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3 43

서로박: 황금의 시대와 유토피아

1. 황금의 시대: 친애하는 L, 맨 처음 우리는 “신화에 반영된 유토피아의 상은 어떻게 이해될 수 있으며, 유토피아 연구에서 어떠한 척도로 규정될 수 있는가?”하는 물음과 봉착하게 됩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신화와 유토피아 사이의 관련성에 관한 사항입니다. 고대 사람들도 더 나은 세상에 관한 꿈을 꾸었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우리는 동양의 대동 (大同)에 관한 사고 그리고 무릉도원의 상을 떠올릴 수 있습니다. 서양의 경우 황금의 시대, 아틀란티스 그리고 성서의 에덴동산 등에 관한 신화가 범례로 채택될 수 있습니다. 헤시오도스는 이미 기원전 700년경에 황금의 시대에 관한 신화를 언급했습니다. 이에 관한 이야기는 가장 오래된 상으로서 고대의 문학 작품에서 자주 언급되었습니다. 황금의 시대에 관한 이야기는 ..

26 유토피아 2023.03.20

서로박: (5) 조아키노의 제 3제국에 대한 갈망

(앞에서 계속됩니다.) 23. (부설) 체제 비판과 종교: 신앙의 깊이는 기존 권력의 박해를 통해서 정확하게 측정됩니다. 그 이유는 새로운 신앙이 주어진 현실의 상태를 용인하지 않는 체제 비판적인 자세에서 출발하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은 주어진 현실의 고통을 극복하기 위하여 영성적 믿음이라는 공동의 의지를 표방하려고 했습니다. 그러나 이들의 영성 공동체는 당국의 권력에 의해서 무참하게 짓밟히고 맙니다. 이 경우 진리는 권력의 탄압에 의해서 은폐되고 맙니다. 논의에서 벗어나는 이야기입니다만, 진리에 대한 권력자의 탄압은 이조시대에서도 발생하였습니다. 함석헌의 말을 인용하자면, “중축이 부러진” 이조시대에 그나마 고결한 지조의 처절한 불꽃을 보여준 것이 바로 사육신의 처형과 그들의 비장한 죽음이라고 합니다. ..

38 중세 문헌 2023.03.18

서로박: (4) 조아키노의 제 3제국에 대한 갈망

(앞에서 계속됩니다.) 18. 조아키노가 파악한 성령의 본질 (2): “위로하는 자”라는 표현은 성령이 수행하는 고유한 임무를 포괄하고 있지 않습니다. 성령은 나중에 다시 언급되겠지만 “피의 보복자γοηλ”를 지칭합니다. 그분은 위로하는 자가 아니라, 복수하는 소송인입니다. 다시 말해 부정한 세상에서 정의로움을 위하여 부정과 죄악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이 바로 “원고”로서의 성령입니다. 그게 아니라면 성령은 판관으로 이해될 수도 있습니다. 성령은 오로지 최후의 심판, 다시 말해 마지막의 재판을 통하여 모든 사항에 대해서 정의롭게 판결을 내리는 임무를 지니고 있습니다. 그분은 억울하게 죽음을 당한 사람들의 무죄를 입증하고 그들의 넋을 기릴 뿐 아니라, 죄악에 대한 진범을 가려내어, 그에게 정당한 죗값..

38 중세 문헌 2023.03.17

(단상. 560) 정조의 활쏘기

정조는 마치 신궁 (神弓)처럼 활을 잘 쏘았다. 50 개의 화살 가운데 항상 과녁에 맞춘 것은 49개의 화살이었다. 놀라운 것은 그가 백발백중의 결과를 의도적으로 피했다는 사실이다. 마흔 아홉의 화살을 과녁에 내다꽂은 뒤에 정조는 마지막 한발을 의도적으로 맞추지 않았다. 완벽을 거부했기 때문일까? 아니면 다음의 활쏘기에 스스로 부담감을 느끼지 않으려고 했기 때문일까? 이에 대해서 역사가들은 정확하게 답할 수 있을지 모른다. 챔피언이 된 뒤에 타이틀을 지키는 것은 챔피언을 따기 위해서 부단히 노력하는 일보다, 갑절로 어려운 법이다. 완벽함을 고수하는 일은 어쩌면 신의 행위가 아닌가? 그렇기 때문에 나 역시 정조처럼 모든 일에 있어서 한 가지 잘못을 의도적으로 저지르는 게 나를 위해서 그리고 나의 정신 건강..

3 내 단상 2023.03.16

서로박: (3) 조아키노의 제 3제국에 대한 갈망

(앞에서 계속됩니다.) 13. 천년왕국과 최후의 심판: 세 번째 나라는 아이러니하게도 독일의 파시스트에 의해서 어처구니없는 제 3 제국이라는 용어로 사용된 바 있습니다. 조아키노는 단 한 번도 “제 3의 제국”을 명명하지 않았습니다. 그렇지만 그는 1190년 강림절을 기점으로 세 번째 성령의 시대가 출현하리라고 암시하였습니다. 언젠가는 선한 기독교인들이 다스리는 평등한 시대가 반드시 출현하리라는 것입니다. 그 시점은 아마 1260이 되리라고 조아키노는 예견하였습니다. 이는 바로 천년 후의 그리스도의 재탄생, 다시 말해서 재림을 뜻하는 것으로서, 그 자체 경천동지할 개벽이며, 놀라운 휴거의 사상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리스도 혹은 그리스도의 대리인인 성신 내지는 성령이 재림하는 마지막 심판의 날이 도래하게..

