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3 43

서로박: (3) 브레히트의 이단자의 외투

(앞에서 계속됩니다.) 그러나 그미는 당장 돈이 필요합니다. 생계를 위해서만 돈이 필요한 것은 아닙니다. 그미는 세금을 내야 합니다. “세금은 너무나 과중했으며, 빵 가격이 최근에 폭등했다.”라는 구절을 생각해 보십시오. 한 마디로 말해서 그미의 돈은 그미 혼자만의 돈이 아닙니다. 그미의 돈은 세금으로 징수될 수 있습니다. 세금으로 징수된 돈은 종교 재판소에서 쓰일 수 있습니다. 종교 재판소의 돈은 브루노를 심문하는 재판관의 “봉록”으로 지불될 수도 있습니다. 13. 외투의 상징성: 친애하는 K, 외투는 무엇을 상징하는가요? 외투는 어쩌면 브루노의 자유를 상징하는지 모릅니다. 브루노는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나는 외투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왜냐면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거든요.” 이로..

46 Brecht 2023.03.11

서로박: (2) 브레히트의 이단자의 외투

(앞에서 계속됩니다.) 7. 비극적으로 화형당하다: 1600년 2월 8일에 지오르다노 브루노는 이단과 마법의 혐의로 화형당해 죽습니다. 그의 모든 책은 출판 판매 금지당하는 조처에 처해집니다. 다시 말해서 브루노가 쓴 모든 문헌은 이른바 분서갱유의 처벌을 받게 된 것입니다. 처형의 선고가 내려질 때 브루노는 다음과 같이 외쳤다고 합니다. “너희는 나에게 죽음의 선고를 내리며 이를 받아들일 것을 선언하지만, 마음속으로는 두려움에 떨고 있구나. Maiori forsan cum timore sententiam in me fertis quam ego accipiam“. 거의 8년에 걸친 오랜 법적인 공방 끝에 심신이 그야말로 초췌해진 브루노는 52세의 나이에 캄포 데 피오리에서 화형대에서 불에 타서 죽게 됩니다..

46 Brecht 2023.03.11

서로박: (1) 브레히트의 이단자의 외투

1. 브레히트의 단편, 이단자의 외투: 친애하는 K, 당신은 나에게 「이단자의 외투」의 주제를 문의하였습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하나의 정답을 알고 있지는 않습니다. 왜냐하면 해답은 텍스트 속에 내재하기 때문입니다. 나아가 텍스트의 주제는 미리 정해진 게 아닙니다. 만약 미리 정해져 있는 것이라면, 우리가 문학 텍스트들을 애써 읽을 필요가 어디 있을까요? 그냥 편하게 논문 혹은 해설서만 읽으면 족하지 않을까요? 그러나 논문과 해설서를 100% 신뢰하는 것은 당신의 문학 해석의 힘을 키우는 데 커다란 악재로 작용할 것입니다. 우리는 문학 텍스트를 직접 읽고 생각의 힘을 스스로 단련해야 합니다. 단편의 서두에도 서술되어 있듯이 지오르다노 브루노 (Giordano Bruno)는 일반적으로 “위대한 인간”이..

46 Brecht 2023.03.11

(단상. 558) 누가 검찰을 징계할 수 있을까?

1. 검찰은 한 인간에게 죄의 혐의가 있다고 말하면서 재판에 회부한 다음 구형한다. 재판의 과정이 피를 말리게 한다. 피고는 몇 년 간 재판으로 시달리다가 무죄 판결을 받는다. 잘못을 저질러도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는 검찰은 "아니면 말고."하는 식으로 대꾸한다. 2. 정순신 전 검사는 국가수사본부장에서 낙마한 뒤 다음과 같이 말했다. "검찰은 재판에서 이기는 것을 목표로 한다." 국가의 이익을 대변하는 검찰이 정의로움을 저버리고, 승리만을 추구하다니. 그래서 고위층은 벌금형으로 출소하고, 일반인들은 감옥에 갇혀 있는구나. 3. 윤미향 의원은 오랜 소송 끝에 무죄 7건 벌금 1건을 선고받았다. 보수 언론이 검찰을 뒤에서 도왔다. 그동안 윤 의원이 법정에서 겪었던 심적 고통을 아무도 보상해주지 않는다. 윤..

3 내 단상 2023.03.11

서로박: (2) 바슐라르의 학문적 정신의 형성

바슐라르는 학문적 현상들을 하나의 담론을 도출해내는 연결점으로 이해하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서 특정한 현상들이 다른 것들과 어떠한 차이를 드러내며, 어떠한 공통적이고 이질적인 영역을 형성하는가 하는 물음에 따라 정의내려질 수 있습니다. 바슐라르는 학문적 사고가 수학과 관련되는 것으로 이해합니다. 1940년에 간행한 『부정의 철학La Philosophie dy non』에서 그는 아인슈타인 이후의 계몽된 지식을 이른바 변증법적인 합리주의로서 기술하고 있습니다. 바슐라르의 문헌은 특히 미셸 푸코의 담론 이론에 커다란 영향을 끼쳤습니다. 푸코의 『지식의 고고학L’archéologie du savoir』(1969) 그리고 『사물의 질서Les mots et les choses』(1966)는 바슐라르의 문헌이 얼마나..

