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12 44

박설호: (2) B. 트라벤의 망각된 독일 문학

(앞에서 계속됩니다.) 3. 트라벤의 이력 “오 누가 한번 다른 사람으로 거듭날 수 있을까!” (뷔히너: 「레옹세와 레나」) 호적을 말소시키는 일 - 그것은 트라벤의 소설에서는 혁명가의 행위로 묘사되고 있다. 스스로 선택한 나라, 멕시코는 트라벤에게는 증빙 서류에 관해 묻지 않는 땅이었다. 이곳에서는 이름, 직업, 출신지, 행선지 등을 묻는 게 거의 모욕적 질문으로 간주되니까 말이다. 1924년 멕시코에 도착했을 때 트라벤은 스스로를 지금까지 끌고다녔던 마루트라는 이름을 팽개치고, 자신을 B. 트라벤 토르스반이라고 칭하였다. 언젠가 그는 토로했다. “나는 하나의 조국을 가지고 있지요, 선생님. 그것은 나 자신이랍니다.” 그렇다면 트라벤은 어떻게 유럽에서 살다가 도주했는가? 처음에 B. 트라벤/ 마루트는 ..

43 20전독문헌 2022.12.27

박설호: (1) B. 트라벤의 망각된 독일 문학

1. 들어가는 말 “삶이란 당사자가 쓴 책보다도 더 가치 있다.” (트라벤) “내 책에서 당신은 나의 모든 것을 발견할 것입니다. 작가를 무시하고, 작품을 논하세요. 내가 무엇에 대해 어떻게 완강히 저항했는가를. 그게 공산주의든, 볼셰비즘이든 간에.” (트라벤) 본고의 목적은 망각된 독일 작가, B. 트라벤 (1882? - 1969)의 초기 작품의 분석을 통해 유럽 문명의 이윤 추구적 특성, 개인을 억압하고 조종하는 전체주의 그리고 권위주의적 소시민적 관료주의 등에 대한 작가의 비판을 규명하려는 데 있다. 트라벤의 문학은 모험 문학 그리고 오락 문학의 범주에 들지 않는다. 그것은 톨스토이나 잭 런던 Jack London보다는 오히려] 철학적 혁명가로서의 기질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헨리 토로 H. Thor..

43 20전독문헌 2022.12.27

서로박: (2) 유르스나르의 "검은 작품"

(앞에서 계속됩니다.) 7. 소설의 구도는 연금술의 과정으로 진행되고 있다.: 소설은 마치 교양 소설과 같은 특징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세 단락으로 나누어집니다. 세 단락은 마치 연금술의 세 단계를 연상시키기에 충분합니다. 가령 연금술의 첫 번째 단계인 흑(黒)은 방랑의 삶을 가리키고, 두 번째 단계인 백 (白)은 정적의 삶을 가리키며, 연금술의 세 번째 단계인 적(赤)은 영어(囹圄)의 삶을 지칭합니다. 소설의 이러한 구도는 자유에서 구속으로, 삶에서 죽음으로 현상적 세계에서 암흑의 세계로 변화되는데, 우리는 여기서 인간과 세계의 본질을 파고들려고 하는 작가의 관점을 추체험할 수 있습니다. 분명한 것은 다음과 같습니다. 연금술, 학문의 연구 그리고 깨달음으로 향한 노력은 신에게 자신을 의탁하려는 믿음과는..

33 현대불문헌 2022.12.24

서로박: (1) 유르스나르의 "검은 작품"

1. 유랑하는 작가, 영원한 이방인: 친애하는 Y, 오늘은 마르그리트 유르스나르 (Marguerite Yourcenar, 1903 – 1985)의 소설 한 편을 다루어보려고 합니다. 그미는 벨기에 출신의 미국 작가인데, 본명은 마르그리트 드 크레이엥쿠르입니다. 유르스나르는 일찍 어머니를 여의었으므로 할머니의 보살핌을 받고 성장했습니다. 정치적으로 혼란한 시기에 아버지와 함께 유럽 그리고 중동 지방에서 유랑하면서 살았습니다. 1935년 산문시집 『불Feux』을 간행했습니다. 이때 편집자였던 앙드레 프레노 (André Fraigneau, 1905 – 1991)를 사랑하게 되었는데, 앙드레는 동성연애자였기에 그미의 사랑 고백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없었습니다. 2. 자신의 반려를 동성에서 찾다.: 1937년..

33 현대불문헌 2022.12.23

서로박: 클라이스트의 '홈부르크 왕자'

친애하는 H, 오늘은 하인리히 폰 클라이스트의 「홈부르크 왕자」에 관해서 살펴보기로 하겠습니다. 작품은 5막으로 이루어진 비극으로서 1809년에서 1811년 사이에 완성되었습니다. 클라이스트가 1811년 베를린의 반호숫가에서 권총자살로 삶을 마감했다는 사실을 감안한다면, 그가 생전에 공연을 기대하지 않았다는 것은 아마도 자명한 사실입니다. 작품은 클라이스트가 죽은 뒤 10년 후인 1821년에 빈에서 처음으로 공연되었습니다. 클라이스트의 모습 사건은 1618년 페어벨린 전투가 발발하기 하루 전날의 왕궁에서 사건이 발생합니다. 홈부르크 왕자는 몽유병자입니다. 잠자다가 벌떡 깨어나서, 페어벨린의 정원에서 월계수를 쓴 채 이곳저곳을 돌아다닙니다. 놀라운 것은 그가 전쟁의 승리자로 자처하며, 헛소리를 중얼거린다는..

