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2 43

박설호: (3) P. M.의 "볼로 볼로"

(앞에서 계속됩니다.) 11. 볼로의 구조와 크기: 모든 볼로는 제각기 사각형의 건축물로 축조되어 있습니다. 건축물은 8층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100미터의 길이 그리고 20미터의 폭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위에서 내려다보면 한 복판에 정원이 위치하여, 사람들의 거주 공간에 사계절 항상 햇빛이 드리워질 수 있습니다. 이러한 건축 형태는 최소한의 시설로 난방비를 절약하려는 의도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사실 북반구의 육지는 남반구의 그것에 비해 다섯 배 크며, 이로 인하여 인구 역시 밀집하게 분포되어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북반구에서 소비되는 에너지는 남반구의 에너지에 비해 월등히 많습니다. 이를 고려한다면, 인간은 어떻게 해서든 자원을 아끼고 절약하며 살아갈 수밖에 없습니다. 또한 나중에 다시 언급되겠지만..

44 20후독문헌 2023.02.07

(단상. 556) "신유물론" "사변적 실재론"

새로운 물질 이론에 관한 관심이 높다. 신유물론에 관한 논의는 과거에 포스트모더니즘이 그러했듯이 유행을 타고 번지는 것 같다. 신유물론은 인류세에 즈음한 생태계 위기의 관점을 반영한 사고의 관점에 근거한 것인데, 1. 물질의 행위성을 강조하는 페미니즘의 관점, 2. 인간과 자연의 동등한 관계를 추구하는 사변적 실재론 등으로 구분된다. 1. 물질의 행위성을 강조하는 페미니즘의 관점: 우리는 몸, 타자, 환경, 지구 등이 물질로 이루어져 있다고 사고한다. "물질Mater"은 세계의 발효하는 모태, 새 생명을 탄생시키는 자궁으로서 "어머니Mutter"에서 비롯한 단어이다. 이 점에 있어서 신유물론은 남녀 평등, 자연과의 공생, 평화의 추구 그리고 절약을 추구하는 공동체의 관습을 연상시킨다. 이러한 삶이야 말로..

3 내 단상 2023.02.07

(명시 소개) 윤동주의 시, 「소년」

여기저기서 단풍잎 같은 슬픈 가을이 뚝뚝 떨어진다. 단풍잎 떨어져 나온 자리마다 봄을 마련해 놓고 나무가지 위에 하늘이 펼쳐있다. 가만히 하늘을 들여다보면 눈썹에 파란 물감이 든다. 두 손으로 따뜻한 볼을 쓸어보면 손바닥에도 파란 물감이 묻어난다. 다시 손바닥을 들여다 본다. 손금에는 맑은 강물이 흐르고, 맑은 강물이 흐르고, 강물 속에는 사랑처럼 슬픈 얼굴 - 아름다운 순이의 얼굴이 어린다. 소년은 황홀히 눈을 감어 본다. 그래도 맑은 강물은 흘러 사랑처럼 슬픈 얼굴 - 아름다운 순이의 얼굴은 어린다. .................. 너: 아름다운 시로군요. 어째서 선생님은 윤동주의 시 가운데에서 이 작품을 선정했는지요? 나: 모든 시는 우리에게 기억의 퍼즐을 안겨줍니다. 기억은 여러 가지 편린의 상..

19 한국 문학 2023.02.06

박설호: (2) P. M.의 "볼로 볼로"

(앞에서 계속됩니다.) 6. 시대 비판, 지구 위의 노동 기계: 상기한 사항을 고려한다면 P. M.이 비판하고자 하는 바는 분명합니다. 자본주의와 국가 중심적 사회주의는 공히 개개인을 억압하고 착취합니다. 지금까지의 문명은 국가 중심으로 이루어져 왔습니다. 이는 문명의 발전에 좋지 못한 영향을 끼쳤습니다. 가령 국가 이기주의는 오랜 시간 동안 전쟁이라는 끔찍한 재앙을 낳았으며, 19세기 이후의 산업 발전이라는 판도라는 현대에 이르러 생태계 파괴라는 잔인한 파국을 인류에게 안겨주었습니다. 특히 국가의 경제부서는 P. M.에 의하면 인간의 존엄성을 짓밟고 있는 “계획적 노동 기계”와 다를 바 없다고 합니다. 그는 “지구 위의 노동 기계”를 “PAM (Planetare Arbeitsmaschine)”이라고 명..

44 20후독문헌 2023.02.06

박설호: (1) P. M.의 "볼로 볼로"

1. 스위스에서 출현한 글로벌 유토피아 『볼로의 볼로』: 1989년 말부터 유럽에서는 생태 공동체 운동이 우후죽순 격으로 탄생하였습니다. 놀라운 것은 1985년 고르바초프의 “개혁과 개방”이라는 슬로건이 세계의 두 강대국 가운데 하나인 소련을 붕괴하게 하였고, 급기야는 1989년 독일에서 베를린 장벽 붕괴의 계기로 작용했습니다. 이후 사람들은 인간의 사회적 삶을 좌지우지하는 것은 더 이상 정치 유토피아가 아니라고 믿었습니다. 문제는 좌우 이데올로기의 대립이 아니라, 전-지구적으로 확산한 생태계의 변화와 환경 파괴의 문제라는 데 인식을 같이하게 된 것입니다. 독일의 경우 통일이 생태 공동체 운동의 확산에 크게 이바지하였습니다. 독일 통일로 인하여 작센, 브란덴부르크 지역에서는 사람이 살지 않는 가옥들이 마..

