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 Wolf

서로박: 크리스타 볼프의 문학적 주제

필자 (匹子) 2024. 1. 17. 11:45

크리스타 볼프는 깊이 숙고하는 작가입니다. 그미의 문학은 자신이 처한 시대의 분위기와 밀접한 관련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1. 어째서 우리는 서로 헤어져야 하는가?: 그미는 1961년에 『나누어진 하늘 Der geteilte Himmel』이라는 작품을 발표하여 구동독에서 하인리히 만 문학상을 수상하였습니다. 이 작품은 베를린 장벽의 건설에 즈음하여 두 남녀, 리타와 만프레트의 이별의 문제를 지적하면서, 동서독의 이질적인 세계관을 서로 비교하고 있습니다. 결국 만프레트는 서독으로 떠나고 리타는 구동독에 자의로 남게 됩니다. 당시 볼프는 구동독의 사회주의 통일당의 정책을 지지함으로써 사회주의의 삶의 방식에 동조한 바 있습니다. 

 

또 한 가지 작품이 관심을 기울이는 것은 사회주의 국가에서의 창의적인 노동은 어느 정도 가능한가? 하는 물음이었습니다. 이러한 물음은 당시 구동독의 문화정책이었던 비터펠트 운동의 주제와 밀접하게 관련되고 있습니다. 작가의 입장은 당시의 구동독이 추구하던 입장과 맞아떨어졌으므로, 『나누어진 하늘』은 각계각층의 사람들에 의해서 매우 우호적으로 평가되었으며, 크리스타 볼프는 이 작품을 통해서 일약 최고의 작가로 등극하게 됩니다. 이 작품은 콘라트 볼프에 의해서 DEFA 영화로 만들어져서 동서독에 방영되었습니다. 나중에 토마스 브루시히는 자신의 소설 『우리 같은 영웅들 Helden wie wir』에서 이 작품을 다음과 같이 비아냥거렸습니다. 『나누어진 하늘 Der geteilte Himmel』은 기껏해야 사회주의 통일당의 이른바 “구제된 남근 der geheilte Pimmel”에 불과하다고 말입니다.”

 

2. 나 자신으로 돌아오는 것 - 그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그 다음에 발표된 작품은 『크리스타 T를 생각하며 Nachdenken über Christa T』(1968)입니다. 이 작품을 집필하는 데 5년이 걸렸습니다. 작품 속에서 작가는 백혈병으로 죽은 자신의 여자 친구의 삶을 회상하고 있습니다. 백혈병은 사회주의의 실험을 상징하는 객관적 상관물입니다. 사회주의 사회에서 개인은 사회를 위해서 노력하는데, 사회의 이익은 어째서 개인의 이익으로 환원되지 않는가? 개인이 사회를 위해 노력하지만, 사회가 개인에게 아무런 도움을 주지 않을 경우 개인의 존재는 과연 무엇인가? 하는 물음을 생각해 보세요. 

 

크리스타 볼프는 사회주의의 이상과 사회주의의 현실 사이의 괴리감을 인지하고, 주어진 사회의 통념을 서서히 회의합니다. 이러한 회의감은 지금까지 당연한 철칙으로 여겨졌던 사실에 대해 의문을 품는 사고와 관련됩니다. “나 자신으로 되돌아오는 것 – 그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하는 물음은 구동독 내에서 문화정책의 핵심적 인물로 활동하던 요하네스 베허의 일기장에서 인용된 말입니다. 이 작품을 통해서 크리스타 볼프는 정치적으로 사회주의 통일당 (SED)으로부터 서서히 멀어지게 됩니다. 아니나 다를까 구동독 평론가들은 이 작품을 혹평한 반면에, 구서독의 문화계는 이 작품의 문체 그리고 수준 등을 매우 호의적으로 평가하였습니다.

 

3. 우리는 과거 전쟁 당시에 무엇을 했는가?: 전후 시대부터 구동독의 문학은 파시즘에 저항하는 노력을 추상적으로 다루었습니다. 다시 말해서 히틀러의 파시즘은 사회주의의 지조를 지닌 사람들의 투쟁에 의해서 타파되었다는 점이 강조되었습니다. 50년대에 유대인들의 레지스탕스 운동 그리고 저장 조직에 관한 이야기가 주류를 이룬 것도 바로 그 때문입니다. 이러한 경향으로 인하여 동독의 작가들은 거의 대부분의 경우 자신의 고유한 체험에 의해서 공정하게 전쟁을 묘사하지 못했습니다. 

