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출월귤
박설호
두루미 머리
고개 푹 숙이며
네 개의 꽃잎으로
내 뜻 전할게
"피해의 아픔,
가해의 뉘우침보다
네 배 그 이상으로
머물고 있지."
넌출한 키로
몰래 월담하여
남의 고통과 슬픔
달래는 미소
....................................
(사족의 말씀)
시쓰기는 내 마음을 타자에게, 물질과 타자의 하소연을 나에게 전해주는 감정의 접붙이기 작업이다.
나의 시가 흙이며, 나의 사리(舍利)일 수는 없을까?
원래 시는 사상과 감정을 전달하는 수단은 아니지만, 최소한 황폐한 문명의 불감증을 치료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까?
부디 나의 사리가 산천초목을 찬탄하게 하는 오르페우스에게 전해져서,
때로는 생명체의 사랑 고백을 담은 가사로,
때로는 열정적으로 이별을 연습하는 트레몰로의 악보로 활용되기를 바란다.
크랜베리라고 불린다. 오래된 요리책이나 번역 소설 등을 보면 넌출월귤이라고 쓴 경우가 많다. 대한민국에서는 보기 힘들지만 북극권으로 갈수록 흔하고 북한 백두산에서도 자생한다. 북한은 넌출월귤을 천연기념물로 지정해서 보호한다.
열매가 달릴 때 가지 모양이 학(crane)을 닮았다 하여 '크랜베리'라는 이름이 붙었다. berry라는 말이 붙었으나 그냥 '열매'라는 뜻일 뿐 딸기류와는 전혀 관련이 없다. 장미과에 속하는 딸기류와 달리 진달래과에 속하며 같은 진달래과에 속하는 과일로 블루베리가 있다.
꽃말은 "마음의 병의 치료"라고 한다. 어떠한 고난도 넌출월귤과 만나면 달아날 것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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