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8/06 4

박설호: (3) 블로흐의 물질, 그 의미와 기능

(앞에서 계속됩니다.) 물질은 역사적 과정을 거쳐서 인간 정신의 고립 상태에서 벗어나게 됩니다. 철학자들은 제각기 물질의 이러한 고립 상태를 예리하게 포착하고, 바로 그 지점에서 자신의 인식론적인 근거를 마련해 왔습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물질에 대한 이해가 물질의 고유한 가치만큼 오래된 것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학자들은 물질을 오랫동안 관념 이론 속에 가두어 놓은 채 주체에 대립하는 무엇 내지는 객체 등으로 이해해 왔습니다. 자연과 세계는 객체요, 인간은 주체라는 사항은 이러한 관념 이론을 강화하게 했습니다.  물질은 관념 이론에 의해 나중에는 인간 정신과는 완전히 차단된 무엇으로 파악되기도 했습니다. 관념 이론에 의하면 물질은 한편으로는 인간의 영역에서 벗어난 고립된 무엇으로, 다른 한편으로는 인간..

27 Bloch 저술 2024.08.06

박설호: (2) 블로흐의 물질, 그 의미와 기능

(앞에서 계속됩니다.) 물질은 블로흐에 의하면 마르크스의 변증법적 물질 이론 외에도 어떤 포괄적이고 예견적인 기능을 지닌 유토피아의 사변 이론의 관점에서 파악될 수 있습니다. 블로흐는 다음의 사항을 강조합니다. 즉 사변이라는 개념은 긴급한 검증 그리고 이와 함께 원래의 의미에 대한 기억을 요청합니다. 왜냐면 오늘날 사람들은 사변적 행위를 별반 가치 없는 사고로 이해하기 때문입니다. 사변적 행위는 이를테면 증권거래소에서 행해지는 추론이라든가, 아무런 토대도 없고 뜬금없는 판타지 등의 의미로 전락되어 있습니다. 블로흐는 사변의 행위를 “speculari”라는 라틴어 단어의 의미로 이해합니다. 이 단어는 “엿보다, 이리저리 둘러보다, 먼 지평을 바라보다.”라는 뜻을 지닙니다. 블로흐는 상기한 방식으로 물질의 ..

27 Bloch 저술 2024.08.06

박설호: (1) 블로흐의 물질, 그 의미와 기능

물질이란 무엇인가? 물질은 지금까지 관념 이론에 가려진 채 철학적 주제로 활발하게 논의되지 못했습니다. 그렇지만 물질에 관한 물음은 철학적 존재론과 인식론을 공통으로 수렴하는 출발점입니다. 물질은 에른스트 블로흐에 의하면 주어진 세계, 인간과 역사를 모조리 포괄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블로흐가 삼라만상과 인간의 역사와 현존하는 삶 모두를 현상적으로 고찰할 뿐 아니라. 동시에 물질의 긍정적 변화의 가능성을 찾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그렇기에 물질은 블로흐에게는 객관적 현실적 가능성의 근본적인 개념, 즉 “실체Substanz”로 요약될 수 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객관적 현실적 가능성이란 다름 아니라 더 나은 세계에 대한 구체적인 갈망의 특징을 가리킵니다. 바로 이러한 가능성 개념 내지는 실체에서..

27 Bloch 저술 2024.08.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