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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설호: (2) P. M.의 "볼로 볼로"

필자 (匹子) 2023. 2. 6. 11:19

(앞에서 계속됩니다.)

 

6. 시대 비판, 지구 위의 노동 기계: 상기한 사항을 고려한다면 P. M.이 비판하고자 하는 바는 분명합니다. 자본주의와 국가 중심적 사회주의는 공히 개개인을 억압하고 착취합니다. 지금까지의 문명은 국가 중심으로 이루어져 왔습니다. 이는 문명의 발전에 좋지 못한 영향을 끼쳤습니다. 가령 국가 이기주의는 오랜 시간 동안 전쟁이라는 끔찍한 재앙을 낳았으며, 19세기 이후의 산업 발전이라는 판도라는 현대에 이르러 생태계 파괴라는 잔인한 파국을 인류에게 안겨주었습니다.

 

특히 국가의 경제부서는 P. M.에 의하면 인간의 존엄성을 짓밟고 있는 “계획적 노동 기계”와 다를 바 없다고 합니다. 그는 “지구 위의 노동 기계”를 “PAM (Planetare Arbeitsmaschine)”이라고 명명합니다. 문제는 지구 위의 노동 기계가 고유의 동력으로 작동된다는 데 있습니다. 경제 부처가 작동시키는 재정 규모는 너무나 어마어마하여, 거대한 시스템의 동력으로 굴러가고 있습니다. 문제는 지구 위의 자동 기계가 너무나 강대한 세력을 지니고 있으므로 인위적 제어 장치에 의해서 그 움직임이 멈추어지지 않는다는 데 있습니다.

 

7. 노동 기계의 놀라운 메커니즘: 모든 개개인들의 경제적 삶은 지구 위의 노동 기계에 종속되어 있습니다. 개개인들은 상호 소통하고, 힘을 합쳐서 노동 기계에 저항할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그들에게는 경제적 부속품으로 살아가기 빠듯하기 때문에, 자신의 삶을 비판적으로 성찰하고, 문제의 핵심 사항을 간파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 또한 주어져 있지 않습니다. 사회는 개별적 인간을 임금으로 그리고 보이지 않는 폭력으로 짓밟고 있습니다.

 

가령 자구 위의 노동 기계는 자신이 의도하는 바대로 개개인의 노동 시간을 설정합니다. 대부분의 인간은 고용주의 요구에 따라 일하고, 국가의 원칙에 따라 세금을 납부합니다. 요약해서 말하자면 대부분의 인간은 지구상의 노동 기계가 계획하고 추진하는 경제 메커니즘에 종속되어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를 경제학적으로 표현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국가 내지 경제 부처라는, 거대한 힘을 지닌 기계는 자신의 부속품에 대해 더욱 훌륭하고 멋진 방법으로써 간섭하고 조종할 수 있습니다.

 

8. 국가의 시스템에 대한 근본적인 비판: 흔히 사람들은 이를테면 동구의 사회주의 국가가 사회 보장제도라는 제도를 통해서 자본주의 국가보다도 더욱 잘 보살핀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그 자체 잘못된 것입니다. 사회보장 제도의 도입은 서유럽 국가에 의해서 도입된 바 있으므로, 두 개의 서로 다른 체제를 비교할 때 하나의 설득력을 지닌 시금석이 되지 못합니다. 국가중심의 사회주의를 표방하는 나라가 행하는 폭력은 자본주의 국가가 행하는 폭력만큼 악랄하고 지독하다고 합니다. 왜냐면 사회주의를 표방하든, 자본주의를 표방하든 간에 국가는 중앙집권적인 지배를 통해서 개개인을 억압하고 착취하기 때문입니다.

 

이와 관련하여 작가는 다음과 같이 주장합니다. 즉 국가의 모든 형태는 기계의 독재의 형태와 같다고 합니다. (Bolo’ Bolo: 28f.) 자본주의 국가의 경우 부르주아의 횡포가 문제라면, 사회주의 국가의 경우에는 프롤레타리아 독재의 횡포가 문제가 되는 게 아니라, 국가의 관료들의 횡포가 문제입니다. 그리고 제 3세계의 경우 신식민주의의 자본가와 독재자들이 문제가 됩니다. P. M.은 이 모든 사항을 지구 전체의 관점에서 비판적으로 고찰하고 있습니다.

 

9. 제 3세계의 인민과 원자재의 착취: P. M.은 지구상의 국가를 세 개로 구분합니다. 서구의 자본주의 국가들, 국가 중심의 사회주의를 실천하는 국가들 그리고 제 3세계가 이에 해당합니다. 여기서 우리는 개발 도상 국가가 제 3세계로 편입되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제 3세계는 주지하다시피 여러 가지 생산품을 위한 원자재를 충당하고, 값싼 노동력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때 제 1세계는 비산업적이고 경제적 군사적으로 아무런 희망이 없는 제 3세계의 국가에 대한 제 1세계의 착취를 신랄하게 비판합니다.

 

제 3세계에서 살아가는 사람들 역시 인간답게 행복하게 살아갈 가치가 있다는 게 P. M.의 지론입니다. 가난한 자와 부유한 자는 대체로 사회적 구조 내지 정황이 만들어낸 존재들과 같습니다. 그렇기에 중요한 것은 사회적 체제와 정치 경제적 질서를 바꾸는 일이 중요합니다. 이를테면 잘 사는 나라와 못사는 나라로 변화되어 있는 지구상의 경제 구도는 청산되어야 한다고 P. M.은 믿고 있습니다.

 

 

10. 볼로스 내의 자유로운 삶: 다양한 생태 공동체, 볼로스는 개인의 자유를 최대한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한마디로 볼로는 자연으로서의 지구를 망치지 않고, 인간의 신경을 건드리지 않으며, 후손의 미래 삶에 도움을 주기 위해서 만들어낸 이성적인 공동체의 기본 구조와 같습니다. 볼로의 사람들은 국가의 행복 대신에 자신의 행복을 가장 우선시하면서 생활합니다. 하나의 볼로는 약 500명으로 구성되어 있지만, 개별 사람들은 자신에게 주어진 여건에 따라 가입하고 탈퇴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500명의 수로 제한된 것은 작가의 깊은 숙고에 의한 것입니다.

 

소통 이론에 의하면 인간은 150명까지 어떠한 형식과 구조의 도움 없이 자연스럽게 의사소통할 수 있다고 합니다. 그렇기에 볼로의 회원 수는 150명보타 많아야 한다고 합니다. 만약 회원 수가 1000명을 넘어서면, 공동체의 경영을 위해서 전문적인 엘리트를 필요로 합니다. 그렇게 되면 관료주의 체제가 도입될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볼로 사람들은 자신의 뜻과 합당한 사람들을 모아서 하나의 새로운 공동체를 창립할 수 있습니다. 볼로는 국적, 인종, 사회적 계급 그리고 성별에 따른 어떠한 차별도 용납하지 않습니다. 공동체는 회원들에게 식사, 숙소를 제공합니다. 회원들은 의료비를 지출하지 않고도 공동체 내에서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습니다. 개별 볼로들은 서로 구분되어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서로 담을 쌓고 지내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그 반대입니다. 사람들은 여러 가지 수단을 동원하여 서로 소통하고 사회적 네트워크를 창의적으로 건설합니다.

 

(계속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