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 Wolf

서로박: 볼프의 "카산드라" (2)

필자 (匹子) 2022. 2. 5. 11:32

(계속 이어집니다.)

 

바로 이 무렵에 묘령의 늠름한 사내가 트로이의 궁정에 모습을 드러내었습니다. 그는 다름 아니라 파리스였습니다. 카산드라는 아리스베를 통해서 파리스를 둘러싼 비밀을 접하게 됩니다. 아리스베는 프라이모스의 첩으로서 아이사코스를 낳은 여인이었습니다. 언젠가 헤카베가 파리스를 출산할 때 기이한 태몽을 꾸었습니다.

 

그것은 다름 아니라 자신의 자궁에 머물고 있는 자식이 하나의 장작인데, 거기서 수없이 많은 구렁이들이 기어 나와서 불을 품어내는 태몽이었습니다. 이때 예언자 칼하스는 파리스가 트로이를 엄청난 화염에 뒤덮이게 할 것이라고 예언합니다. 이때 프리아모스는 어느 목자에게 강보에 싸인 젖먹이를 건네주면서 아기를 죽이라고 명령합니다. 그러나 목자는 왕의 명령을 따르지 않고, 비밀리에 아기를 자기 손으로 키웁니다.

 

신화에 의하면 파리스는 제우스신의 명령을 수행합니다. 여신 헤라, 아테네 그리고 아프로디테 가운데 가장 아름다운 여신을 선택하라는 게 제우스신의 명령이었습니다. 파리스는 아프로디테를 선택합니다. 왜냐하면 아프로디테 여신이 자신에게 그리스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인을 점지해주기로 약속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실제에 있어서 헬레나는 스파르타의 왕, 메넬라오스의 부인으로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트로이의 왕자들은 처음에 파리스를 조롱하였습니다. 왜냐하면 “파리스 Ραρις”라는 이름은 “가방, 전리품”이라는 의미를 지니기 때문이었습니다. 모두가 파리스를 경멸하는 반면에, 카산드라는 파리스를 따뜻하게 대하였습니다. 왜냐하면 그는 주인공의 배다른 오빠, 아이사코스를 몹시 닮았기 때문이었습니다. 아이사코스는 첩의 몸에서 태어난 사람으로서 자신이 사랑하던 여자가 열병에 걸려 사망했을 때, 고통을 참지 못하고 자신의 목숨을 끊은 왕자였습니다. 문제는 파리스가 신화의 내용을 실제 현실로 착각하고, 반드시 헬레나를 차지해야 한다는 편집망상에 사로잡혀 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바로 이 무렵에 메넬라오스는 트로이의 왕궁으로 초청을 받게 되었는데, 많은 신료들이 향연에 참가하고 있었습니다. 거기에는 파리스도 있었으며, 트로이의 수비대장인 에우멜로스도 있었습니다. 바로 이때 사람들은 헬레나에 관한 담소를 나누었는데, 이 자리에서 파리스와 메넬라오스 사이에 심한 격론이 벌어지게 됩니다. 카산드라는 두 사람의 논쟁하는 모습을 접하면서 순간적으로 발작을 일으켜서 실신하게 됩니다. 그미는 두 사람의 논쟁에서 이후에 발생할 전쟁을 예견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미의 자매들은 카산드라가 광증에 사로잡혔다고 왕에게 보고합니다. 그렇지만 카산드라는 광증에 사로잡힘으로써 자신의 고통을 극복하려고 했을 뿐입니다.

 

메넬라오스가 떠난 뒤 몇 달 후에 트로이의 세 번째 배가 그리스로 향하게 됩니다. 이 배에는 파리스가 승선하고 있었습니다. 카산드라는 아리스베의 도움으로 건강을 되찾습니다. 세 번째 배가 귀환했으나, 거기에는 파리스가 보이지 않습니다. 파리스는 헬레나를 납치하여 비밀리에 그미와 함께 이집트로 향했던 것입니다. 몇 달 후에 그는 하얀 소복의 여인과 함께 트로이 왕궁으로 들어섭니다. 소복의 여인은 자신이 헬레나라고 밝힙니다. 프리아모스 왕은 심히 놀라면서도 헬레나가 트로이에 왔다는 사실을 함구해달라고 대소신료들에게 명령합니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파리스와 헬레나는 깊은 사랑을 만끽하게 됩니다.

 

이듬해에 전쟁이 발발합니다. 전쟁이 발발한 첫 날 카산드라의 남동생, 트로일로스는 아킬레스에 의해서 목숨을 잃습니다. 아킬레스는 잔인한 동성연애자였습니다. 그는 아름답게 생긴 트로일로스를 겁탈한 다음에 죽여 버립니다. 카산드라는 숨어서 동생이 어떻게 처참하게 유린당하고 살해당하는가를 목격합니다. 이때부터 카산드라는 아킬레스를 “짐승 아킬레스”라고 명명합니다.

 

토로일로스의 연인인 브리세이스는 거의 이성을 잃게 됩니다. 그미는 자신의 부탁대로 아버지 칼하스가 머물고 있는 그리스로 이송됩니다. 카산드라가 동생의 죽음으로 충격에 사로잡혀 있을 때 그미를 달래준 사람은 바로 아이네이스였습니다. 다시 두 사람 사이에 어떤 열정적인 사랑이 싹트게 됩니다. 말하자면 아이네이스를 통하여 오랫동안 갈구해왔던 사랑의 갈망이 실현되는 것을 느낍니다. 그렇지만 아이네이스는 오랫동안 카산드라의 곁에 머물 수 없습니다. 전쟁으로 인하여 그는 어디론가 떠나야 했기 때문입니다.

 

(계속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