복), 2. 남녀평등을 실천하는 일 (폭력과 차별의 극복), 3. 동식물과 함께 생태계를 지속적으로 살려나가는 일 (자연과 지구 파괴의 극복). 만약 필자가 지금 그리고 여기가 아니라, 다른 시대 그리고 다른 장소에 태어났더라면, 세 가지 과업은 아마도 이와는 다르게 설정되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를 충족시켜주는 책이 한 권 간행되었습니다. 김상일: 부도지 역법과 인류세 (동연 2021). 김상일 교수는 한국 철학 가운데 지금까지 아무도 다루지 않은 테마를 집요하게 구명..

1 알림 (명저) 2024.08.07

박설호: (3) 블로흐의 물질, 그 의미와 기능

(앞에서 계속됩니다.) 물질은 역사적 과정을 거쳐서 인간 정신의 고립 상태에서 벗어나게 됩니다. 철학자들은 제각기 물질의 이러한 고립 상태를 예리하게 포착하고, 바로 그 지점에서 자신의 인식론적인 근거를 마련해 왔습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물질에 대한 이해가 물질의 고유한 가치만큼 오래된 것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학자들은 물질을 오랫동안 관념 이론 속에 가두어 놓은 채 주체에 대립하는 무엇 내지는 객체 등으로 이해해 왔습니다. 자연과 세계는 객체요, 인간은 주체라는 사항은 이러한 관념 이론을 강화하게 했습니다.  물질은 관념 이론에 의해 나중에는 인간 정신과는 완전히 차단된 무엇으로 파악되기도 했습니다. 관념 이론에 의하면 물질은 한편으로는 인간의 영역에서 벗어난 고립된 무엇으로, 다른 한편으로는 인간..

27 Bloch 저술 2024.08.06

박설호: (2) 블로흐의 물질, 그 의미와 기능

(앞에서 계속됩니다.) 물질은 블로흐에 의하면 마르크스의 변증법적 물질 이론 외에도 어떤 포괄적이고 예견적인 기능을 지닌 유토피아의 사변 이론의 관점에서 파악될 수 있습니다. 블로흐는 다음의 사항을 강조합니다. 즉 사변이라는 개념은 긴급한 검증 그리고 이와 함께 원래의 의미에 대한 기억을 요청합니다. 왜냐면 오늘날 사람들은 사변적 행위를 별반 가치 없는 사고로 이해하기 때문입니다. 사변적 행위는 이를테면 증권거래소에서 행해지는 추론이라든가, 아무런 토대도 없고 뜬금없는 판타지 등의 의미로 전락되어 있습니다. 블로흐는 사변의 행위를 “speculari”라는 라틴어 단어의 의미로 이해합니다. 이 단어는 “엿보다, 이리저리 둘러보다, 먼 지평을 바라보다.”라는 뜻을 지닙니다. 블로흐는 상기한 방식으로 물질의 ..

27 Bloch 저술 2024.08.06

박설호: (1) 블로흐의 물질, 그 의미와 기능

물질이란 무엇인가? 물질은 지금까지 관념 이론에 가려진 채 철학적 주제로 활발하게 논의되지 못했습니다. 그렇지만 물질에 관한 물음은 철학적 존재론과 인식론을 공통으로 수렴하는 출발점입니다. 물질은 에른스트 블로흐에 의하면 주어진 세계, 인간과 역사를 모조리 포괄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블로흐가 삼라만상과 인간의 역사와 현존하는 삶 모두를 현상적으로 고찰할 뿐 아니라. 동시에 물질의 긍정적 변화의 가능성을 찾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그렇기에 물질은 블로흐에게는 객관적 현실적 가능성의 근본적인 개념, 즉 “실체Substanz”로 요약될 수 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객관적 현실적 가능성이란 다름 아니라 더 나은 세계에 대한 구체적인 갈망의 특징을 가리킵니다. 바로 이러한 가능성 개념 내지는 실체에서..