38 중세 문헌 2023.03.16

서로박: (2) 조아키노의 제 3제국에 대한 갈망

(앞에서 계속됩니다.) 7. 세 단계로서의 역사 (1): 조아키노는 오리게네스의 성서 독해의 세 가지 관점을 역사철학에 적용하였습니다. 바로 이 점이야 말로 조아키노의 공로가 아닐 수 없습니다. 오리게네스의 성서 독해의 방법으로부터 도출해 나오는 것은 "역사의 세 가지의 단계”의 발전 과정입니다. 조아키노의 가르침에 의하면 역사는 세 가지 단계가 있다고 합니다. 이 세 단계는 모두 신의 나라를 이룩하려고 하며, 이에 접근하려는 노력과 관련됩니다. 첫 번째 단계는 성부의 역사, 즉 야훼신의 역사를 지칭합니다. 이것은 메시아가 출현하기 이전의 시대에 해당하는, 구약성서에 자세히 서술되고 있는 공포의 시기 내지는 의식된 법칙의 시기입니다. 두 번째 단계는 예수 그리스도의 역사, 다시 말해서 성자의 역사를 지칭..

38 중세 문헌 2023.03.15

서로박: (1) 조아키노의 제 3제국에 대한 갈망

1. 조아키노의 천년왕국설: 중세의 이단적 사상가, 조아키노 디 피오레 (Joachim di Fiore, 1130 - 1202)는 오리기네스의 성서 독해의 세 가지 방법을 다른 각도에서 이해하여, 이를 역사철학에 대입하였습니다. 종말론에 입각한 천년왕국설의 이념은 조아키노에 의해서 처음으로 확립되었습니다. 그의 천년왕국설은 중세의 수많은 작은 기독교 종파에게 빛과 희망을 불어넣어주었으며, 중세 말기에 평신도 운동 그리고 기독교 신비주의 사상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습니다. 천년왕국의 사상에 입각하여 또 다른 세상을 갈망했다는 이유로 이단자로 몰려 처형당한 기독교인들은 참으로 많습니다. 이들의 순교는 오늘날에도 기독교 정신의 꽃으로 추앙받고 있습니다. 그런데 조아키노의 사상을 파악하려면 우리는 12세기부터 서..

38 중세 문헌 2023.03.15

서로박: 프리스의 문학세계 (3)

(앞에서 계속됩니다.) 4. 『비행선』(1) 두 번째 작품, 『비행선 Das Luftschiff』은 『오블라두로 향하는 길 Der Weg nach Oobladooh』과는 달리 동서독에서 공히 1974년에 발표되었습니다. 비행선을 소재로 한 작품은 주로 20세기 이후의 유럽 문학에서는 생텍쥐페리의 일련의 소설 외에는 거의 출현하지 않았는데, 프리스가 이를 문학적으로 형상화시켰습니다. 그렇지만 우리는 생텍쥐페리의 소설과 프리스의 『비행선』을 직접적으로 비교하는 것은 아무래도 무리가 따르리라고 판단됩니다. 왜냐하면 전자가 모성과 이에 대한 일탈이라는 심층 심리적 모티프를 제공하고 있다면, 후자는 시민주의 사회의 부자유와 이에 대한 일탈 욕구라는 어떤 사회학적이자 정치적인 모티프를 제공하기 때문입니다. 소재가 ..

45 동독문학 2023.03.14

서로박: 프리스의 문학세계 (2)

(앞에서 계속됩니다.) 3. 『오블라두로 향하는 길』(2) 어느 날 아를레크는 에스파냐 출신의 이사벨이라는 처녀를 사귀게 됩니다. “낯선 땅의 낯선 여자는 마치 집시처럼 우울한 표정을 짓지만, 가볍고도 강한 사랑의 의지”를 드러내고 있었습니다. (20쪽) 이사벨은 순간적으로 주인공의 마음에 사랑의 불을 지핍니다. 그미의 용모, 말씨 그리고 행동 등 모든 것이 자신의 잃어버린 유년의 흔적을 자극하였습니다. 두 사람은 에스파냐어로 서로 대화를 나누며 친밀하게 지냅니다. 두 사람은 만날 때마다 상대방의 몸을 탐하면서 서로의 사랑을 확인합니다. 아를레크의 눈에는 이사벨이 처음부터 이상적인 처녀로 비칩니다. 에스파냐 그리고 에스파냐의 언어는 주인공에게 고향, 그 이상의 의미를 가져다줍니다. 주인공은 이사벨에게 ”..

45 동독문학 2023.03.14

서로박: 프리스의 문학세계 (1)

1. 서언 친애하는 F, 프리스는 폴커 브라운과 함께 동독 문학에서 가장 중요한 “상상력의 작가”에 해당하지만, 기이하게도 제대로 소개되지 않은 소설가이며 번역가입니다. 그는 1935년 에스파냐의 빌바오에서 태어났고, 제 2차 세계대전이 끝날 무렵 부친의 사망 후에 어머니와 함께 구동독의 라이프치히로 이주하였습니다. 프리스는 김나지움의 과정을 마친 후에 라이프치히 대학에서 영문학, 불문학 그리고 에스파냐 문학을 전공하였습니다. 그에게 영향을 끼친 사람은 라이프치히 대학의 철학자, 에른스트 블로흐, 독문학자, 한스 마이어 그리고 불문학자, 베르너 크라우스들이었습니다. 특히 크라우스는 프리스를 자신의 내제자로 받아들이고, “동독 학술 아카데미”에서 많은 것을 전수한 바 있습니다. 에스파냐의 고전문학 그리고 ..

45 동독문학 2023.03.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