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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설호: (2) 흙의 권리. 오르플리트 서한집, 서문

(앞에서 계속됩니다.) 5. 두 번째는 유교적 남성주의의 폭력이라는 비합리성입니다. 조선 시대에 나타난 양반과 상놈 사이의 수직 구도는 오늘날 상당 부분 사라졌지만, 개별적 인간은 여전히 등급으로 차별화되어 있습니다. 달리 말하자면 인간 존재 자체가 자본주의의 경제적 조건에 의해 수직적 계층으로 분할되어 있습니다. 인간 가치는 돈에 의해 등급으로 나누어져 있습니다. 남성 중심주의의 여러 유형의 폭력은 특히 여성과 아이들에 대한 핍박으로 이어졌습니다. 이는 세대를 넘어서 폐쇄적 가족 구도 속에서 대물림되어 나타나기도 합니다.  가족, 학교, 교회, 회사, 여러 단체는 폐쇄적인 수직 구도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고인 물이 썩듯이, 외부로부터 차단된 사회적 공간에서는 폐쇄적인 섹트주의 내지는 당동벌이라는 의식이..

2 나의 잡글 2024.06.13

박설호: (1) 흙의 권리. 오르플리트 서한집, 서문

“흙의 권리는 유한한 생명의 처절함으로, 여성성의 우선권으로, 물질의 중요성으로, 죽음의 소중한 가치로 설명된다.” (필자) 1. 친애하는 M, 언제부터인지 모르나, 미지의 독자, 당신에게 편지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이 시대의 상처를 내밀하게 전하는 데에는 서간체가 가장 좋을 것 같았습니다. 내가 청년이었을 때, 도스토옙스키의 『가난한 사람들 Бедные люди』 (1844/45)을 읽고, 깊은 감동에 사로잡힌 적이 있었습니다. 비록 찢어지게 가난하지만, 상대방을 깊이 애호하는 마카르 제브시킨 그리고 경제적 이유로 돈 많은 다른 사내를 선택해야 하는 바바라 도브로요브스카 사이의 이별은 참으로 애절한 것이었습니다. (도스토예프스키: 가난한 사람들, 석영중 역, 열린책들 2010.) 그래, 편지는 때로는 ..

2 나의 잡글 2024.06.13

아라두파이: 소수에 대한 두려움

아르준 아파두라이: 소수에 대한 두려움,장희권 역에코 리브르 2011 간행     지구는 하나이되 여러 조각이다. 지구가 하나라는 논리를 따르면 국가의 경계를 뛰어넘는 인적·물적 교류는 조화와 융합을 꾀한다. 그러나 더 깊은 속을 들여다보면 융합의 방향은 일방적이다. 크고 힘센 국가(다수)가 작고 약한 국가(소수)를 억압하는 식이다. 인류는 지구화(세계화)를 표방하면서도 여전히 인종·민족·종교 등 서로의 차이를 이해하지 못하고 분쟁·테러·갈등을 일으킨다는 것이다. 다수와 소수의 관계를 통해 지구화의 작동 방식을 들여다봤다.

1 알림 (명저) 2024.06.13

류신: 장벽 위의 음유 시인 비어만

중앙대 류신 교수님의 저서 "(장벽 위의 음유 시인) 볼프 비어만. 독일 분단사의 상징 볼프 비어만의 삶과 문학"이2011년 한울 아카데미에서 간행되었습니다. 지금으로부터 13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우리의 독서를 자극하게 합니다.     출판사 서평: 독일 분단사의 상징인 볼프 비어만의 삶과 문학을 살펴보는 책. 구동독의 대표적인 반체제 저항시인 볼프 비어만은 자신이 지은 시를 작곡해 기타반주에 맞춰 노래하는 음유시인이다. 비어만은 민요풍의 서정성과 쟁론적인 정치성을 결합시켜 독보적인 시세계를 구축한 탁월한 시인일 뿐 아니라, 독일분단의 역사에서 대단히 중요한 인물이기도 하다. 이 책은 문학평론가이자 중앙대학교 독일어문학과 교수인 류신이 시인이기 이전에 영웅적 투사로, 작가라기보다는 노래쟁이 악동으로, ..