 

이에 비하면 서독에서는 하인리히 뵐을 비롯한 많은 작가들이 “영 시점 die Stunde Null”을 외치면서, 파시즘의 문화를 떨치기 위해서는 기존하는 전통적인 사항을을 모조리 파기하고 새롭게 출발해야 한다고 선언하였습니다. 그러나 구동독에서는 이러한 작품 이러한 경향이 속출하지 않았습니다. 파시즘의 범죄는 그냥 추상적으로 평가될 게 아니라, 개개인의 구체적인 과거 경험으로 형상화되어야 한다고 믿으며, 크리스타 볼프는 작품 『유년의 문양 Kindheitsmuster』(1974)속에서 자신의 과거 체험을 다루었습니다. 중요한 것은 위로부터, 혹은 남으로부터 전해 들은 이야기 내지 강령이 아니라, 나 자신 스스로 체험한 삶이라는 사실을 작가는 깨닫습니다.

 

4. 오늘날 작가는 얼마나 사회적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가?: 볼프 비어만의 추방령은 동독의 문화 전반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습니다. 비어만은 1977년 서독 괼른에서 공연하였는데, 이 기회를 틈타서 구동독의 정부는 그에게 추방령을 내렸습니다. 이로써 그는 무국적자로서 더 이상 구둥독에 입국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만약 사회주의에 등을 돌린 자가 나라를 떠나 서방세계로 향한다면, 이는 구동독 내에서 커다란 반향을 끼치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러나 신념에 가득찬 공산주의의 지조를 지닌 시인이 한 나라에서 쫓겨난다면, 이는 구동독이 사회주의 공산주의 국가가 아니라는 것을 반증하는 셈이었습니다. 수많은 동독의 예술가 작가들이 비어만 사건 이후로 서독으로 이주하게 된 것은 바로 그 때문입니다. 

 

크리스타 볼프는 『더 이상 찾을 수 없는 곳 Kein Ort. Nirgends』(1979)이라는 산문을 통해서 두 명의 실존 작가를 등장시킵니다. 그들은 다름 아니라 하인리히 폰 클라이스트 그리고 카롤리네 귄더로데입니다. 이들은 어느 다과회에 모여서 시대정신에 관해서 대화를 나눕니다. 자고로 시인과 예술가는 사회의 피뢰침으로서 사회의 위기를 예리하게 지적하는데, 다른 사람들이 이를 거부할 경우 국외자로 전락할 뿐입니다. 실제로 클라이스트와 귄더로데는 작품을 통해서 동시대인들에게 많은 중요한 사항을 전하려고 했지만, 그들의 노력은 실패로 돌아가고 맙니다. 그들의 자신은 이에 대한 결과로 이해될 수 있습니다. 작가 두 사람의 대화는 실제 삶에서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작가는 이들의 발언을 그들의 여러 작품에서 직접 인용함으로써 문학적 생명력을 고취시켰습니다.

 

5. 문학은 어째서 평화에 기여해야 하는가?: 80년대 초는 미국과 소련이 핵무기로 서로 다투고 있던 시대였습니다. 단추 하나만 누르면, 상대방의 나라는 방사능에 오염되어 국토 전체가 초토화될 수 있는 일촉즉발의 위기 상태였습니다. 크리스타 볼프는 그리스로 작품 집필을 위한 여행을 떠나, 그곳의 현실을 직접 피부로 접합니다. 이를 통해서 그미는 『소설, 카산드라의 전제조건』이라는 책을 발표합니다. 여기에는 작가의 집필 의도, 핵전쟁에 관한 위기 그리고 그미의 일기 등이 차례로 수록되어 있습니다. 볼프는 『카산드라 Kassandra』(1983)를 통해서 두 개의 강대국 사이의 갈등을 다루려고 하였습니다. 

 

작가에게 중요한 것은 전쟁에 관한 구체적 이야기가 아니라, 전쟁 발발의 원인, 전쟁 이전의 갈등 등입니다. 이를테면 그리스와 트로이는 국력과 경제력을 더욱더 도모하기 위해서 서로 대립하며, 흑색선전을 마다하지 않습니다. 작품 내에서 신화적 내용은 자신의 주장을 합리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작가는 작품을 통해서 상호 공존과 갈등 해소를 위한 구체적 요인들을 찾으려고 합니다. 이와 관련하여 크리스타 볼프는 다음과 같이 주장합니다. “지식인이 할 수 있는 일은 전쟁 이전에 상기한 흑색 선전, 선전포고의 무의미함을 경고하는 일밖에 없다. 전쟁 발발 이후에는 불가능하다. 왜냐하면 제마다 살아남기 위해서 행동해야 하니까.”

