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 철학 이론

쟈크 데리다의 "그라마톨로지"

필자 (匹子) 2020. 1. 30. 09:51

 

 

쟈크 데리다는 1967년에 파리에서 "그라마톨로지 (Grammatologie)"를 발표하였다. “그라마톨로지”란 어떤 해체의 시도이다. 데리다는 “역사적 형이상학의 시대”의 폐쇄성이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 해체 작업은 반드시 필요한 것이라고 간주한다.

 

여기서 말하는 폐쇄성은 단순히 형이상학의 종말과 혼동해서는 안될 것이다. 왜냐하면 형이상학의 종말에 대한 상상은 “어떤 인식될 수 있는 총체성” 혹은 “서로 대립되는 시대들의 어떤 일직선적인 연결” 등과 같은 형이상학적 개념에 의존하기 때문이다. 데리다에 의하면 해체 작업은 내부적으로 수행된다고 한다. 그것은 “과거 구조에 대한 모든 체제 파괴적인, 전략적인 경제적인 수단”을 동원해야 한다.

 

책은 두 단락으로 나누어진다. 첫 번째 단락에서 데리다는 로고스 중심주의의 어떤 해체를 시도한다. 데리다에 의하면 로고스 중심주의는 “음성학적 서적의 형이상학”으로 파악된다. 그것은 서양 사고에서 나타나는 바 가령 알파벳 철자의 “소리”에 특권을 부여한 것이라고 한다. 따라서 로고스 중심주의 (혹은 음성 중심주의)는 -데리다에 의하면- 글을 어떤 비본질적인 외형성과 동일시하고 있다. 그리하여 글은 지금까지 로고스 중심주의에 의해 어떤 “현재 언어의 완전한 충만 속에서 성취된” 이념에 종속되어 왔다는 것이다.

 

이에 비하면 해체는 글의 제반 활동을 기술하려는 작업이다. 글은 모든 현재를 근원적으로 유예시키고 연기시킨다. 다시 말해 모든 근원은 결국 처음부터 균열되는 것을 전제로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역설적인 “원래의 글”은 데리다에 의하면 더 이상 (어떤 질서 내지는 시스템의 보존을 보장해주는) 하나의 의미를 가져다주는 체계로 되돌아갈 수 없다. “원래의 글”은 어떤 그러한 원칙에 대한 갈망을 무르익게 한다. 데리다는 플라톤, 라이프니츠, 헤겔, 니체, 후설, 하이데거 등을 비판적으로 분석하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그는 (60년대 프랑스 구조주의에서 결정적으로 영향을 끼쳤던) 소쉬르 언어학의 해체 작업을 진척시키고 있다.

 

두 번째 단락에서 데리다는 (레비 스트로스에 의해 연구된 바 있는) 글의 민속학적 계보학을 비판적으로 언급하고 있다. 그리하여 그는 이것을 장 쟈크 루소의 「언어의 근원에 관한 논문 (Essai sur l’origine des langue)」에 적용하여, 이른바 “보충의 논리”를 발전시킨다. 이는 자연과 문화 사이의 대립 그리고 스스로 만족하는 자연의 일원성에 대한 사고 등을 깡그리 파기시키는 것이다. 새롭게 출현하는 것은 다시금 근원적인 것으로 판명되고, 근원의 본질적인 불확정성 자체로 밝혀진다는 것이다.

 

어떤 역설적인 “원래의 글”에 대한 사고는 말하자면 지금까지의 문예학적 연구를 반박하는 것이기도 하다. 지금까지의 문예학은 오로지 내용과 형식을 철저히 구분하거나 하나의 텍스트를 “의미심장함에 관한 순수한 유희”로 규정해 왔다. 지금까지 “원래의 글”은 특정한 의미를 마련해주는 그러한 체계로 회귀할 것을 전제로 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회귀는 데리다에 의하면 불가능하다. 다시 말해 어떤 텍스트를 대할 때 우리는 -데리다에 의하면- 다만 형식적 수단만으로써는 하나의 의미로 혹은 여러 가지 다양한 의미를 명확하게 파악할 수 없다고 한다.

 

이와는 반대로 (“원래의 글”에 관한 사고속에 담긴) 급진적 역사성은 -데리다에 의하면- 하나의 텍스트를 어떤 형식적 부호의 유희로 해석할 것을 금하고 있다. 이러한 유희가 역사적 관련성으로부터 철저히 독립되어 있는데도 불구하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