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에서 계속됩니다.)
루카치는 이로써 마르크스의 소외의 개념을 다시금 새롭게 규명하였다. [루카치가 글을 쓸 무렵 맑스의 「경제 철학 수고」 (1844)는 아직 세인에게 알려지지 않았다.] 그는 "자본" 제 1권에서 설계된 바 있는, 상품의 물신 숭배적 경향을 확장시켰다. 마르크스는 자신의 방대한 저작에서 가치 형성의 과정을 설명하기 위해서 상품의 물신숭배주의를 거론했는데, 루카치는 사회적 행위의 전체적 영역으로 관련시켰던 것이다. 이로써 막스 베버 (M. Weber)의 합리성의 테제가 루카치에 의해서 보완되었다. 실제로 베버는 현대적 특성을 사회관계를 더욱 명확히 계산하려는 욕망 속에서 고찰하려고 하지 않았는가?
물론 루카치가 이렇게 개괄적으로 조망함으로써 마르크스의 분석을 어느 정도 왜곡시킬 수밖에 없었다. [마르크스에 의하면 자본주의 사회는 루카치가 말하는 것처럼 상품 생산에 의해서가 아니라, “상품 노동력”에 의해서 규정되고 있다. "역사와 계급의식"에서 루카치는 “상품 노동”이라고 잘못 표현하기도 했다. 나아가 마르크스에게는 노동 분화의 생산 과정 속에 담긴 합리적으로 정량화된 구조 그리고 상품들의 사회적인 분배 사이에 아무런 유사성이 자리하고 있지 않다. 특히 마르크스는 후자를 무정부주의적이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루카치는 이로써 다음과 같은 절실한 문제에 대해서 대답하고 있다. 즉 프롤레타리아가 어떠한 이유에서 모든 억압 장치가 사라진 뒤에도 자신의 삶을 변화시키는 혁명을 행할 능력을 지니지 못하는가? 하는 문제 말이다.
프롤레타리아는 사회적 부를 생산하는 주체이지만, 부로부터 소외되어 있다. 그들은 자본주의 생산의 객체와 같은 주체들이다. 노동자들의 경험적 의식이 총체성 즉 사회적 본질을 인식하지 못하는 만큼, 물화 현상은 그대로 존재하고 있다. 만약 노동자 계급이 극한적으로 비참하게 변하여 낯설게 되어, 자발적인 열망을 낳게 되면, 프롤레타리아 계급의 자기 인식은 사회에 대한 객관적인 인식과 일치될 것이다. 개인이 아니라, 어떤 계급의 일원으로서 간주되는 노동자는 “스스로 상품으로서”의 사회적 존재 속에서 스스로를 깨닫게 될 것이다. 이로써 상품 생산 그리고 상품 교환 등으로 기초된 자본주의 사회는 백일하에 자신의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프롤레타리아는 사회적 역사적 발전 과정의 동일한 주객 존재임이 판명되며, 주어진 소외 현실을 파기시킬 것이다. 이러한 과업은 공산당이라는 혁명적 전초병에 의해서 서서히 준비된다. 공산당은 사회적 관련성이라는 총체성을 파악하고, 제각기 주어진 역사적 상황에 적절한 계급의식을 지니게 될 것이다. 여기서 루카치는 계급의식을 막스 베버의 “이상적 유형 (Idealtypus)”과 유사하게 정의내리고 있다. 공산당은 프롤레타리아의 혁명적 자발성을 일깨우기 위해서 솔선수범하며, 그들을 이데올로기의 위기에서 벗어나게 도와준다.
마지막에 어떤 의식적으로 규칙화된 사회가 존속되는데, 이러한 사회의 경제는 인간 그리고 인간의 욕망에 종속되어 있다. 루카치에 의하면 인간의 해방은 무엇보다도 어떤 억압하는 경제 체제로부터 해방되는 문제와 관련된다. 또한 그것은 자신이 추구한 총체성의 의식이 어떻게 소진되는가에 따라 형성될 수 있다. 가령 이른바 “두 번째 본성”으로 화한 물화 현상이라는 잘못된 가상이 어느 순간 파괴되는 경우를 상정해 보라. 바로 이점이야말로 루카치의 마르크스주의가 서구의 마르크스주의자들의 입장과 구별되는 사항이 아닐 수 없다. 서구의 마르크스주의자들은 대체로 루카치의 물화 개념에 접근하지만, 루카치의 총체성 개념을 거부하는 경향을 지닌다. 왜냐하면 총체성의 개념이 사회 현상과 관련성을 맺고 있기는 하지만, 근본적으로 폐쇄적인 구도를 지니기 때문이다. 예컨대 에른스트 블로흐 Ernst Bloch라든가 비판 이론을 표방하는 철학자들은 어떤 개방적이고 열려있는 사회적 유토피아에서 출발하고 있다.
그밖에 루카치는 자신의 책에다 「역사적 유물론의 기능 변화, 그 합법성과 불법성」, 「조직 문제에 관한 방법론적인 무엇」, 「마르크스주의자로서의 로자 룩셈부르크 그리고 로자 룩셈부르크의 “소련 혁명에 대한 비판”에 관한 비판적 논의」 등과 같은 논문을 실었다. 나중에 국제 공산당 내부에 격론이 일었으며, 당원들은 루카치의 입장 그리고 칼 코르쉬의 입장을 좌파 지식인의 이탈된 견해라고 비판하였다. 실제로 로자 룩셈부르크에 의해서 제기된 어떤 자발적인 혁명 전복에 관한 구상은 독일 공산당의 파멸을 초래하는 패배를 낳고 말았다. 20년대 중엽에 시도된 모든 혁명 과업들은 -뮌헨의 혁명 공화국 (1918/ 19) 그리고 작센, 튀링겐 혹은 함부르크 등지에서 나타난 프롤레타리아 봉기들은 실패로 돌아가고 말았다.
비록 "역사와 계급의식"이 20세기 (네오) 마르크스주의의 기본적 텍스트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루카치는 나중에 거리낌 없이 단호하게 감행하는 자발적인 혁명에 관한 사고로부터 거리감을 취했다. 1928년의 「블룸 테제 (헝가리에서의 정치적 경제적 상황 그리고 헝가리 공산당의 과업들에 관한 테제들)」에서 루카치는 어떤 시민 민주주의 및 그 자유의 권한을 완전하게 실현해야 한다고 주창하였다. “정상적 민주주의” 속에서 프롤레타리아가 더 이상 미성년의 상태로 머물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민주주의적 독재”의 방식이 잠정적으로 도입될 필요성이 있다는 것이었다. 자본주의 이전의 시대에 시토이앙들의, 자유와 자기 결정권에 대한 요구 사항은 어떤 프롤레타리아 혁명을 통해서도 관철될 수 있다고 했다. 이는 안토니오 그람시의 비전과 유사한 것이기도 하다. 이로써 그는 호르크하이머 그리고 아도르노와 견해를 달리 했다.
그렇지만 루카치는 프롤레타리아들이 계몽되어야 하며, 이러한 과업은 정치적 문화적 전위주의에 의해 행해져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1967년에 "역사와 계급의식"의 재판을 위해 기술된 서문에서 루카치는 다음의 사항을 토로하였다. 즉 그는 오랫동안 자본주의 내에서의 인간의 고립 그리고 물화 현상을 동일한 것으로 간주했는데, 이러한 판단은 잘못된 것이라고 했다. 루카치의 역사와 계급의식은 조만영 박사와 박정호 교수의 번역으로 1999년 거름 출판사에서 간행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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