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2 43

서로박: 시도니 가브리엘 콜레트의 "방랑 여인"

19세기 유럽에는 남성 중심적 이데올로기가 횡행하고 있었다. 당시 사회는 글 쓰는 여성들에게 적대적이었다. 여성들에게는 작품을 발표하는 기회조차 거의 주어지지 않았다. “아니, 여성이 집에서 살림만 살 것이지, 무슨 대단한 영화를 누리려고 작가로 활동하려고 하는 거야?” 이렇게 생각하는 게 당시 사회의 지배적인 통념이었다. 그렇기에 여성 작가 지망생들은 남자들에 의해서 철저히 짓밟히고, 기만당하며, 버림받기 일쑤였다. 시도니 가브리엘 콜레트 (Sidoni-Gabrielle Colette, 1873 – 1954)의 삶 역시 이러한 비극을 피해갈 수 없었다. 콜레트는 1873년 프랑스의 부르고뉴에서 퇴직 장교의 넷째 딸로 태어났다. 아버지가 경제적으로 몰락하게 되어, 그미는 세 언니와는 달리 정규 교육을 받..

32 근대불문헌 2023.02.21

서로박: 브레히트의 "두 아들"

(작품 줄거리) 브레히트의 단편, 「두 아들」은 미국에서 씌어졌다. 사람들은 1946년이라고 추측한다. 단편의 줄거리는 비교적 간단하다. 1945년 1월 히틀러 전쟁이 끝나기 전에 튀링겐 지방의 어느 농부 여자는 꿈을 꾼다. 출병하여 전선에 근무하던 아들이 어머니, 하고 자신을 부르는 것이었다. 비몽사몽간에 그미는 정원으로 나갔는데, 펌프 옆에서 아들이 우두커니 서 있는 것을 본다. 그러나 젊은 남자는 자신의 아들이 아니라, 젊은 소련군 포로였다. 소련군은 포로로 잡혀서 힘들게 사역하고 있다. 며칠 후에 그미는 숲에서 일하는 포로들에게 음식을 날라주었는데, 이때 젊은 포로의 얼굴은 분명히 자신의 아들의 그것은 아니지만, 순간적으로 아들로 보였던 것이다. 이러한 인상은 자주 발생한다. 어느 날 젊은 소련 ..

46 Brecht 2023.02.20

서로박: 브레히트의 '갈릴레이의 삶' (2)

(앞에서 계속됩니다.) 10. 천체 물리학 연구의 위험성: 그런데 문제는 다음의 사실에 있었습니다. 이성에 대한 신념 내지 대단한 학문적 열정은 역설적으로 주인공의 정치적 감각을 무디게 만든다는 사실 말입니다. 갈릴레이는 보다 많은 수입 때문에 베네치아 공화국을 떠나, 피렌체로 거주지를 옮깁니다. 갈릴레이는 수학자였습니다. 그러나 수학의 원리만으로는 생계를 유지하고 학문에 몰두하는 데 어려움을 겪습니다. 그래서 그는 응용학문에 관심을 기울입니다. 그것은 천체물리학으로의 방향 전환이었습니다. 가끔 물 펌프를 생산하고 망원경을 제조하여, 그게 자신의 발명이라고 공언하는 경우를 생각해 보세요. 그런데 갈릴레이는 천체 물리학의 연구가 궁극적으로 체제의 전복을 낳게 되는 뜨거운 감자라는 사실을 사전에 간파하지 못..

46 Brecht 2023.02.20

서로박: 브레히트의 '갈릴레이의 삶' (1)

1. 『갈릴레이의 생애』의 다양한 판본: 브레히트의 가장 위대한 작품 가운데 하나인 ?갈릴레이의 생애 Leben des Galilei?는 여러 원고로 집필되었습니다. 각 원고들은 주제상의 편차를 지니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정교하게 기술된 이 작품은 브레히트의 작품들 가운데에서 가장 난해한 것들 가운데 하나입니다. 제 1원고는 1938/ 39년에 덴마크에서, 제 2원고는 1945/ 47년에 미국에서, 마지막 제 3원고는 1954/ 56년에 집필되었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제 1원고를 덴마크 판으로, 제 2원고를 캘리포니아 판으로, 제 3원고를 베를린 판으로 명명합니다. 특히 제 3원고는 제 2원고에 비해 내용상으로 커다란 차이를 드러내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제 1원고와 제 2원고는 작품의 형상화에 있어서 ..

46 Brecht 2023.02.20

페미니즘과 아마존 여성들

사람들은 오늘날의 사회를 "페모크라티 Femokratie"라고 명명하곤 합니다. 이 단어는 페미니즘과 데모크라티가 합성된 조어입니다. 그만큼 평등한 삶을 갈망하는 여성들의 외침이 커졌다는 말이기도 합니다. 사람을 능력에 따라 인정해주지 않고, 성별로 구별하여 차별하기 때문에 여성들의 불만이 높아졌습니다. 이와 병행하여 남자들 사이에서 여성 혐오의 감정 역시 퍼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것은 혐오라기보다는, 작은 사내들의 여성에 대한 증오의 감정으로 명명되는 게 타당할 것입니다. 왜냐하면 혐오란 약자의 감정이 아니라, 강자의 감정이기 때문입니다. 혹자는 몇몇 정치가를 혐오합니다. 이로써 그는 도덕적으로 그리고 인간적으로 그들보다도 훨씬 낫다고 믿습니다. 캐리커쳐는 여성의 소외를 그대로 말해줍니다. "신디? ..

