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 고대 문헌

서로박: 롱고스의 "다프니스와 클로에" (1)

필자 (匹子) 2023. 2. 27. 17:58

1. 잘 알려진 고대의 연애 소설: 친애하는 L, 오늘은 고대의 연애 소설, 『다프니스와 클로에』에 관해서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이 소설은 고대 그리스의 연애 소설 가운데에서 어떤 독자적인 유형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놀라운 것은 작가가 등장인물의 애틋한 사랑의 감정을 충실히 묘사했다는 사실입니다. 그렇기에 그의 작품은 현대적 분위기를 더욱 고조시키기에 충분합니다. 롱고스의 문장은 수려하며, 사건과 등장인물의 마음을 세밀하게 그리고 리드미컬하게 묘사한다는 점에서 과히 독보적인 작품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특히 놀라운 것은 각 장을 봄, 여름, 가을 그리고 겨울로 나누어놓은 것도 농부의 작업을 위한 달력을 연상시키게 합니다. 봄이 사랑의 싹트는 시기라면, 여름은 사랑이 만개하는 시기이며, 가을은 사랑과 성에 대한 남녀의 갈망이 결실을 맺는 시기이며, 겨울은 다시 내면으로 침잠하는 시기입니다. 이는 식물들이 흙에서 세상으로 나와서 꽃을 피우다가, 다시 땅 속으로 되돌아가는, 이른바 생명의 순환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오르페우스의 신화를 떠올리게 합니다. 작가, 롱고스의 삶에 관해서는 지금까지 알려진 게 아무 것도 없습니다. 그저 그가 기원후 2세기 말부터 3세기 초에 레스보스에 살았다는 것만 전해질 뿐입니다. 소설의 마지막 부분에는 롱고스라는 이름 대신에 로고스 λόγος라고 기술되어 있는 것으로 미루어 필명으로 사용된 게 확실합니다.

 

2. 작품은 전원적인 목자 문학의 전통을 답습하고 있다.: 롱고스의 작품은 세 가지 이유에서 어느 정도 참신한 독창성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첫째로 대부분의 고대 소설이 사랑하는 두 남녀의 이별과 역경 그리고 재회를 시간 순서대로 묘사하고 있는 데 반해서, 『다프니스와 클로에』의 경우 목자의 두 자녀가 어릴 때부터 함께 자라서 서서히 연정을 품게 되는 과정을 서술합니다. 둘째로 문학적 배경에서 다른 고대 소설과는 현격한 차이를 드러냅니다. 고대의 다른 연애소설에서는 지상의 수많은 지역이 언급되고 모험적인 이야기가 가미되고 있는 반면에, 롱고스의 소설에서는 레스보스에 있는 영지와 군주의 영토에 국한되어 있습니다. 그럼에도 소설의 흥미가 약화되지 않는 것은 작가의 섬세한 서술방식 때문으로 이해됩니다.

 

셋째로 대부분의 고대 소설이 모험적인 이야기와 사랑의 이야기를 가미하는 반면에, 롱고스의 소성에서는 농촌의 새로운 희극적 특성이 주도적으로 드러나고 있으며, 헤어진 부모와 마지막에 뜨겁게 해후하는 이야기가 전개되고 있습니다. 이는 기원전 3세기에 활동했던 테오크리토스 Theokritos 그리고 기원전 1세기에 살았던 로마의 시성, 베르길리우스 Vergilius의 이른바 목가적 전원 문학을 반영한 것으로서 농촌의 소박하고 안온한 삶을 독자에게 전해주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다프니스와 클로에』는 고대의 목가적 전통을 이어받은 작품으로서 오늘날 전해 내려오는 유일한 문헌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3. 봄의 이야기: 소설이 전개되기 전에 작가는 독자에게 다음과 같은 에피소드를 들려줍니다. 다프니스와 클로에는 강보에 싸인 채 어딘가 인적이 드문 곳에 버려졌는데, 양치기 라몬과 드리야스에 의해서 발견됩니다. 두 사람은 각자 영아를 한명씩 맡아서 그들을 마치 친아들과 친딸처럼 보살피며 키웁니다. 비록 농촌의 살림이 풍족하지는 않았지만, 다프니스와 클로에는 안온하고 따뜻한 분위기 속에서 자연을 벗 삼아 무럭무럭 자라납니다. 농촌 아이들이 행하는 여러 가지 놀이는 그들에게 우정을 안겨주고 즐거움을 안겨줍니다.

 

작가는 어린 두 남녀의 이야기를 따뜻한 봄날로 묘사하고 있습니다. 소년과 소녀는 어릴 때부터 상대방에게 호감을 지니며, 가까이 다가가려고 합니다. 내심 무언가에 애착을 느끼면서 이를 동경합니다. 그것은 유년기에 느끼는 흐릿하지만 달콤한 사랑이었습니다. 두 사람은 침대 아래에서 서로 포옹하지만, 정작 유년의 사랑이 무엇을 뜻하는지, 삶에서 과연 어떠한 의미를 지니는지 정확히 알지는 못합니다. 여름이 가까워지자, 두 사람은 상대방에게 말못할 애착을 느끼게 됩니다. 그들은 제각기 몸과 마음을 원하지만, 그렇게 할 수 없다는 게 다프니스와 클로에의 마음을 아프게 합니다.

 

4. 여름의 이야기: 다프니스와 클로에는 상대방에 대해 사랑하는 마음을 느낍니다. 그렇지만 사랑이 무엇인지 아직 알지 못합니다. 다프니스는 이제 15세의 소년이고 클로에는 13세의 소녀였습니다. 그런데 하나의 사건이 발생합니다. 어느 날 레스보스 섬에 해적들이 당도하여, 여러 가지 물품들을 강탈하려 한 것이었습니다. 이곳 사람들은 해적들에게 대항하지 않고, 어디론가 숨거나, 그들에게 생필품과 귀중품을 내어줍니다. 문제는 해적들이 튼실하게 자라난 다프니스를 생포하여 다른 나라로 데리고 가려고 하는 데 있었습니다. 아마도 노예로 팔아넘기려는 것 같았습니다.

 

이때 클로에는 다른 목자와 함께 기지를 발휘하여 다프니스를 구출해냅니다. 출범 하루 전에 레스보스 사람들은 해적들에게 술과 고기를 대접합니다. 그들이 취한 틈을 타서 클로에는 해적들의 배에 수감되어 있던 다프니스를 탈출시킵니다. 이후에 라몬과 드리야스는 다프니스와 클로에를 험준한 산속으로 데리고 가서 그곳에서 몇 달 숨어 지냅니다. 다프니스는 해적들에 의해 맞아서 온 몸에 피멍이 들어 있었습니다. 이 시기 동안에 클로에는 다프니스가 행여나 목숨을 잃을까봐 발을 동동 구르며 걱정합니다.

 

(계속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