 

6. 자연과학 기술은 인류에게 재양을 가져다줄 것인가?: 1985년 체르노빌 사건이 발발했습니다. 이때 유럽 전역은 거의 2년 동안 방사능 확산이라는 공포에 떨어야 했습니다. 『원전 사고』는 1980년대에 발표되었습니다. 작품은 암 수술을 받는 주인공의 남동생에 관한 이야기를 서술하고 있습니다. 남동생은 수술을 통해서 살아남음으로써, 독자에게 일말의 희망을 전해줍니다. 그러나 볼프는 더 이상 자연과학 기술의 맹목적 기대감을 견지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볼프는 「자기 시도 Selbstversuch」 그리고 일련의 단편 작품을 통해서 자연과학자들이 처해 있는 실제 현실의 삶에 관해서 비판적인 태도를 취한 것은 사실입니다. 

 

가령 자연과학자들은 오로지 더 나은 연구 결과를 창출해내기 위하여 좁은 공간에서 햄버그를 먹으면서, 힘든 삶을 영위하고 살아갑니다. 이들이 필요로 하는 것은 볼프의 견해에 의하면 사랑하고 사랑 받는 일이라고 언급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자연 과학 연구 자체를 무조건 비난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나 『원전 사고』에서 나타나는 작가의 태도는 과거보다도 더 냉소적으로 드러나고 있습니다. 어쨌든 『원전 사고』를 통해서 크리스타 볼프는 첨단 과학기술이 인류에게 전하는 지상의 행복 그리고 끔찍한 재앙을 경고하려고 했습니다.

 

7. 지금까지의 신화와 역사는 어째서 남성들에 의해 왜곡 전파되었는가?: 지금까지의 서양의 역사는 전투적, 수직적 그리고 남성적 특성에 의해서 기술되고 전파되었습니다. 벤야민도 언급한 바 있듯이 역사는 승리자에 의해서 기술되었습니다. 전설과 신화 등과 같은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는 주로 남성들의 입에서 비롯된 것이었습니다. 말하자면 여성의 관점은 처음부터 철저히 배제되어 왔습니다. 서양의 역사에서 여성은 사랑의 대상, 객체, 생각 없는 존재로 규정되었습니다. 실제로 여성들이 하나의 자의식을 지닌 채 스스로를 성찰하고 시대적 상황을 주체적으로 묘사하기 시작한 시기는 19세기 말부터였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그 이전의 시기에 여성들에게 아무런 자의식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삶과 시대에 관한 여성들의 입장은 다만 말과 글로써 표현되지 않았을 뿐입니다. 모든 과거의 이야기는 남성들에 의해서 일방적으로 전해 내려왔습니다. 크리스타 볼프는 『메데이아. 목소리들』(1996)를 통해서 모든 이야기는 승리자 그리고 남성적 영웅 등에 의해서 왜곡되고, 잘못 전파될 수 있다는 것을 암시합니다. 메데아는 신화에 의하면 두 아들을 죽인 악녀로 전해지지만, 볼프의 견해에 의하면 정치적 희생양으로 이해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로써 그미는 여성적 입장에서 기술될 수 있는 신화의 이해의 가능성을 우리에게 개방시켜주었습니다.

 

8. 나의 병은 어째서 사회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는가?: 구동독은 안타깝게도 1990년 몰락하고 말았습니다. 다행스러운 것은 독일이 통일되는 과정에서 사상자가 많이 속출하지 않았다는 사실입니다. 지금까지 영토의 변화의 과정 동안 사람들은 수많은 피를 흘려야 했습니다. 자유를 쟁취하는 데 어째서 이렇게 많은 피를 흘려야 하는가? 하고 토로한 어느 시인의 말을 생각해 보세요. 사실 따지고 보면, 국가는 모든 사람들의 몸의 집합체일 수 있습니다. 소우주가 인간 개체이고, 대우주가 천체라면, 작은 육체는 우리 자신의 몸이고, 커다란 육체는 인간이 모인 국가의 몸일 수 있습니다. 

 

한 사람의 몸이 병들면, 병원에서 치료 받을 수는 있지만, 국가가 병들면, 어떻게 치유해야 할까요? 크리스타 볼프는 2002년에 『육체에 합당하게 Leibhaftig』라는 작품을 발표하였습니다. 여기서 작가는 주인공 “나”의 질병 그리고 주인공의 친구 우르반의 자살을 서술합니다. 지극히 주관적인 느낌을 드러내지만, 주인공의 병과 친구의 죽음은 구동독의 몰락과 관련되고 있습니다. 이 작품을 통해서 볼프는 고통과 상처 그리고 치유의 문제를 진솔하게 서술합니다. 결국 문제가 되는 것은 사회의 질병이며, 사회의 몰락의 원인을 개별적으로 구명하는 작업이 아닐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