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6 64

박설호: (1) 갈망의 힘, 에른스트 블로흐의 "흔적들"

“기대할 수 없다고 해서 그것을 갈구하지 않는 자는 아무 것도 쟁취하지 못한다.” (헤라클레이토스) ...................... 에른스트 블로흐의 『흔적들』은 1930년에 처음으로 간행되었는데, 시간이 흐름에 따라 몇몇 글들이 첨가되었다. 글들의 배경이 20세기 초의 프로이센 시대라는 점에서 독자들은 과거의 문헌에 해당한다고 치부하기 쉽다. 물론 『흔적들』은 집필의 현실적 조건을 고려한다면 발터 벤야민의 『일방통행로Einbahnstraße』 (1928)그리고 테오도르 아도르노의 『한줌의 도덕Minima moralia』 (1951) 등과 궤를 같이할지 모른다.  그렇지만 『흔적들』에 실린, 일견 사소한 이야기의 주제는 시대적 한계를 뛰어넘을만한 함의를 안겨준다. 그것은 짤막한 소품 모음집이라는..

28 Bloch 흔적들 2024.06.26

볼프 비어만: 파리의 벽난로 불

https://www.youtube.com/watch?v=IJt2zYrJe-k  파리의 벽난로 불 밤에, 파리의 어느 벽난로 불가에서새로운 친구들과 앉아 있었다우리는 새로운 보졸레 포도주를 마시며“버찌의 시간”을 노래했다 그들은 파리 코뮌에 관해 그리고파리의 5월에 관해 많이 이야기했다나는 술 마시며, 이야기 들으며독일을 생각하고 있었다 그래, 나는 그날 밤 독일을 생각하며부지깽이로 재를 쑤시고 있었다그러나 내가 울었다고 주장하는 자는은밀하게 무언가 속이고 있다   Kaminfeuer in Paris Mit neuen Freunden saß ich die Nachtam Kaminfeuer in ParisWir tranken vom Beaujolais Nouveauund sagen ”Le temps des..

박설호의 시, '반도여 너와 헤어진 나는 유로파와'

반도여 너와 헤어진 나는 유로파와박설호 살았지 한데갇혔지 부탁이니흙탕물 속 누런 돼지고향으로 돌아가게 해다오이젠 데리고 놀지 마 숨어서 사랑하는나의 칼립소 * 실린 곳: 박설호 시집 "반도여 안녕 유로파", 울력 2024............................... * 칼립소Calypso는 그리스어에 의하면 은폐 감춤 등을 의미합니다. 신학에서 흔히 계시라는 말은 Apokalypsis 라고 표기되는데, "은폐된 무엇이 드러난다"는 의미로 (apo + calypsis) 사용된 것입니다.  칼립소는 호메로스의 서사시 "오디세이아"에 출현하는, 참으로 아름다운 여신입니다. 그미는 오기기아 섬의 여신이었는데, 표류하는 오디세우스를 발견하고 자신의 동굴에서 그를 정성스럽게 고수련합니다. 이때 그미는 영..

20 나의 시 2024.06.25

서로박: (3)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

(앞에서 계속됩니다.) 바로 이때부터 돈키호테는 상상 속에서 휘황찬란한 아름다움을 드러내는 여인, 둘시네아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서 스스로 아마디스가 되기로 마음을 먹습니다. 아마디스는 슬픈 용모의 기사로 알려진 사내입니다. (제 1권 25장) 친애하는 C, 기사는 자신의 목숨을 담보로 적과 싸우지만, 결국 그가 이룩하려는 것은 고결한 여성과의 사랑, 바로 그것입니다. 아닌 게 아니라 작품은 인간의 애정관계가 일상적 삶을 어떻게 지배하는가? 하는 점을 분명히 보여줍니다. 돈키호테는 오랫동안 망설이다가 둘시네아에게 편지를 한통 씁니다. 그는 산초 판사에게 편지를 건네면서 전해주라고 부탁합니다. 산초 판사는 둘시네아를 만나려고, 고향으로 떠납니다. 고향까지 가려면 상당히 시간이 걸릴 것 같았습니다.  산초 ..

34 이탈스파냐 2024.06.25

(단상. 509) 한겨레 신문은 서서히 초심을 잃어가는가?

2024년 6월 18일 한겨레 사설이 참으로 문제라고 생각한다."이재명 대북 송금 기사에 애완견 발언 부적절하다." 이따위 사설을 쓰는 자 과연 누구인가?어째서 한겨레 신문사는 너무나 불공정한 세상의 추를 제대로 바라보지 못하고, 세상이 평온하다는 듯이 애써 중립의 제스처를 취하고 있는가?21세기 남한 사회에서 중립을 취하는 것은 지배 계급에 유리한 손을 들어주는 것과 다름이 없다.유시민이 인용한 단테의 글을 인용해 본다."위기의 상태가 도래하면 지옥의 뜨거운 열기의 한복판에는 중립을 취하는 자의 자리가 마련될 것이다.Quando arriverà uno stato di crisi, ci sarà posto per coloro che mantengono la neutralità in mezzo al cal..

