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 Wolf 33

서로박: (4) 크리스타 볼프의 '어디서도 찾을 수 없는 곳'

(앞에서 계속됩니다.) 질문 11: 클라이스트는 귄더로데와의 대화를 통해서 그동안 가슴속에 품고 있었던 고통으로부터 해방감을 느낀다. 그 대화는 구체적으로 무엇인가? 답> 실제로 클라이스트는 19세기 초에 󰡔로베르트 지스카르󰡕라는 불후의 명작을 쓰려고 원대한 계획을 품는다. 소재는 불법에 대항해서 싸우는 지스카르라는 인물의 폭력 행위였다. “지스카르의 페스트에 대항해서 싸우는 노력은 결국 인간에게 끔찍한 재앙을 가져다준다.”는 점이 극작품의 주제였다. 그러나 그는 작품을 완성하지 못하고, 극도의 절망감에 휩싸여 원고를 불태워 버린다. 그 후 클라이스트는 쓰러진다. 귄더로데와의 대화에서 클라이스트는 이를 그미에게 고백한다. 이때 귄더로데는 작가 자신에게 문제가 있는 게 아니라, 다시 말해 작가의 의도에..

47 Wolf 2025.04.13

서로박: (3) 크리스타 볼프의 '어디서도 찾을 수 없는 곳'

(앞에서 계속됩니다.) 5. 소설 내용에 관해서는 이 정도로 줄이려 한다. 그렇다면 볼프는 작가의 존재 가치 및 작가의 사회적 영향력을 추적하기 위하여 왜 하필이면 고전 극작가 클라이스트를 예로 들었을까? 이를 위해서 우리는 다음과 같은 세 가지 문제점을 거론하려고 한다. 첫째 클라이스트 연구는 동독에서 어떻게 진척되고 있는가? 둘째 클라이스트에 대한 크리스타 볼프의 시각은 어떠한가? 셋째 어떠한 이유에서 볼프는 비참하게 살았던 고전 작가 두 사람을 작중 인물로 등장시켰는가? 하는 물음이 그것들이다.  첫째로 구동독에서 하인리히 폰 클라이스트는 “미쳐버린 귀족 출신의 반동적 낭만주의 작가”로 평가되었다. 그리하여 클라이스트의 문학이 지니고 있는 혁명적 지조 내지 개혁에 대한 의지는 전혀 수용되지 않았다...

47 Wolf 2025.04.13

서로박: (2) 크리스타 볼프의 '어디서도 찾을 수 없는 곳'

(앞에서 계속됩니다.) 3. 우선 작품의 내용에 관해 살펴보자. 산문 작품의 제목 “어디서도 찾을 수 없는 곳”이라는 표현은 “유토피아”라는 풀어쓴 것이다. 그러니까 제목 자체가 보다 나은 미래 사회에 대한 작가의 요구나 관심을 반영하고 있다. 실제로 작품 속에 나오는 등장인물들의 대화는 유토피아에 관한 감추어진 토론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산문 작품의 제목은 얼핏 보기에는 체념이나 좌절감을 유추하는 말처럼 들린다. 그러나 이는 작품의 주제와 관련시켜 본다면 전혀 비관주의적인 의미를 내포하고 있지 않다. 오히려 그것은 암담하게 변해버린 현실적 상황에 대한 작가의 도전 내지는 작가의 저항 의식을 암시하고 있다. 본 작품은 실제로 19세기 초에 살았던 몇몇 사람들이 어느 다과회에서 나누는 대화로 이루어져..

47 Wolf 2025.04.11

서로박: (1) 크리스타 볼프의 '어디서도 찾을 수 없는 곳'

- "언제인가, 생명체의 영혼이 무시되기 시작한 시대는? (크리스타 볼프)- 사랑 때문에 방랑하는 이방인 (시인을 가리킴)은 무척 가슴 아파 하도다. (프리드리히 횔덜린) -  1. 크리스타 볼프의 "어디서도 찾을 수 없는 곳 Kein Ort. Nirgends"은 단도직입적으로 말해 작가의 영향력과 유토피아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 (각주: 이 글은 1992년 문예 아카데미에서 강연한 내용을 약간 손질한 것이다. 볼프의 산문 작품 "Kein Ort. Nirgends"은 “없는 곳. 어디에서도” 혹은 “어디에도 설 땅은 없다”라고 번역되었다. 필자는 이를 “어디서도 찾을 수 없는 곳”이라고 번안해 보았다.). 이 작품은 오늘날 현대 사회에서 작가가 개인적으로 얼마나 핍박당하고 사회적으로 얼마나 냉대 받는가?..

47 Wolf 2025.04.10

서로박: 크리스타 볼프의 '남아 있는 것'

어느 봄날 나는 창문 밖을 내다본다. 그들은 다시 거기 서성거리고 있다. 그들은 집 앞에 자동차를 세워 놓고, 창가의 나를 하루 종일 감시한다. 맨 처음 자정이 넘도록 그들은 창밖의 길가에 흰색 차 속에서 끈질기게 나를 감시하고 있다. 다시 아침 9시 경에 다시 창밖을 내다보니, 이번에는 연초록의 차가 정차해 있었다. 하루 종일 글을 쓰고 있는데도 그들은 떠나지 않는다. 기억을 떠올리니, 그들은 지난 해 11월부터 나를 감시하는 것 같다. 당시에 기관원들은 나의 이층 아파트에 침입한 흔적을 남겨놓았다. 전화가 울린다. 과연 그들이 나의 전화를 엿듣고 있을까? 그들은 내가 편지들을 읽기 전에 아마도 모조리 읽었는지 모른다. 친구에게 장문의 편지를 쓰는 것은 이제 불가능하다. 그들은 나에 관해서 모든 것을 ..

