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소 22

서로박: 루소의 에밀

장 작 루소 (1712 - 1778)는 1762년에 자신의 교육 소설, "에밀 혹은 교육에 관하여 (Ẻmile ou de L'Ẻducation)"을 발표하였다. 이 책은 도합 5권으로서, 소설 형식의 반, 교육 철학 논문 형식의 반으로 이루어져 있다. 원래 루소는 성선설을 주장한 바 있는데, 이는 "에밀"에서 재확인되고 있다. 에밀은 소설의 주인공인데, 오로지 루소의 방식으로 교육받는 자이다. 루소는 교육자로서 두 가지 목표를 설정한다. 그 하나는 피교육자가 나중에 자신의 인성을 해치지 않은 채 문명사회에서 바람직하게 생활하는 일이며, 다른 하나는 그가 사회 계약을 체결할 능력을 함양시키는 일이다. 사회 계약은 정치적 질서를 보장해주어야 하고, 동시에 한 사회의 모든 구성원들이 그의 견해에 동의할 수 있..

23 철학 이론 2021.08.11

서로박: 괴테의 친화력 (2)

소설의 제 2부는 두 여인의 일과로 시작됩니다. 그들은 성에 남아서 묘지를 가꾸고 예배당을 증축하는 일에 매달립니다. 말하자면 제 2부는 죽음의 그림자로 시작되는 셈이지요. 독자는 어느 건축가와 나누는 오틸리에의 대화에서 지루한 일상을 감지할 수 있습니다. 샤를로테의 딸인 루시안네가 성을 찾아와서, 어머니에게 바깥세상의 복잡다단한 사건들을 전해줍니다. 이러한 사건들은 영지 내에서 지내는 귀족들의 한가한 삶과 대립되는 것들이지요. 아들은 성장할수록 오토와 너무나 닮아갔습니다. 샤를로테는 이에 대해 스스로 놀라움을 금치 못합니다. 어느 날 에두아르트는 전쟁으로부터 무사히 귀환하게 되었습니다. 오틸리에는 아이를 데리고 호숫가로 가서 애인과 뜨겁게 재회합니다. 에두아르트는 자신의 아이를 보는 순간 에두아르트는 ..

40 근대독문헌 2021.06.27

서로박: 괴테의 친화력 (1)

친애하는 C., 오늘은 요한 볼프강 폰 괴테 (1749 - 1832)의 소설 한편을 살펴보기로 하겠습니다. 이것은 다름 아니라 1809년에 발표된『친화력 (Die Wahlverwandtschaften)』이라는 중편입니다. 괴테는 처음부터 이 작품에 집중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약 2년 전 『빌헬름 마이스터의 방랑시대』를 집필하던 과정에서 한 가지 착상이 떠올랐는데, 이 착상으로 인하여 결국 한 편의 중편 소설이 탄생하게 된 것입니다. 괴테는 언젠가 스웨덴 출신의 화학자 토르베른 베르히만 Torbern Bergman이 1775년에 발표한 논문 「금속의 인력 引力에 관하여 (De attractionibus electivis)」를 읽은 적이 있는데, 이 논문에서는 서로 다른 두 개의 금속의 성분이 상호 충동하여..

40 근대독문헌 2021.06.27

서양 유토피아의 흐름 3. 서문

“기회Καιρός”는 의외로 어떤 끔찍한 위험을 수반합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세상사는 언제나 위기와 기회의 연속적 변화과정으로 점철되었습니다. 유토피아의 사고는 항상 위기 상태에서 점화됩니다. 왜냐하면 힘들고 어려운 처지에 처한 사람은 자신의 난관을 극복하려는 가능성을 생각해내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불행과 위기가 때로는 행복과 기회보다 더 나을 수 있습니다. 예컨대 불행한 사고는 대부분의 경우 내리막길에서 발생합니다. 주의력과 집중력을 상실하게 하는 것은 편안함, 자만 그리고 나태함일 수 있습니다. 이 점을 고려하면, 안온한 삶, 나태한 삶이 오히려 역으로 우리의 영혼을 망치게 하는 계기일지 모릅니다. 등 따뜻하고 배가 부른 사람은 잠이라는 망각의 늪으로 빠져들곤 합니다. 그래, 잠은 꿈을 망치게 합..

1 알림 (명저) 2021.06.03

서로박: 미셀 푸코의 문학 이론

푸코 (M. Foucault, 1926 - 1984)는 그의 여러 가지 글 (「작가란 무슨 일을 하는가?」, 「루소의 대화록 서언」, 「어떤 끔찍한 지식」, 「침범의 개념에 대하여」, 「끝없는 언어」, 「광기, 존재하지 않는 작품」, 「바깥의 사고」, 「어떤 환상적인 도서관」 등)에서 인류학적 휴머니즘의 사고를 구조주의적으로 해결하려고 한다. 그러니까 구조주의적 해결은 어떤 형식적 규칙이라는 그물속에서 인간을 규정하고 있다. 마법에서 깨어난 인간은 어떤 구조적 상징물일 뿐, 확고한 자아를 지닌 주체가 아니라는 것이다. 푸코의 입장은 다음과 같은 경험에서 출발한다. 즉 “진리를 조장하는 언어는 스스로의 고유한 물질적 특성을 망각하게 한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는 부분적 방법론을 발전시킨다. 이는 ..