12 세계 문화 2023.02.20

레이 토마스의 노래: "부유 (浮遊) Floating"

다음을 클릭하면 노래를 들을 수 있습니다. (3분) Floating-The Moody Blues - YouTube "플로팅"은 1969년에 발매된 무디 블루스의 앨범 "우리의 아이들의 아이들의 아이들에게To our Children's Children's Children"에 실린 곡이다. 레이 토마스는 플루트 연주자이자, 가수인데 아폴로 11호 우주인을 생각하면서 이 곡을 만들었다. 레이 토마스는 미국의 심리학자, 티모티 러리 (Timothy Leary, 1920 - 1996)의 심리 치료에 열관한 바 있다. 러리는 심리 치료를 위하여 LSD 복용을 사용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가령 LSD는 러리에 의하면 심적으로 고통을 당하는 인간이 마음을 안정시키는 데에 큰 도움을 준다는 것이다. 이러한 주장은 미국에..

6 musica e 2023.02.19

서로박: 푸코의 "광기와 비-이성"

1. 일단 푸코의 문헌에 관해서 가급적이면 필자의 주관적 견해를 배제하고 일단 요약해보기로 한다. 미셸 푸코 (M. Foucault, 1926 - 1984)의 "광기와 비이성 (Folie et déraison)"은 1961년 파리에서 처음으로 발표되었다. 푸코는 초기 저작물인 본서에서 프랑스를 예로 들면서, 이른바 한계 경험에 관한 어떤 “문화”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레비스트로스와 관련하여 그는 특정한 사회가 다른 특정한 사회와 어떻게 다르며, 이러한 다른 점이 어떻게 하나의 고유한 문화를 구성하고 있는가? 하고 묻는다. 차단 메커니즘을 규정짓는 시스템 가운데에서 푸코는 “정상적”인 것과 “병적”인 것이라는 대립을 집중적으로 고찰한다. 푸코의 문화사적 서술에서 “광기”는 하나의 일원적 연구 대상으로서 ..

23 철학 이론 2023.02.18

(단상. 557) 박설호: "순수한 "행복이 있는가?

1. 기쁨은 의외로 슬픔과 괴로움이 첨가될 때 두배 이상 감지된다. 2. 맛없는 식자재는 영양이 풍부하다 (당근, 토마토, 시금치 등). 맛있는 음식은 건강에 적신호다. (과자, 빵, 아이스크림) 맛과 영양을 뒤섞으면, 최상의 요리가 완성된다. 3. 무위당 장일순 선생님 : "병든 왼쪽 다리를 지니면, 건강한 오른쪽 다리를 바라보면서 왼쪽 다리를 사랑하게 되지요." 4. 순혈주의는 정치경제학적으로 파시즘을 잉태하였다. 순수 인종을 고수하려는 욕구는 생물학적으로 끔찍한 유전병을 낳는다. 소설 "몽테크리스토 백작 Le Comte de Monte-Cristo"은 근친상간으로 인해 끔찍한 유전병에 시달리는 왕족을 묘사한 바 있다. 드니 디드로 Denis Diderot는 가장 바람직한 인간을 혼혈인 크레올에서 발..

3 내 단상 2023.02.17

서로박: 쥘리앵 그린의 "표류물" (2)

7. 상호 의존적 인간 그리고 사랑으로 향하는 방랑: 필리프는 자신의 권태를 달래기 위해서 자주 영화관을 찾는데, 이러한 장면 역시 주인공의 지루한 비극을 그대로 말해주고 있습니다. 말하자면 지루함은 필리프의 경우 존재론적 차원에서의 어떤 불안과 연결됩니다. 필리프는 사회적인 측면에서 그리고 사적인 사랑의 삶에서 실패한 인간으로 나타납니다. 주인공에게는 자신의 절망을 파악하고 이해해주는 대상이 필요합니다. 그렇기에 필리프는 아들에게 집착하게 됩니다. 두 남자는 이런 식으로 제각기 위태로운 관계를 형성할 수밖에 없습니다. 말하자면 아버지의 무기력함은 아들의 존재라는 무의미한 받침대에 지탱하게 되고, 아들의 무의지는 편안함을 보장해주는 아버지의 재산에 의해 수동적으로 채워진다고 할까요? 엘리안은 집을 뛰쳐나..

33 현대불문헌 2023.02.17

서로박: 쥘리앵 그린의 "표류물" (1)

1. 끈 떨어진 뒤웅박: 쥘리앵 그린 (Julien Green, 1900 – 1998)은 20세기 전반부에서 활동한 프랑스 작가인데, 작품의 특성은 삶의 깊은 의미를 냉엄한 필치로 서술한다는 점에서 작가, 프랑스와 모리아크 (Francois Mauriac, 1885 - 1970)를 방불케 합니다. 그린의 부모는 청교도 신자인 영국계 미국인인데, 프랑스에서 살았습니다. 그래서 어린 그린은 영어와 프랑스어를 동시에 습득할 수 있었습니다. 1914년 어머니가 사망한 다음에 그는 아버지와 함께 일시적으로 가톨릭으로 개종하기도 했습니다. 그린의 관심사는 이성에 교묘하게 작용하는 인간의 감정을 섬세하고도 냉철하게 서술하는 일로 향하고 있습니다. 그가 묘사하는 세계는 아무런 출구가 없는 감옥과 같은 세상입니다. 등장..

33 현대불문헌 2023.02.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