27 Bloch 저술 2024.08.06

서로박: (2) 도널리의 '카이사르의 기둥'

(앞에서 계속됩니다.) 7. 제목의 의미: 사실 제목은 소설의 내용과는 거리감이 있습니다. 작가는 카이사르 롬멜리니라는 인물을 로마의 정치가, 카이사르와 연관 지으려고 했습니다. 카이사르 롬멜리니는 인민의 편에서 싸우면서도 폭동을 지나치게 자의적으로 이끌려고 하다가, 살해당하고 맙니다. 이러한 행동은 카이사르를 방불케 합니다. 실제로 브루투스는 인민들과의 신의를 지키기 위해서 카이사르를 살해해야 했습니다. 만약 카이사르가 생존해 있으면, 로마 사람들은 모조리 노예가 될 것이라고 확신했던 것입니다. 물론 브루투스가 카이사르를 개인적으로 애호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로마를 위험에 빠뜨리지 않기 위해서 브루투스는 대장군의 가슴에 단도를 찔러야 했습니다. 도널리의 작품에서 카이사르 롬멜리니는 가난한..

36 현대영문헌 2024.08.05

서로박: (1) 도널리의 '카이사르의 기둥'

1. 신비로운 미국 작가, 도널리: 이그내셔스 도널리 (1831 – 1901)는 생전에 미국 미네소타의 국회의원으로 일하면서 아틀란티스의 전설에 지대한 관심을 쏟은 작가입니다. 실제로 그는 1882년에 『대서양. 홍적세 이전의 세계Atlantis, the Antediluvian World 』라는 공상 소설을 발표하여, 세인의 관심을 불러일으켰습니다. 북대서양에는 거대한 대륙에 존재했는데, 이 대륙은 바다 아래로 가라앉았다고 합니다. 이러한 가설은 플라톤에 의해서 제기된 것이었습니다. 놀라운 것은 아리아인종에 대한 그의 가설입니다. 아리아인종은 아틀란티스의 후손인데, 이들은 인도와 유럽으로 퍼져나가서, 오늘날의 아리아 인종을 형성시켰다고 합니다. 도널리 역시 이러한 가설을 사실이라고 믿었습니다. 그의 견해..

36 현대영문헌 2024.08.05

서로박: 크리스타 볼프의 '남아 있는 것'

어느 봄날 나는 창문 밖을 내다본다. 그들은 다시 거기 서성거리고 있다. 그들은 집 앞에 자동차를 세워 놓고, 창가의 나를 하루 종일 감시한다. 맨 처음 자정이 넘도록 그들은 창밖의 길가에 흰색 차 속에서 끈질기게 나를 감시하고 있다. 다시 아침 9시 경에 다시 창밖을 내다보니, 이번에는 연초록의 차가 정차해 있었다. 하루 종일 글을 쓰고 있는데도 그들은 떠나지 않는다. 기억을 떠올리니, 그들은 지난 해 11월부터 나를 감시하는 것 같다. 당시에 기관원들은 나의 이층 아파트에 침입한 흔적을 남겨놓았다. 전화가 울린다. 과연 그들이 나의 전화를 엿듣고 있을까? 그들은 내가 편지들을 읽기 전에 아마도 모조리 읽었는지 모른다. 친구에게 장문의 편지를 쓰는 것은 이제 불가능하다. 그들은 나에 관해서 모든 것을 ..

47 Wolf 2024.08.05

볼프 비어만: 그들이 싫증나!

이 곡은 1960년대 말에 구동독에서 퍼진 명곡에 해당합니다. 필자는 이 작품을 동독 문학 연구 1. 동독 문화정책 개관, (오산 1994)에 소개한 바 있습니다. 시는 가요이며, 가요가 시라는 사실, 시인은 오르페우스이며, 오르페우스가 시인이라는 사실을 증명해준 분이 바로 볼프 비어만이었습니다. 즐감하세요.ㅎㅎ  https://www.youtube.com/watch?v=bp3gOR_NSbU  그들이 싫증 나  1.나를 애무하는 차가운 여인들나를 마구 칭찬하는 거짓 친구들갈갈이 찢긴 이 도시에서 그들은첨예한 일에 마구 표독스럽지만내심 바지에 오줌 싸는구나- 그들이 싫증 나  2.내게 말해다오, 어째서 온갖관료주의자의 둥지가 좋은가를?그건 열정적으로 민첩하게인민의 목을 내리 누르고세계사의 큰 바퀴를 굴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