25 문학 이론 2021.05.17

서로박: 보그다노프의 '붉은 별' etc (2)

(앞에서 계속됩니다.) 10. 제국주의 비판과 최고의 동질성을 추구하는 이상 사회: 화성에서의 새로운 사회는 19세기 모렐리 Morelly 그리고 메르시에 Mercier의 유토피아 모델과 매우 흡사합니다. 작품은 산업을 추구하는 자본주의의 갈등 내지 억압 구조를 분명하게 보여줍니다. 화성에서의 사회주의의 관점에서 고찰할 때 지구의 사회 질서는 어떠한 동지적이고도 상호 부조의 특징을 보여주지 않습니다. 인간의 모든 일은 무엇보다도 돈으로 지불됩니다. 이전에 존재했던 지상의 생산 양식은 경직되고 불변하는 특징을 보여줍니다. 사람들은 신속하게 상품을 생산하지만, 상품들은 결코 정당하게 분배되지 않습니다. (Bogdanow: 118). 자본주의 국가들은 보편적인 복지 대신에 자본주의의 토대 하의 기술을 극대화시..

31 동구러문헌 2020.03.11

서로박: 루소의 '신 엘로이즈'

1. 루소와 볼테르의 비국가주의의 문학 유토피아: 프랑스 혁명 이전의 시기에 출현한 비국가주의의 문학 유토피아 가운데 세인의 관심을 끌지 못한 두 작품이 있습니다. 그 하나는 장 작 루소의 서간체 소설, 『쥘리, 혹은 새로운 엘로이즈Julie ou la Nouvelle Héloïse』 (1761)이며, 다른 하나는 볼테르의 『캉디드, 혹은 낙관주의Candide Ou L'optimisme』(1759)』를 가리킵니다. 이 장에서는 루소와 볼테르의 두 작품에 반영된 유토피아의 특징을 약술한 다음에, 18세기에 출현한 시간 유토피아의 특성과 그 기능을 천착하려고 합니다. 루소는 서로 사랑하는 청춘남녀의 결합을 용인하지 않는 사회적 질곡을 신랄하게 비판하였습니다. 토머스 모어가 어떤 가능한 국가 체제를 설계함으로..

32 근대불문헌 2020.02.10

쟈크 데리다의 "그라마톨로지"

쟈크 데리다는 1967년에 파리에서 "그라마톨로지 (Grammatologie)"를 발표하였다. “그라마톨로지”란 어떤 해체의 시도이다. 데리다는 “역사적 형이상학의 시대”의 폐쇄성이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 해체 작업은 반드시 필요한 것이라고 간주한다. 여기서 말하는 폐쇄성은 단순히 형이상학의 종말과 혼동해서는 안될 것이다. 왜냐하면 형이상학의 종말에 대한 상상은 “어떤 인식될 수 있는 총체성” 혹은 “서로 대립되는 시대들의 어떤 일직선적인 연결” 등과 같은 형이상학적 개념에 의존하기 때문이다. 데리다에 의하면 해체 작업은 내부적으로 수행된다고 한다. 그것은 “과거 구조에 대한 모든 체제 파괴적인, 전략적인 경제적인 수단”을 동원해야 한다. 책은 두 단락으로 나누어진다. 첫 번째 단락에서 데리다는 로고스 중..

23 철학 이론 2020.01.30

서로박: 드 라클로의 위험한 관계 (1)

1. 야한 소설이 명작이 되다.: 피에르 A. F. 쇼데를로 드 라클로 (Pierre A. Fr. Choderlos de Laclos, 1741 - 1803)의 서간체 소설, "위험한 관계 Les Liaisons dangereuses"는 1782년 익명으로 파리에서 출간되었습니다. 총 175개의 편지로 이루어져 있는 소설은 세계적으로 알려졌으며, 독자들은 이 소설을 읽고 도덕적으로 몹시 분개했다고 합니다. 당시의 독자들은 익살스럽고도 음탕한 텍스트에 익숙해 있었는데도, 그러한 기이한 반응을 보였습니다. 작가는 루소의 『엘로이즈의 새로운 소식Nouvelle Héloїse』에 실린 모토를 그대로 차용하고 있습니다. “내 시대의 도덕을 고찰한 뒤에, 나는 이 편지들을 공개하였습니다.” 사실 드 라클로는 방종한..

32 근대불문헌 2019.12.21

서로박: 생태주의 유토피아 (4)

요스트 헤르만트 (Jost Hermand, 1930 - )는 1980년대부터 생태주의 유토피아를 논의하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그의 핵심적 관심사는 파시즘과 민족주의의 문제였는데, 이번에는 다른 각도에서 유토피아의 문제를 추적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헤르만트의 문헌들은 20세기 말의 주어진 삶의 정황에 바탕을 두고 있지만, 놀랍게도 문헌 속에서 약 200 편의 텍스트를 거론하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그가 제반 문헌에 대해 수동적 자세를 취하며 그것들을 요약하고 있지는 않다. 이미 1950년대에 프랑스의 연구가 레이몽 루예 (Raymond Ruyer)는 유토피아를 두 사지 사항, 즉 문학적 장르와 유토피아의 사고로 나누어 설명했다. 유토피아의 사고는 루예에 의하면 오로지 문학 텍스트 속에만 반영되어 있지 않다..

26 유토피아 2019.05.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