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 동구러문헌

서로박: (2) 숄로호프의 "고요한 돈 강"

필자 (匹子) 2023. 4. 30. 10:34

(앞에서 계속됩니다.)

 

백군의 패잔병들은 콘스탄티노플로 망명하기 위하여 노보로시스크에서 배를 탑니다. 그러나 그레고리는 망명을 거부하고 볼셰비키들을 맞이합니다. 그리하여 주인공은 입장을 바꾸어 적군에 합류합니다. 적군에 합류한 것은 자신의 과오를 스스로 씻기 위한 행동이었습니다. 그레고리는 부조니의 기마부대와 함께 폴란드 전투에 참가합니다. (친애하는 A, 적군에 속하는 부조니의 기마부대의 학살극을 잘 알고 계시겠지요? 이삭 바벨이 묘사한 바 있지만 부조니는 눈앞의 적인 백군을 퇴치하지 않고, 아군 가운데 유대인들을 골라 학살극을 벌인 것으로 유명한 사람입니다. 이렇듯 전쟁의 와중에는 정치적 입장에 관한 물음이 중요하지 않고, 오히려 인간관계, 민족 차이, 경제적 이득 등에 관한 사항이 더 중요한 것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영화 고요한 돈강에서 열연하는 그레고리와 악시냐

 

 

그레고리가 자신의 임무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니, 자신의 처남인 공산주의자인 코세보이가 그곳을 무력으로 장악하고 있었습니다. 코세보이는 주인공을 반동분자로 간주하고 수감시키려고 작심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레고리는 몰래 그곳을 도망쳐서 야곱 포민이 거느리는 기마부대에 가담합니다. 포민의 기마부대는 카자흐 인민들의 인권을 위하여 백군의 보급부대의 이동을 돕는 일을 담당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 부대는 나중에 추위와 주위 여건으로 인하여 소속 군인들의 물과 음식조차 마련할 길이 없게 되자, 노상강도 행각을 벌이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레고리는 부대를 탈출하여, 며칠 동안 정처없이 헤매다가 자신의 애인 악시냐를 만나게 됩니다. 두 사람은 추위와 굶주림 그리고 살해의 위협에 시달리면서 제한된 시간 속에서 사랑을 나눕니다. 그러나 행복은 영원히 이어지지 않습니다. 군인들을 피해서 도주하다가 악시냐는 혁명군의 총에 맞아서 즉사하고 맙니다. 그레고리는 절망적으로 흐느끼다가 자신의 집으로 되돌아옵니다. 가족들은 거의 다 사망하고, 오로지 아내, 나탈리아와 아들 미샤츠카만 살아서 목숨을 연명하고 있었습니다.

 

작가는 험난한 시대적 상황 속에서 나타난 그레고리와 악시냐 사이의 사랑을 심도 있게 묘사하고 있습니다. 특히 악시냐는 외간 남자를 사랑함으로써 마을로부터 쫓겨납니다. 그러나 어떠한 압박이 가해지더라도 그미는 자신의 사랑을 포기하지 않고, 카자흐 사람들의 가부장주의의 비난에 과감하게 맞섭니다. 비록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는 그미의 행동은 분명히 “간통”으로 비칠지 모릅니다. 그러나 그미는 자신의 사고와 감정을 배반하지도, 주어진 상황에 타협하지도 않습니다. 악시냐는 오로지 사랑을 위해서 자신의 모든 것을 그레고리에게 바치며, 사랑으로 인하여 더 나은 인간으로 거듭나게 됩니다. 그렇기에 독자는 그미의 말과 행동 속에서 오히려 어떤 도덕적 위대성을 감지할 수 있습니다.

 

『고요한 돈 강』의 제 1권이 간행되었을 때 사회주의 비평가들은 이 작품을 비난했습니다. 즉 작품 속에는 무산 계급의 단결된 동류 의식, 이른바 “당성 (Parteilichkeit)”이 결여되어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스탈린은 이 작품에 대해 긍정적 태도를 취했습니다. 여러 가지 우여곡절 끝에 이 작품은 1941년에 스탈린 상을 받게 됩니다. 한마디로 말해서 숄로호프의 작품은 동구와 서구에서 제각기 다르게 수용되었습니다. 예컨대 게오르크 루카치 Georg Lukács는 “러시아 농부의 표리부동한 태도가 결국 자신의 삶을 비극으로 이끌었다.”고 말하면서, 부정적 영웅의 비극을 강조했습니다. 그에 비하면 시몬스 Simmons는 그레고리와 같이 재능 있는 영웅이 비극을 맞이한 것은 소련의 권력 때문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