47 Wolf 2024.08.05

서로박: 크리스타 볼프의 문학적 주제

크리스타 볼프는 깊이 숙고하는 작가입니다. 그미의 문학은 자신이 처한 시대의 분위기와 밀접한 관련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1. 어째서 우리는 서로 헤어져야 하는가?: 그미는 1961년에 『나누어진 하늘 Der geteilte Himmel』이라는 작품을 발표하여 구동독에서 하인리히 만 문학상을 수상하였습니다. 이 작품은 베를린 장벽의 건설에 즈음하여 두 남녀, 리타와 만프레트의 이별의 문제를 지적하면서, 동서독의 이질적인 세계관을 서로 비교하고 있습니다. 결국 만프레트는 서독으로 떠나고 리타는 구동독에 자의로 남게 됩니다. 당시 볼프는 구동독의 사회주의 통일당의 정책을 지지함으로써 사회주의의 삶의 방식에 동조한 바 있습니다. 또 한 가지 작품이 관심을 기울이는 것은 사회주의 국가에서의 창의적인 노동은 어느 ..

47 Wolf 2024.01.17

서로박: 볼프의 "카산드라" (4)

(계속 이어집니다.) 친애하는 W, 작품이 어떠했는지요? 첫째로 작품은 평화 운동의 측면에서 해석될 수 있습니다. 당시는 핵무기의 위험이 첨예하게 드러날 무렵이었습니다. 구동독 작가인 크리스타 볼프는 마치 카산드라처럼 권력 그리고 금력을 추구하는 지배자의 관심사를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지만, 작가로서의 영향력은 미비하기 이를 데 없습니다. 그렇지만 그미의 관심사는 군비 증강 그리고 핵전쟁의 위협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카산드라"를 반전 작품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전쟁 심리는 볼프의 견해에 의하면 “경쟁, 타인의 재산에 대한 질투 그리고 이기주의 die Konkurrenz, der Futterneid, der Egoismus”에 의해서 발생한다고 합니다. 이러한 태도는 결국 어느 ..

47 Wolf 2022.02.05

서로박: 볼프의 "카산드라" (3)

(앞에서 계속됩니다.) 카산드라는 안치세스를 찾아가서 자신의 심정을 하소연합니다. 안치세스는 몇몇의 트로이 여인들 그리고 그리스의 노예들을 돌봐주고 있었습니다. 카산드라의 여동생, 폴릭세나는 에우멜로스의 부하로 근무하는 장교 안드론을 사랑하고 있었습니다. 트로이 왕궁은 이를 허락하지 않았지만, 두 연인은 어느새 살을 섞어 임신해 있었습니다. 불행하게도 폴릭세나는 전쟁의 난리 통에 태아를 사산하고 맙니다. 카산드라는 더 이상 안치세스에게 가지 않고, 사원에 머물면서 은신합니다. 아버지 프리아모스는 시간이 지날수록 쇠약해집니다. 어느 날 카산드라는 적장인 아가멤논과 조우합니다. 아가멤논은 그미에게 보석을 선물합니다. 왜냐하면 주인공이 이피게니에와 많이 닮았다는 것이었습니다. (언젠가 아가멤논은 아우리스 섬에..

47 Wolf 2022.02.05

서로박: 볼프의 "카산드라" (2)

(계속 이어집니다.) 바로 이 무렵에 묘령의 늠름한 사내가 트로이의 궁정에 모습을 드러내었습니다. 그는 다름 아니라 파리스였습니다. 카산드라는 아리스베를 통해서 파리스를 둘러싼 비밀을 접하게 됩니다. 아리스베는 프라이모스의 첩으로서 아이사코스를 낳은 여인이었습니다. 언젠가 헤카베가 파리스를 출산할 때 기이한 태몽을 꾸었습니다. 그것은 다름 아니라 자신의 자궁에 머물고 있는 자식이 하나의 장작인데, 거기서 수없이 많은 구렁이들이 기어 나와서 불을 품어내는 태몽이었습니다. 이때 예언자 칼하스는 파리스가 트로이를 엄청난 화염에 뒤덮이게 할 것이라고 예언합니다. 이때 프리아모스는 어느 목자에게 강보에 싸인 젖먹이를 건네주면서 아기를 죽이라고 명령합니다. 그러나 목자는 왕의 명령을 따르지 않고, 비밀리에 아기를 ..

47 Wolf 2022.02.05

서로박: 볼프의 "카산드라" (1)

친애하는 W, 당신을 위하여 볼프의 소설 ?카산드라?를 살펴보기로 하겠습니다. 볼프의 소설은 1983년에 발표되었습니다. 크리스타 볼프는 작품의 집필을 위하여 오랜 기간 동안 독서하였고, 시간을 내어 그리스로 여행하기도 하였습니다. 그미는 소설과 함께 소설의 집필 과정과 일기, 프랑크푸르트 연설문 등을 모은 『소설 카산드라의 전제조건 Die Voraussetzung der Erzählung: Kassandra』을 동시에 세상에 공개하였습니다. 에세이 모음집을 읽으면 우리는 크리스타 볼프가 작품 집필을 위하여 얼마나 오랜 기간 동안 숙고했는가? 하는 것을 감지할 수 있습니다. 신화에 의하면 카산드라는 토로이 인들로 하여금 그리스인들과 전쟁을 치러서는 안 된다고 수차례 경고합니다. 그러나 트로이 사람들은 이..

47 Wolf 2022.02.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