44 20후독문헌 2023.02.06

서로박: (5) 헉슬리의 유토피아, "섬"

(앞에서 계속됩니다.) 26. 연방주의 자치 공동체, 혹은 크로포트킨의 상호부조: 팔라 섬 공동체는 상호 부조하는 자치 공동체의 정신을 실천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정치적 경제적 시스템은 근대 유럽의 계층적으로 구분되는 정치적 체계 내지 사유재산제도에 토대를 둔 서구 유럽의 경제적 질서와는 근본적으로 다릅니다. 팔라 섬 공동체가 -비록 그 규모에 있어서는 차이를 드러내지만- 지배 구조가 없는 아나키즘의 농촌 공동체를 연상시킨다는 점에서 크로포트킨의 상호부조의 농촌 공동체의 특징을 그대로 반영합니다. (Roszak: 424). 크로포트킨은 『상호 부조. 진화의 동인』(1902)에서 연방주의의 아나키즘에 근거하여 자체적으로 조직화된 코뮌의 가능성을 구상하였습니다. 실제로 팔라 섬에서는 중앙집권적인 정부 형태가..

36 현대영문헌 2023.02.06

정지창: 안삼환의 소설 『도동 사람』을 읽고

경애하는 정지창 교수님의 글을 허락 없이 함부로 퍼왔습니다. 이해 부탁드리면서 OTL .................. 안삼환 교수의 『도동 사람』을 이틀에 걸쳐 다 읽었다. 6백 30쪽에 이르는 두툼한 소설을 이렇게 빨리 읽은 것은 나로서도 놀라운 일이다. 어금니가 탈이 나 치과에 다니느라 오른쪽 볼이 무지근하게 부어오르고 “멀리서 들리는 은은한 포성처럼”(염무웅 선생의 표현) 치통이 지속되는 가운데, 연일 35도를 오르내리는 염천에 머리는 지끈거리고 눈은 침침한데 이 두꺼운 책을 독파하다니! “진정한 학자, 위대한 학자는 그 학술이 반드시 ‘학술의 틀’을 깨고 나와 시적 정취와 통해야 한다.”(真学者、大学者,其学术必能突破“学术套子”,打通诗意。) 『시간의 압력』이라는 에세이로 유명한 중국의 소설가이자 ..

2a 남의 글 2023.02.04

서로박: 브레히트의 '앙리 뒤낭의 기이한 병' (2)

친애하는 H, 눈을 뜨니 유명한 사람이 되어 있었다고 누가 말했던가요? 뒤낭의 책은 그야말로 순식간에 팔려나갔습니다. 수많은 독자들은 뒤낭에게 격려의 편지를 보냈습니다. 더러는 파리로 와서 강연해 달라고 권하기도 했습니다. 파리에서는 뒤낭이 의도하는 국제적인 자선단체가 결성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되어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당시에 뒤낭은 제네바 출신의 약혼녀와의 밀회를 꿈꾸고 있었고, 결혼 전 약 2주일간의 도보 여행을 계획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수많은 편지는 뒤낭의 인류애를 자극했습니다. 그리하여 그는 약혼녀와의 도보 여행 계획을 포기하고, 국제 자선 단체에 참가하기 위하여 프랑스 파리로 떠났습니다. 친애하는 H, 뒤낭은 멋지게 차려입고, 군인들의 비참한 삶과 죽음에 관해 강연하기 시작했습니다. 뒤낭의..

46 Brecht 2023.02.04

서로박: 브레히트의 '앙리 뒤낭의 기이한 병' (1)

친애하는 H, 오늘 브레히트의 단편 「앙리 뒤낭 씨의 기이한 병 Die seltsame Krankheit des Herrn Henri Dunant」에 관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작품은 당신에게 두 가지의 중요한 사항을 전해주리라고 생각됩니다. 그 하나는 앙리 뒤낭과 적십자 운동 및 사회복지에 관한 문제이며, 다른 하나는 브레히트가 고심했던 자아의 이익과 사회의 이익 사이의 모순관계에 관한 문제입니다. 작품은 1942년에 집필되었지만, 훗날에야 비로소 발표되었습니다. 이 작품은 1967년 주어캄프 출판사에서 간행된 브레히트 전집에 빠져 있었는데, 이년 후에 “보충 판 Supplement”에 비로소 수록되었습니다. 따라서 이 작품은 아직 한국어로 번역 소개되지 않은 것입니다. 당신도 아시다시피 국제 적십자사는..

46 Brecht 2023.02.04

서로박: (4) 헉슬리의 유토피아, "섬"

(앞에서 계속됩니다.) 19. 힌두교가 가미된 불교 신앙과 등산: 팔라에서는 등산이 중요한 인생 훈련으로 정해져 있습니다. 학생들은 시련을 통해 극기를 터득합니다. 또한 힌두교와 불교가 가미된 영성적 분위기 속에서 그들은 모든 마음과 육체의 긴장을 떨칩니다. 다시 말해서 무념무상, 해탈의 경지에 들어 생명과 죽음이 화해하는 신선의 경지에 들어 일체감을 맛보려고 하는 것은 어른들만의 몫은 아닙니다. 팔라 인들은 끝없는 생성과 소멸의 자연우주 속에서 모크샤를 사용하여 황홀경에 빠지고, 지금 여기에서의 순간적 깨달음과 해방을 만끽합니다. 그들은 팔라의 정치, 생활철학을 담은 기록을 계속 읽으면서 마이슈나 덕택에 건강하고 행복해 보입니다. 윌은 여러 번에 걸쳐 학교를 방문하여 팔라의 교육현장을 직접 찾아갑니다...

36 현대영문헌 2023.02.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