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12 44

박설호: (1) 캄파넬라의 옥중 시편

너: 반갑습니다. 오늘은 저항이라는 주제로 토마소 캄파넬라의 철학적 옥중시편을 살펴보려고 합니다. 선생님께서는 왜 하필이면 저항과 관련하여 이탈리아의 철학자이자 시인인 캄파넬라의 시문학을 선택하였는지요? 나: 미리 말씀드리지만 캄파넬라의 시작품은 두 가지 사항을 시사해줍니다. 1. “시인과 지식인은 고난의 가시밭길을 자청해서 걸어가는 존재다.” 2. “우리는 걸어가면서 조우하는 생명들에게 머리(首)를 낮추어야 한다. 도(道)의 정신이다.” 너: 멋진 말인데요? 나: 아닙니다. 그것은 오히려 처절한 의미를 담고 있어요. 오늘날 대부분 예술가와 지식인들은 가난과 고독 속에서 살거나, 국가의 검열로 인해서 핍박당하곤 합니다. 시인과 작가는 카산드라의 운명을 안고 있으니까요. 카산드라가 시대의 암운을 예견하면,..

22 외국시 2022.12.14

(명저 소개) 김상일: 부도지 역법과 인류세

자고로 지식인의 과업은 주어진 시대의 시대 정신에 의해 측정되고 정해지는 법입니다. 필자는 오늘날 지식인의 과업으로서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사항을 중요하게 여겨 왔습니다. 1. 협동과 상생으로서의 경제적 삶을 실천하는 일 (자본주의의 극복), 2. 남녀평등을 실천하는 일 (폭력과 차별의 극복), 3. 동식물과 함께 생태계를 지속적으로 살려나가는 일 (자연과 지구 파괴의 극복). 만약 필자가 지금 그리고 여기가 아니라, 다른 시대 그리고 다른 장소에 태어났더라면, 세 가지 과업은 아마도 이와는 다르게 설정되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를 충족시켜주는 책이 한 권 간행되었습니다. 김상일: 부도지 역법과 인류세 (동연 2021). 김상일 교수는 한국 철학 가운데 지금까지 아무도 다루지 않은 테마를 집요하게 구명함..

1 알림 (명저) 2022.12.11

디드로와 상상력 (2)

드니 디드로 (Denis Dederot, 1713 – 1784)의 철학적 대화의 기록인 『부갱빌 여행기 보유』만큼 후세에 강력한 영향을 끼친 작품은 없습니다. 그의 원고는 그가 죽은 뒤에 1796년 유작으로 간행되었습니다. 작품이 발표된 다음에 수많은 사람들은 “저열한 본능”을 예찬하는 디드로를 비난하였습니다. 사실 예수회의 수사였던 편집자 한 사람은 자신의 발문에서 디드로의 작품을 신랄하게 비판하였습니다. 디드로는 자코뱅주의자의 선동자, 체제개혁자 그리고 사회의 도덕을 더럽히는 자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는 사회의 도덕적인 토대를 파괴하고, 제어할 수 없는 동물적 충동 내지 성적 욕망을 부추긴다는 것이었습니다. 디드로는 폭동을 선동하고, 도덕을 더럽히며, 혁명을 부추기는 원흉이라고 했습니다. 타히티는 온화..

12 세계 문화 2022.12.09

디드로와 상상력 (1)

위의 사진은 후안 폰세 드 레온 (Juan Ponce de Leon, 1460 - 1521)의 초상화입니다. 그는 콜럼버스의 제 2차 신대륙 여행에 함께 참가한 사람이었는데, 1513년 3월 27일에 찬란한 4월에 아름다운 플로리다를 처음으로 발견하였습니다. 그는 1516년에 플로리다를 다스릴 수 있는 허가를 얻었으나, 1521년에야 그곳으로 갈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플로리다 토착민의 공격을 받고 그의 군대는 퇴각했는데, 폰세 드 레온은 1521년 쿠바에서 부상 후유증으로 사망하였습니다. 플로리다의 지도. "플로리다 Florida"라는 말은 "꽃 피는 지역"이라는 어원을 가지고 있습니다. 기후는 온화하고 남부는 아열대 기후입니다. 크기는 17만 평방 킬로미터이므로 남한보다 1.6 배 큽니다. 남한은 약..

12 세계 문화 2022.12.09

Karunesh

Красивая музыка Karunesh-The Way of the Heart. - YouTube 독일에 머물 때 주로 들었던 음악입니다. 음악은 기억입니다. 옛날의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수단이 음악이지요. 카루네쉬는 1956년 쾰른 출생의 독일인 음악가 브루노 로이터 Bruno Reuter의 익명입니다. 그는 아시아와 인도의 음향을 최대한 이용하고 있습니다. 이를테면 인도의 악기 시타가 이에 대한 예이지요. 비록 어린 시절에 음악에 경도하여, 10대의 나이에 밴드를 조직하여 연주했지만, 대학에서는 디자인과 그래픽을 공부하였습니다. 대학을 마친 뒤에 오토바이 사고로 죽음의 문턱에 들어선 뒤에 그는 자신의 삶을 깊이 숙고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하여 영성과 음악에 몰두하게 되었습니다. 1979년에 카루네..