23 철학 이론 2023.03.09

서로박: (1) 바슐라르의 학문적 정신의 형성

친애하는 B. 오늘은 가스통 바슐라르 (Gaston Bachelard, 1884 – 1962)의 문헌을 살펴보기로 하겠습니다. 오늘 우리가 다루려고 하는 책은『학문적 정신의 형성. 객관적 인식에 대한 어떤 정신분석을 위한 논고 La formation de l’Esprit scientifique. Contribution à une psychoanalyse de la connaissance objective』입니다. 이 책은 1938년에 간행되었습니다. 바슐라르의 연구는 두 가지로 극명하게 나누어집니다. 그 하나는 객관적 인식이론을 가리키는데, 바술라르는 특히 현대 물리학에서 언급되는 양자 역학의 비결정성에 관해서 집요하게 파고들었습니다. 그의 연구 방법론은 형식적 측면에서 구조주의를 채택하고 있는데, 이로..

23 철학 이론 2023.03.09

박설호: "인간은 막힘없이 피어나는 우주의 꽃이다." 윤노빈의 '신생 철학'

1. 『신생 철학』은 현세에서 고통당하며 목숨을 이어가는 분들의 피와 땀과 관계되는 문헌입니다. 그것은 식자들을 위한 현학 서적도 아니고, 부유층 자제를 위한 교재도 아니며, 배부른 자세로 주문을 외는 사제들을 위한 교리서는 더더욱 아닙니다. 그것은 억압과 강제 노동에 시달리며, 무거운 짐을 진 채 살아가는 인간을 위한 지침서와 같습니다. 윤노빈의 『신생 철학』은 세상에서 가장 핍박당하는 민족, 그것도 배달의 민족을 위한 충직한 조언을 담고 있습니다. 그리하여 책은 모든 인위적(人僞的)인 억압, 강제 노동, 감금, 고통, 죽임 등을 분명하게 인지하고, 여기서 벗어나, 새로운 해방 (Exodus)의 삶을 선택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윤노빈이 유대교와 기독교의 메시아사상, 페르시아에서 유래하는 ..

23 철학 이론 2023.03.07

서양 유토피아의 흐름 4 서문

“더 나은 무엇을 갈망하지 않는 인간은 가련하다” (Freud) “희망을 포기하거나 무가치하다고 판단하는 자들은 언제나 회의적 세계관을 지닌 실증주의자들이었다.” (Bloch) “더 나은 미래를 떠올리는 자는 지금 그리고 여기에서 부자유의 질곡에 갇혀 있는 자이다.” (필자) ......................... 희망은 그냥 막연히 누워서 감 떨어지기를 바라는 수동적 자세가 아닙니다. 우리는 “지금 그리고 여기”의 끔찍하고 참혹한 개인적 사회적 정황을 극복하기 위한 노력에서 배울 수 있습니다. 그것아 바로 “터득한 희망docta spes”입니다. 에른스트 블로흐는 “새로운 무엇”을 찾으려는 갈망은 절망과 반대되는 정서가 아니라, “개인과 사회가 차제에 누려야 하는 자유와 평등의 구체적 가능성의 ..

1 알림 (명저) 2023.03.05

서로박: 루카치의 소설의 이론

"소설의 이론"은 루카치가 “거대 서사 (장편 소설)”의 형식에 관한 역사 철학적 시도이다. 이 작품은 1916년 "미학과 일반 예술학을 위한 잡지"에 간행되었다. 루카치의 이 문헌은 에세이와 비평의 시기 -헝가리어로 집필된 "영혼과 형식" 1910, 장르 미학적 출발점이 되는 (독일어로 집필된) "비극의 형이상학" 1911-의 연장선상에서 이해될 수 있다. 동시에 루카치의 상기한 문헌은 나중의 “거대 미학”을 정립하기 위한 중간 단계인 셈이다. 소설의 이론에서 루카치는 해석학적으로 다양하게 축적된 변형 과정을 도출해내고 있다. 이러한 변형 과정은 신낭만주의의 사고 구조 (슐레겔, 노발리스)로부터, 헤겔의 단계적 변증법, 키르케고르의 시기(時期)적 변증법, 솔거 (Solger)의 아이러니 구상 등을 거쳐..

25 문학 이론 2023.03.03

서로박: (2) 하인제의 아르딩겔로

(앞에서 계속됩니다.) 6. 축복 받은 섬에서 이상 국가를 건립하다: 아르딩겔로는 다시 사랑하는 여인을 둘러싼 결투에 휘말려 사고를 치게 되었는데, 이로 인하여 급작스럽게 로마를 떠나야 합니다. 인간과 인간은 소유물이 아닌데도 사람들은 사랑하는 임의 소유를 따지면서 서로 싸우곤 합니다. 아르딩겔로는 이러한 갈등과 질투 그리고 투쟁에 진절머리를 느낍니다. 이러한 사건으로 인하여 두 사람 사이의 편지 교환은 끝이 나고 맙니다. 그렇지만 주인공의 모험적 삶은 계속되어, 아르딩겔로가 축복 가득한 섬을 발견하는 것으로 정점을 이룹니다. 아르딩겔로는 그곳의 축복의 섬에서 이상 국가를 건설합니다. 이상 국가는 여성 공동체로 바탕을 두고 있으며, 이곳 사람들은 아무런 제약 없이 자유롭게 사랑과 연애에 몰두할 수 있습니..

40 근대독문헌 2023.03.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