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 Wolf

서로박: 볼프의 "카산드라" (1)

필자 (匹子) 2022. 2. 5. 11:32

친애하는 W, 당신을 위하여 볼프의 소설 ?카산드라?를 살펴보기로 하겠습니다. 볼프의 소설은 1983년에 발표되었습니다. 크리스타 볼프는 작품의 집필을 위하여 오랜 기간 동안 독서하였고, 시간을 내어 그리스로 여행하기도 하였습니다. 그미는 소설과 함께 소설의 집필 과정과 일기, 프랑크푸르트 연설문 등을 모은 『소설 카산드라의 전제조건 Die Voraussetzung der Erzählung: Kassandra』을 동시에 세상에 공개하였습니다. 에세이 모음집을 읽으면 우리는 크리스타 볼프가 작품 집필을 위하여 얼마나 오랜 기간 동안 숙고했는가? 하는 것을 감지할 수 있습니다.

 

신화에 의하면 카산드라는 토로이 인들로 하여금 그리스인들과 전쟁을 치러서는 안 된다고 수차례 경고합니다. 그러나 트로이 사람들은 이를 믿지 않았다고 합니다. 트로이가 몰락한 뒤 카산드라는 그리스의 왕 아가멤논의 노예가 되어 그리스로 끌려갑니다. 바로 이 대목에서 볼프의 소설은 시작되고 있습니다. 카산드라는 미케네의 사자 성문 앞에 서서 조만간 도래할 자신의 죽음 그리고 아가멤논의 미래를 떠올립니다. (아가멤논은 아내 클뤼템네스트라 그리고 그미의 정부에 의해서 나중에 살해됩니다.) 내적 독백의 형식을 빌어 카산드라는 자신의 과거 삶, 아이네이스에 대한 사랑, 전쟁 등에 관해 조용히 서술합니다.

 

실제로 트로야 전쟁은 파리스의 망령에 의해서 발발하게 되었습니다. 파리스는 그리스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자 헬레나를 트로이로 데리고 오지는 않았습니다. 파리스가 데리고 온 것은 헬레나에 대한 하나의 망령이었을 뿐입니다. 이 점을 고려할 때 크리스타 볼프가 스테시코로스 Stesichoros 그리고 에우리피데스 Euripides의 입장을 그대로 수용한 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작품의 내용을 살펴보기로 하겠습니다. 카산드라는 트로이의 왕 프리아모스와 왕비 헤카베 사이에서 태어난 공주입니다. 그미는 아폴론으로부터 예언의 능력을 하사 받았으나, 스스로 신에게 수청 들지 않는다는 이유 때문에 하나의 징벌을 받게 됩니다. 즉 카산드라는 무언가 중요한 내용을 예언하지만, 어느 누구도 그미의 말을 믿지 않게 되리라는 게 그 징벌이었습니다. 따라서 작품의 모티프는 고대 비극작가, 아이스킬로스 Aischylos의 「오레스테스 Orest」에서 빌려온 게 확실합니다.

 

카산드라는 어린 시절부터 아버지, 프리아모스를 무척 사랑하였습니다. 이를테면 아버지 프리아모스가 어머니와 함께 정치적인 논쟁을 벌일 때 언제나 카산드라를 자신의 방에 머물도록 조처하였습니다. 프리아모스는 혼자서 독재정치를 행한 게 아니었고, 정치 영역의 일정 부분을 아내 헤카베에게 이양해주었습니다. 헤카베는 주인공 카산드라의 눈에는 엄격한 어머니 내지 단호한 수상처럼 비치곤 하였습니다.

 

카산드라는 예언하는 여사제로 책봉되었습니다. 여사제가 되는 모든 처녀는 성대한 예식을 치른 다음에 늠름한 남자에게 처녀성을 바치게 되어 있습니다. 자신의 처녀성을 바치게 되는 그날 카산드라는 처음으로 트로이의 장수로 성장하게 될 늠름한 사내 아이네이스와 합방하게 됩니다. 그러나 아이네이스는 공개적으로 허용된 합방인데도 카산드라의 처녀성을 유린하지 않습니다. 아이네이스는 사랑의 감정 없이 처녀의 몸을 건드린다는 예식이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바로 이 순간부터 카산드라는 아이네이스를 깊이 사랑하게 됩니다. 나중에 그미는 트로이에서 아폴론의 사제 장으로 일하는 그리스 출신의 판토스.에게 넘겨집니다. 판토스가 카산드라의 모든 교육을 책임지게 됩니다. 카산드라는 판토스에 의해서 처녀성을 상실합니다. 판토스는 밤이 되면 언제나 카산드라의 침대로 스며듭니다. 어둠 속에서 카산드라는 자신의 몸을 탐하는 사내가 아이네이스라고 믿으며, 교접하면서 자신의 성스럽고도 열정을 모조리 발산합니다.

 

아이네이스의 아버지인 안치세스는 카산드라에게 세 척의 선박 가운데 첫 번째의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트로이 전사는 어떤 이유에서 그리스로 잠입하여 어떤 사건을 저질렀는데, 이때 전리품으로 데리고 온 사람이 바로 판토스였습니다. 바로 이 무렵에 두 번째의 배가 그리스로 떠나게 됩니다. 배에는 안치세스, 예언자 칼하스가 승선하고 있었습니다. 그들은 언젠가 스파르타인, 텔라몬에게 납치당한 헤시오네를 되찾아오려고 계획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헤시오네는 프리아모스의 왕의 여동생인데, 그미가 떠난 이후로 왕은 언제나 슬픔에 잠겨 있었습니다. 그러나 헤시오네의 구출시도는 실패로 돌아가고 맙니다. 왜냐하면 헤시오네는 그 사이에 텔라몬의 아내가 되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게다가 칼하스 역시 트로이로 되돌아오지 않습니다. 처음에는 칼하스가 왜 트로이로 돌아오지 않았는지 확인되지 않지만, 나중에는 그가 자의에 의해서 그리스로 귀환했다는 사실이 백일하에 드러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