3 내 단상 2024.06.24

박설호의 시, '반도여 너와 헤어진 나는'

반도여 너와 헤어진 나는박설호 뮌헨의 재벌 투른 운트 탁시스(Thurn und Taxis)의 네 번째 마누라는 “가장 아끼는 게 무엇인가?”하는 질문에 “다이아몬드”라고 답했다일순 개탄스러웠다그미의 남편은 탄자니아와 토고에서 목화를 수입하여 아프리카 일꾼들에게 질감 좋은 청바지를 되팔아 떼돈 벌었다 흑인들의 피가 채 마르지 않은 다이아몬드 그러나 보석 자체가 넬슨 만델라(Nelson Mandela)의 감옥살이에 직접적인 책임은 없다그들에 대한 자닝한 마음 어떻게 달랠까아니면 나 혼자 모든 걸 차지하는 게 부끄럽지 않을까 잠 못 이루면서젠장 재벌 되기는 글렀다 실린 곳: 박설호 시집, "반도여 안녕 유로파", 울력 2024.

20 나의 시 2024.06.24

박설호의 시, '반도여 너와'

반도여 너와박설호 공부가 밥줄인 듯술 담배를 끊고남의 책 동초서초하며보내는 서러운 시간들어느새 알렉산드르 솔제니친처럼일일이식주의자가 된 나는도둑의 설렘으로직업소개소를 기웃거리고괜히 태어났다며머나먼 땅 이곳까지 와서공부만 하는 게부끄럽다며 세상에무임승차한 죄의식 떨치려고“뮌헨의 자유” 역에서 *며칠 후에 탄생할내 아기 생각한다                                   ............................ 실린 곳: 박설호 시집, "반도여 안녕 유로파", 울력 2024.  뮌헨의 지하철 역 "뮌헨의 자유"이다. 옛날에는 감청색이 칠해지지 않았는데, 새롭게 리모델링된 것처럼 보인다. 80년대 중엽만 하더라도 한국은 가난한 나라였습니다. 80년대 후반부에 한국은 놀라운 경제 성..

20 나의 시 2024.06.24

박설호: (2) '아직 아님'의 변증법

(앞에서 계속 이어집니다.) 6. 부정과 결핍으로서의 아님: 자금까지 우리는 아직 아님의 개념 속에 도사린 네 가지 특징을 살펴보았습니다. 이번에는 블로흐의 “아님” 그리고 이와 관련되는 기본 개념들을 살펴보려고 합니다. “아님”이란 말 그대로 거기에 없는 것입니다. 그렇지만 “아님”은 “거기”를 “부정”하므로, 단순히 없는 게 아니라, “거기 없다”가 실존하는 셈입니다. 블로흐는 이와 관련하여 『유토피아의 정신』에서 아님에 관한 문제를 신과 선악의 문제와 결부시켜서 해명하기도 했습니다. (Bloch, GdU 2: 445.)  “거기 없음”은 내부적으로 없음을 감당하지 않고, 오히려 어떤 무엇의 “거기 있음”과 밀접하게 연계하려고 합니다. 어쩌면 모든 생명체의 충동 능력은 이러한 “아님”의 개념으로 설명..

27 Bloch 저술 2024.06.24

서로박: (2)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

(앞에서 계속됩니다.) 친애하는 C, 여기서 소설의 화자에 관해서 잠시 언급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돈키호테의 일행은 톨레도로 떠납니다. 그곳에서 시드 하메테 베넨겔리 Cid Hamete Benengeli라는 이름을 지닌 아라비아 역사가의 원고 뭉치가 발견됩니다. 바로 이때부터 소설의 화자가 등장하게 됩니다. 화자는 “베넨겔리 Benengeli”라는 이름을 지니는데, 이 이름은 아라비아어로서 “사슴의 아들”이라는 뜻입니다, 이 뜻은 에스파냐어로 “세르반테뇨 cervanteño”에 해당하는데, 이것은 작가의 이름과 동일합니다. 원고뭉치 속에는 대부분의 아라비아 사람들이 지니고 있는 거짓말하는 버릇이 언급되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 대목에서 이슬람 문화에 대한 세르반테스의 편견을 감지할 수 있습니다.  여담이..

34 이탈스파냐 2024.06.24

레너드 코엔의 "Dance me to the End of Love"

노래하는 음유 시인 레너드 코엔의 음악을 다시 듣습니다.당신을 위해서 가사를 번역하여 올려봅니다. ㅎㅎ 즐감하시기 바라면서. OTL    너무 아름다운 당신 불타는 바이올린에 나와 춤을 추어요충격에 사로잡혀 있어요 정신 차릴 때까지 나와 춤을 추어요올리브 가지처럼 돌아온 비둘기가 되어 나를 당겨주세요사랑이 끝나기 전에 나와 춤을 추어요사랑이 끝나기 전에 나와 춤을 추어요 Dance me to your beauty with a burning violinDance me through the panic 'til I'm gathered safely inLift me like an olive branch and be my homeward doveDance me to the end of loveDance me to..

6 musica e 2024.06.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