6 musica e 2022.12.08

서로박: 바타이유의 C 신부 (2)

(앞에서 계속됩니다.) (8) 헐떡 수캐의 일기: 로베르의 방황은 이제 시작됩니다. 낮이면 그는 “지킬 박사”로, 밤이면 “하이드 씨”로 변신하여 살아갑니다. 땅거미가 내리면, 로베르는 몰래 성당을 빠져나와, 밤길을 마치 헐떡 수캐처럼 싸돌아다닙니다. 폭우가 쏟아지는 어느 밤 그는 드디어 용기를 내어서, 에포닌을 찾아갑니다. 샤를르와 함께 있던 에포닌은 초인종 소리에 바깥을 내다봅니다. 어느 성직자가 “물 쥐” 한 마리가 되어, 문 앞에서 서 있는 게 아니겠습니까? 에포닌은 몹시 기뻐합니다. 자신의 유혹이 드디어 성공을 거두게 된 것이었습니다. 그미는 샤를을 떠나보낸 뒤에, 로베르를 들어오게 하여 정을 통합니다. 그날 밤 로베르는 그미의 고객이 아니라, 하룻밤의 연인이었습니다. (8) 바람난 성직자: 친..

33 현대불문헌 2022.12.06

서로박: 바타이유의 C 신부 (1)

(1) 포르노인가 예술 누드인가?: 친애하는 R, 오늘은 프랑스의 전위 작가이자 문화 비평가로 활약했던 조르주 바타이유 (Georges Bataille, 1897 - 1962)의 장편 소설 “C. 신부(L'abbé C.)”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드릴까 합니다. 바타이유의 작품들은 생전에 많은 물의를 일으켰습니다. 죽기 전에 바타이유는 “나의 작품들은 추잡한 상업적 포르노”가 아니라, “겉으로는 음탕한, 그러나 근본적으로는 예술 누드이다”라고 항변한 바 있습니다. 소설의 발표 시점이 1950년인 것을 고려한다면, 작품은 제 2차 세계대전 직후에 작성된 것으로 추측됩니다. 소설의 줄거리는 어떤 흥미진진한 심리적 투쟁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친애하는 R, 소설을 읽는 독자는 극단으로 치닫는 이야기에 가슴 설레지..

33 현대불문헌 2022.12.06

서로박: (5) 돈 앞에서 공정과 정의는 없다

(앞에서 계속됩니다.) 13. 통치에 유리하게 활용되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정의의 개념: 아리스토텔레스가 생각한 정의의 개념은 처음부터 가부장주의의 사고로부터 한 치도 벗어나지 않으며, 무엇보다도 인민이 아니라 지배자, 다시 말해서 통치 기관에 유리하도록 설정되어 있습니다. 물론 아리스토텔레스에게 개인으로서의 정당성 내지 개개인들의 사적 관계로서의 정의가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그렇지만 그것은 어떤 (마치 관대한 자선이라든가 고결한 마음씨와 같은) 정서 내지 지조와 관계되는 미덕이 아니라, 처음부터 오로지 외부적으로 드러난 행동으로 국한되어 있을 뿐입니다. 자고로 개인은 스스로 공명정대한 자세를 취하면서 얼마든지 불법적 행위를 저지를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서 정의라든가 불의를 허용하거나 허용하지 않..

2 나의 글 2022.12.05

서로박: (2) 돈 앞에서 공정과 정의는 없다

(앞에서 계속됩니다.) 일단 서양의 역사를 살펴보기로 하겠습니다. “인간은 예외 없이 자유롭게 태어난 존재이다.” 이는 고대 로마 시대에 이미 하나의 국법의 기초로 작용하고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이러한 토대는 법의 제정 과정에서 본래의 의미와는 전혀 다르게 기술되었습니다. 예컨대 울피아누스는 “모든 인간은 자연법에 의하면 자유롭고 평등하다.”라는 문장을 맨 처음 사용하였습니다. 그렇지만 이것은 이어지는 문장을 위해서 끌어들인 하나의 허사에 불과합니다. 즉 노예 제도는 시민의 권한을 보충해주는 수단이 된다는 것입니다. 한 인간이 얼마만큼 자유롭고 평등하게 살고 있는가? 하는 문제는 한 인간이 주어진 국가와 어떠한 관계를 맺고 살아가는가? 하는 물음과 직결됩니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사람들이 인지하고 있는 ..

2 나의 글 2022.12.05

서로박: (1) 돈 앞에서 공정과 정의는 없다.

- “정의는 제반 국가들의 토대이다. Iustitia fundamentum regnorum” (토마스 아퀴나스) - “형벌은 대부에게 적용되지 않으며, 예절은 서인에게 적용되지 않는다. 刑不上大夫 礼不下庶人.” - “급진적 자연법은 만인의 자유와 평등을 요구하는 주체의 저항에서 출발한다.” (블로흐) 1. 친애하는 J, 미국의 마이클 샌델 교수의 책, 『정의란 무엇인가?』가 한국에서 많은 관심을 끌었습니다. 인구의 5%가 남한 토지의 80%를 소유하고 있을 정도로 빈부 차이가 심한 나라에서 정의에 대한 관심이 끓어오르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귀결인지 모릅니다. 사실 샌델 교수가 바람직한 것으로 지향하는 공동선 사회는 거시적으로 고찰할 때 사회주의 국가에서 추구하던 공동선과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그런데도 ..

2 나의 글 2022.12.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