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6/18 4

(명시 소개) 전홍준의 시, '70대'

칠십대-1950년생 전후전홍준   1섬에서 날아온 메뚜기 떼가36년간이나이 땅을 샅샅이 훑어 먹고쭉정이만 남기고 물러났다그들의 길라잡이가 되어부스러기로 배를 채웠던구더기 같은 무리와변방을 떠돌며 목숨 던져메뚜기 떼와 싸웠던 초인들이남은 이삭 몇 낱을 두고피터지게 싸웠다 해방된 한반도는펄펄 끓는 용광로가 되어결국 활화산으로 분출했다무명옷 입은 몇백만의굶주린 목숨들이 전쟁의 제물로받쳐졌지만민족 위에 걸터앉은하잘 것 없는 이념의 깃발이이 땅의 허리를 잘라남북으로 고착화시켰다 전쟁 전보다 증오와 분노는더 들끓었고일제에 빌붙어 호의호식했던쥐새끼들은또다른 외세인 미국의 등을 업고반역자에서 애국자로 신분세탁 해다시 이 땅을 움켜쥐었다전쟁은 이 터전을 지옥으로만들었지만 반민족 세력에게는하늘이 내린 축복이었다찬 서리 맞..

19 한국 문학 2024.06.18

(명시 소개) 박용래의 시, '엉겅퀴'

엉겅퀴박용래 잎새를 따 물고 돌아서 잔다이토록 갈피 없이 흔들리는 옷자락 몇 발자국 안에서 그날엷은 웃음살마저 번져도 그리운 이 지금은 너무 멀리 있다어쩌면 오직 너 하나만을 위해 기운 피곤이 보랏빛 흥분이 되어슬리는 저 능선 함부로 폈다목놓아 잔다 ................ 박용래 (1925 - 1980) 시인의 시집 "저녁눈"에는 명작이 많이 실려 있다.

19 한국 문학 2024.06.18

서로박: 프리스의 '브라디스라바의 수녀들'

분명히 동독 출신의 작가, 프리츠 루돌프 프리스의 뇌리에는 수많은 가능성들로 가득 차 있는 것 같다. 작품에 묘사되는 이야기는 대체로 그의 상상력에 의해서 직조된 것이니까 말이다. 마치 16세기 말에서 17세기 초 사이에 독서계를 주름잡던 작가, 마테오 알레만 (Mateo Alemán 1547 - 1613)이 20세기에 다시 태어난 것처럼 여겨진다. 마테오 알레만 은 에스파냐의 작가로서 세계문학에서 가장 유명한 악한 소설, 『알파라치의 구즈만』을 집필 발표한 사람이다. 그의 작품은 간행된 지 6년 만에 유럽 전 지역을 휩쓸다시피 하였다. 그런데 프리스의 작품이 대중적인 인기를 얻을 수 있을까? 하는 물음에는 쉽사리 수긍하기 어렵다. 문제는 오늘날의 독자의 독서 욕구를 어떻게 접목시킬 수 있는가? 하는 물..

45 동독문학 2024.06.18

음악 이야기 (22)

클래식 음악 가운데 잊을 수 없는 것은쇼스타코비치의 제 7교향곡입니다.쇼스타코비치의 예술은 러시아인의 영혼을그 미묘한 부분에 이르기까지 표현하려고 애썼습니다.불안한 건강 상태와 분명히 비관주의적인 성격의 쇼스타코비치는보통은 극적이고 장엄하지만 가끔 삐걱거리는 해학적 감흥에 몸을 맡겼습니다.서양의 전위음악, 특히 베르크, 스트라빈스키, 그리고 힌데미트에게 관심을 가져오페라의 대담한 작품도 나왔지만1920년대 말부터 영원한 러시아의 음성에만 귀를 기울이겠다는 결심하였습니다.그는 대체로 조성 체계에 충실하면서 지극히 개인적인 어법을,현대적 감성에 지극히 가까운 어법을 조금씩 만들어 나갔습니다.이렇게 본다면 만년의 작품은 절정에 달했고약간 고르지 못한 이전의 작품을 상회하고 있습니다.그러나 쇼스타코비치는 남다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