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고로 지식인의 과업은 주어진 시대의 시대 정신에 의해 측정되고 정해지는 법입니다. 필자는 오늘날 지식인의 과업으로서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사항을 중요하게 여겨 왔습니다. 1. 협동과 상생으로서의 경제적 삶을 실천하는 일 (자본주의의 극복), 2. 남녀평등을 실천하는 일 (폭력과 차별의 극복), 3. 동식물과 함께 생태계를 지속적으로 살려나가는 일 (자연과 지구 파괴의 극복). 만약 필자가 지금 그리고 여기가 아니라, 다른 시대 그리고 다른 장소에 태어났더라면, 세 가지 과업은 아마도 이와는 다르게 설정되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를 충족시켜주는 책이 한 권 간행되었습니다. 김상일: 부도지 역법과 인류세 (동연 2021). 김상일 교수는 한국 철학 가운데 지금까지 아무도 다루지 않은 테마를 집요하게 구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