1 알림 (명저) 2024.06.12

음악 이야기 (15)

친애하는 S,베를리오즈의 환상을 듣습니다.사랑은 멀리서 보면 작은 빛에 불과하지만,가까이서 보면 불타는 육신이라고어느 시인이 말했던가요?가난한 삼류 음악가는 어느 아름다운 요정을바라봅니다. 일순 어지러움을 느꼈습니다.너무도 아름다운 여배우의 자태에베를리오즈는 현기증을 느꼈습니다.그러나 그미에게 다가가 구애하기에는자신이 너무 초라하고, 볼품없음을 느낍니다.그녀는 런던에서 가장 잘 나가는데스데모나, 오필리어가 아니던가요?고통을 이기지 못하고성 궨틴 지역을 헤매었습니다.당시 쇼팽과 같은 위대한 음악가만이무명의 베를리오즈와 친구 관계를맺고 있었지요. 이룰 수 없는 사랑의 감정은음악가를 미치도록 환상 속에 빠지게했습니다. 쇼팽은 친구가 자살할까봐런던 곳곳을 찾아다녔다고 합니다.그리하여 작곡된 곡이 바로 환상이었습..

박설호의 시 '그라핑에서 전나무가 말을 걸다'

그라핑에서 전나무가 말을 걸다 *박설호 넓은 집에 머무르니어찌 다시 방 구하랴 ** 무얼 찾아 지구 반 바퀴 돌아 이곳으로 왔니 성년에 뒤늦게 찾아온 서러움을 모조리 씻어 봐 수도꼭지 틀면 우유처럼 뿌연 석회 물 흐르는데 이제 알겠지 너 자신 끈 떨어진 연생이라는 것을 거울 앞에서 슬픈 표정 짓지 마 잔인한 4월에 이곳에는 진눈개비 내리지 꽃샘잎샘은 눈포단 속에서 아직 겨울잠 자고 있어 낯선 바람은 너를 춥게 만들 뿐이야 주위에는 동무 하나 없고 음식도 입에 맞지 않지 빵 조각 조금씩 군입정하며 외로움을 견뎌봐 그래도 혼란스러우면 나를 찾아 와 항상 푸릇푸릇한 피톤치드를 너에게 팍팍 안겨줄게 무얼 피해 알래스카와 북극을 지나서 이곳으로 왔니 버팀목 없는 내 몸통뿌리마저 뽑힐까 .................

20 나의 시 2024.06.11

(2) 영화 신들러 리스트 음악

다음은 영화 신들러 리스트에 실린 바이올린 선율입니다.연주를 담당한 사람은 Theme Itzhak Perlman 입니다. 다음을 클릭하여 즐감 비감 (즐겁게 감상, 비장하게 감상)하세요.눈을 감고 그냥 듣기를 권합니다.눈에 비친 동영상의 내용이 너무 고통스러운 것이라서....ㅠㅠ https://www.youtube.com/watch?v=cLgJQ8Zj3AA  https://www.youtube.com/watch?v=057A1RdssoU&list=OLAK5uy_kI7dQE6QniQg8ELrrSGU8e2dWNNFvM5ZI    "통곡"모제스 로젠크란츠 어떠한 고난의 눈송이도시체마냥 그렇게 희지 않으리.어떠한 난로도 내 민족그대의 죽음처럼 뜨겁지 않으리. 화염보다도 더 뜨겁게 날아눈보다도 더 창백하게 흩어져오..

서로박: 오이겐 루게의 '꺼져가는 빛의 시대에'

친애하는 J,매년 10월에 독일에서는 독일 출판상이 발표됩니다. 2011년 오이겐 루게 (Eugen Ruge, 1954 - )의 소설 『꺼져가는 빛의 시대 에 In Zeit des abnehmenden Lichts』가 수상작으로 선택되었습니다. 이 소설은 그야말로 명작으로 손꼽힙니다. 동독 출신의 57세의 소설가는 처음으로 장편 소설을 발표하였는데, 이 작품으로 독일에서 가장 잘 알려진 상을 받게 되었습니다. 그는 수학자이며, 마라톤을 실천하며 살아가는 사람입니다. 소설은 동독의 어느 가정의 내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오이겐 루게는 1954년 우랄 산맥 근처의 소스바에서 태어났습니다. 어쩌면 그는 이 소설 한 편을 쓰기 위하여 평생을 관찰했는지 모릅니다. 자신이 선택한 가족사를 마침내 분명하게 이..

48 최신독문헌 2024.06.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