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에서 계속됩니다.) B: 그런데 한 가지 지적할 게 있습니다. 일본군인 가운데에서 지금까지 한 사람도 자신의 과거의 죄를 공공연하게 드러내며 양심적으로 고백하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일본군인 가운데 지금까지 단 한 사람도 여성을 능욕한 다음에 살해한 범죄를 공개적으로 밝힌 적이 없었습니다. 기이하지 않습니까? A: 기이하다기 보다는, 그것은 우리의 소름을 돋게 하는 집단적 망각입니다. 가령 전후 시대의 독일을 생각해 보세요. 유대인들에게 해악을 끼쳤던 독일 사람들은 수치심을 의도적으로 은폐하려고 했습니다. 과거의 죄는 나와는 무관하다고 생각하는 마음가짐은 독일인 자신의 감정을 차단하는 심리적 방어기제가 된다는 것입니다. (박설호: 호모 아만스. 치유를 위한 문학 사회심리학, 울력 2017, 116쪽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