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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설호: (2) 갈망의 힘. 에른스트 블로흐의 "흔적들"

(앞에서 계속됩니다.) 『흔적들』의 글들은 그 자체 모든 것을 말해주고 있다. 흔적이라는 단어는 자구적으로는 발자국, 바퀴 자국 등으로 이해되며, 단서 내지는 암호 등의 의미를 지닌다. 주어진 현실 속에는 우리의 눈에 띄지 않는 수많은 흔적이 마치 어떤 놀라운 비밀처럼 숨어 있다. 블로흐는 에드거 알란 포, 코난 도일 그리고 아가사 크리스티처럼 이러한 암호를 세심하게 주시하려고 한다. 그렇다면 블로흐의 짤막한 글이 드러내려는 것은 무엇일까? 오로지 인간과 세계에 도사린 변화의 효모 그리고 갈망의 방어기제일까?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 『흔적들』이 블로흐의 희망 철학 사상을 압축한 미세화인 근거는 어떻게 설명될 수 있을까? 역자는 다음과 같은 두 가지 사항을 지적하고 싶다.  첫째로 블로흐의 글들은 블로흐 ..

28 Bloch 흔적들 2024.06.26

박설호: (1) 갈망의 힘, 에른스트 블로흐의 "흔적들"

“기대할 수 없다고 해서 그것을 갈구하지 않는 자는 아무 것도 쟁취하지 못한다.” (헤라클레이토스) ...................... 에른스트 블로흐의 『흔적들』은 1930년에 처음으로 간행되었는데, 시간이 흐름에 따라 몇몇 글들이 첨가되었다. 글들의 배경이 20세기 초의 프로이센 시대라는 점에서 독자들은 과거의 문헌에 해당한다고 치부하기 쉽다. 물론 『흔적들』은 집필의 현실적 조건을 고려한다면 발터 벤야민의 『일방통행로Einbahnstraße』 (1928)그리고 테오도르 아도르노의 『한줌의 도덕Minima moralia』 (1951) 등과 궤를 같이할지 모른다.  그렇지만 『흔적들』에 실린, 일견 사소한 이야기의 주제는 시대적 한계를 뛰어넘을만한 함의를 안겨준다. 그것은 짤막한 소품 모음집이라는..

28 Bloch 흔적들 2024.06.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