41 19전독문헌 2022.12.20

서로박: 뒤러의 '멜랑콜리아 I'

뉘른베르크에 있는 알브레히트 뒤러 하우스 친애하는 J, 알브레히트 뒤러 (1471 - 1528)의 그림에 대해 커다란 애착을 느끼곤 합니다. 그의 그림들은 신에 대한 깊은 신앙심 그리고 변화하는 세계를 진지하게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그 때문에 나는 유학의 기간 동안 뉘른베르크에 있는 뒤러하우스를 몇 번 찾아 갔습니다. 뒤러는 평생 동안 수많은 작품을 남겼습니다. 그는 가난과 폭정 그리고 종교개혁이 난무하던 시대에 살았습니다. 예컨대 그가 21세가 되던 해에 신대륙이 발견되었으며, 46세가 되던 해에는 마르틴 루터가 종교 개혁을 일으켰고, 54세의 나이에는 독일에서 뮌처에 의해서 농민 혁명이 발발하였습니다. 뒤러는 자신의 개혁적 지조 그리고 세상과 세상 사람들에 대한 애정을 그림으로 표현하였습니다. 그리하..

11 조형 예술 2022.12.19

김시습: 짚신 신고 발길 닿는대로

김시습의 시비는 수락산 중턱에 위치하고 있다. 그는 세상의 곤궁함 그리고 후안무치한 세조의 폭정에 항거하며, 평생 죽은 사람처럼 숨어 살았다. 더러운 세상, 살아 무엇하는가? 하고 푸념하면서... 살아 죽은 목숨이다. 기개 있던 여섯 분은 죽어 살아있는데, 아, 나는 살아 죽어 있다. 그래도 후세인들은 뒤늦게 그의 시를 접하며, 생육신의 어떤 기개를 읽게 된다. 오늘날은 어떠한 시대인가? 과연 후안무치한 시정잡배들이, 오만한 졸부들이 사통팔달 돌아다니며, 자신의 힘을 남용하며 활개치는 시대 아닌가? .................................................... 終日芒鞋信脚行 一山行盡一山靑 心非有像奚形役 道本無名豈假成 宿霧未晞山鳥語 春風不盡野花明 短筇歸去千峯靜 翠壁亂煙生晩晴..

19 한국 문학 2022.12.19

서로박: 라옹탕의 고결한 야생 (5)

(앞에서 계속됩니다.) 23. 새로운 인간으로서 새롭게 견지해야 할 덕목, 선한 마음, 우정 사랑 그리고 고유한 자기 결정권: 라옹탕은 국가의 우생학적인 요청 내지 부모의 외부적 강요에 의한 혼인을 거부하고, 오로지 상호 애정 내지 신뢰감에 근거한 혼인을 용납하고 있습니다. 선한 마음, 우정, 사랑 그리고 인간의 고유한 자기 결정권이야 말로 새롭게 태어난 인간이 견지해야 할 훌륭한 덕목들이라고 합니다. 이에 비하면 질투심, 만용, 오만함 그리고 시기심 등의 감정은 인간을 슬프게 살아가게 하고 불행하게 만든다는 것입니다. 가령 프랑스 사람들은 자신의 열정의 노예 내지는 왕의 노예로 살아가고 있다고 합니다. 왕이 시키는 대로 열심히 일하고 왕을 위해서 부역과 전쟁을 치르는 노예가 바로 프랑스 사람이라는 것입..

32 근대불문헌 2022.12.17

서로박: 라옹탕의 고결한 야생 (4)

(앞에서 계속됩니다.) 16. 자연에 의거한 아나키즘의 야생 공동체: 상기한 사항에 비하면 라옹탕은 이러한 제반 정책이 자연 상태에 위배된다고 단호하게 규정합니다. 그는 국가가 생겨나기 이전의 상태, 사회 내지 문명이 형성되기 이전의 상태를 투시하려고 합니다. 여기서 야생의 공동체가 하나의 유토피아의 상으로 투영되고 있습니다. “야생의 공동체는 국가주의의 유토피아와는 반대로 자연에 대한 지배를 전혀 알지 못한다. 그것은 도시 문화라든가, 국가 내지 인위적 대칭의 모든 경향 또한 숙지하지 못하고 있다. 고결한 야생의 유토피아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선한 인간성을 지니며, 자신이 자연의 일부라고 굳게 믿고 있다.” (Funke: 25). 이와 관련하여 라옹탕이 휴런 부족의 사람들을 “벌거벗은 철학자philoso..

32 근대불문헌 2022.12.17

이제는 부디 검사의 법복을 벗어 던지세요.

윤석열 대통령은 마치 전쟁을 치르듯이 나라를 다스리고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 칼을 휘두를 때인가요? 장수가 전쟁에서 싸우는 일과 나라를 다스리는 일은 근본적으로 다릅니다. 정치가는 타협할 줄 알아야 합니다. 국민들에게 희망을 주는 메시지를 던져야 합니다. 대통령은 깐깐한 반대파의 의견을 경청할 줄 알아야 하고, 같은 정당의 보기 싫은 인간을 끌어안을 줄도 알아야 합니다. 윤 대통령이 보여준 최근의 행적은 다음과 같은 11가지 특징으로 요약될 수 있습니다. 1. 공정의 객관적 잣대가 없다.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것은 무조건 공정입니다. 그는 검찰의 집단 이기주의를 고수합니다. 타인의 쓰라린 조언을 경청하지 않는다면, 윤석열은 안타깝게도 나중에 측근, 특히 안사람의 비리로 곤욕을 치르게 될 것입니다. 윤석..

2 나의 글 2022.12.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