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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박: 슐링크의 책 읽어주는 남자 (2)

필자 (匹子) 2019. 6. 3. 09:58

제 2부: 시간이 흘러 미하엘은 대학에서 법학 대학생입니다. 그는 한나에 대한 기억을 지우려 하며, 가급적이면 둔감하게 살려고 애를 씁니다. 어느 날 대학 4학년으로서 교수님과 함께 현장실습을 떠나야 했습니다. 현장실습은 공개 법정을 참관하는 일이었습니다. 미하엘은 공개 법정에서 놀랍게도 잊을 수 없는 여인을 발견하게 됩니다. 그미는 다름 아니라 한나 슈미츠였는데, 피고석에 앉아 있었습니다. 그미는 어느 강제 수용소에서 죄를 지었는데, 사람들은 그미의 죄를 심문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재판 과정을 통하여 그미의 과거 행적이 백일하에 드러나게 됩니다. 한나 슈미츠는 1943년 가을에서 1944년 초까지 아우슈비츠에서, 1944년에서 45년에 이르는 겨울 크라카우에서 여자 간수로 일했습니다. 당시에 지멘스 회사가 일자리를 알선해 주었지만, 그미는 이를 거절하고, 자원하여 여자 간수의 직업을 택했습니다. 미하엘은 마치 자신의 몸이 마비된 것처럼 굳어지는 것을 느낍니다. 연인으로서 그미와 아주 행복한 시간을 보냈지만, 법정에서는 어떤 연정이 더 이상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한나 슈미츠가 저질렀던 죄는 제 5장에서 다루어집니다. 한나의 근무처는 아우슈비츠에서 크라카우로 이전됩니다. 그미는 다섯 명의 여 간수와 함께 일하게 됩니다. 근무지가 바뀐 관계로 그미는 기차를 타고 서쪽으로 향합니다. 기차에는 죄수도 함께 타고 있었습니다. 추운 겨울 어느 날 수백 명의 죄수들은 어느 교회에서 하룻밤을 묵어야 했는데, 그곳에 폭탄이 떨어져 교회는 불바다로 변하게 됩니다. 이로써 대부분의 죄수들은 목숨을 잃습니다. 한나의 죄목은 다음과 같습니다. 즉 여간수들이 교회가 불타고 있는데도 대문을 잠궈 놓았다는 것입니다. 어린아이를 데리고 있던 어느 유대인 죄수는 살아남아, 이스라엘로 이주했습니다. 살아남은 딸은 당시의 참상을 책을 통해 공개한 바 있는데, 특히 재판에서 이 사실을 입증하기 위해 최근에 독일로 입국하게 되었습니다.

 

 

 

 한나 슈미츠 역을 맡은 배우 카타 빈스레트

 

한나는 평범한 여인이었습니다. 자신이 무슨 일에 가담하는지 알지 못한 채 주어진 일에만 충실하게 몰두하며 살았습니다. 재판 중에 한나의 발언은 기이하게도 그미가 남긴 다른 조서의 내용과 차이점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다른 여간수와는 달리 이른바 잘못된 진술에 대해 항의합니다. 물론 그미는 아우슈비츠에서 일했다는 것을 후회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교회에서의 살인에 관해서는 전혀 알지 못하며 자신의 임무에만 충실했다는 것입니다. 그미는 재판관이 만약 자신의 입장이라면, 어떻게 달리 행동했겠는가? 하고 반문합니다. 재판관은 당황한 듯이 이에 대해 대답하지 못합니다.

 

한나는 살아남은 유대인의 딸의 진술에 대해 반박하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간수로서의 자신의 행동이 그르지 않았다고 항변합니다. 증인의 말도 자신의 말도 틀리지 않다는 것입니다. 대신에 한나는 동료 여간수들에 대한 강한 증오심을 드러냅니다. 한나의 발언에 의하면 자신은 죄수들 가운데 몇 명을 애정 어린 마음으로 돌보아 주었으며, 그들이 강제 노동을 하지 않도록 조처했다는 것입니다. 때로는 몇 명을 자신의 방으로 불러 책을 읽어주도록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일은 죄수들이 아우슈비츠로 이송될 때까지 계속되었다고 합니다.

 

주인공은 재판이 중단되는 시간에 유대인의 딸이 쓴 영어 책을 읽으며, 크라카우어 수용소의 마지막 몇 달 그리고 어느 황량한 마을 교회에서의 마지막 체류 등에 관한 정확한 정황을 알아내려고 합니다. 그는 다음과 같은 놀라운 사실을 알아냅니다. 즉 살아남은 모녀는 끔찍한 화재 속에서 성당의 이층 석으로 도피했는데, 거기에는 다행히도 불길이 번지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SS에 보고하는 서류에 관해서 한나를 제외한 다른 여간수들은 무죄를 주장합니다. 즉 보고서는 잘못된 것이라고 했습니다. 보고서에는 다음과 같이 적혀 있었습니다. “피고들이 다루는 죄수들 가운데 어느 누구도 교회 밖으로 도주할 수 없었다. 여 간수 가운데 몇 명은 폭탄에 부상당했고, 몇 명은 상처 입은 죄수들을 돌보느라고, 교회의 화염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 한나는 다음과 같이 주장합니다. 보고서를 함께 작성했는데, 그 전에 다른 여 간수들이 자신을 보고서의 집필자로 선임했다는 것입니다. 재판장이 보고서의 작성자가 누구인가를 확인하려고 했을 때, 한나는 당황한 듯 순식간에 말을 바꿉니다. 즉 보고서를 혼자 썼다는 것입니다. 그미는 다음의 사실을 덧붙입니다. 교회의 문이 열리면, 죄수들이 폭동을 일으켜 도주할지 모르며, 만약 이러한 일이 벌어지면, 자신은 문책 당하게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왜 한나는 특정한 사항에 부딪치면, 자신의 말을 순식간에 번복하는 것일까? 주인공은 이에 대한 결정적인 이유를 알아냅니다. 즉 한나는 문맹 文盲이었습니다. 즉 그미는 글을 읽을 줄도 쓸 줄도 모릅니다. 게다가 한나는 이 사실이 공개될까 몹시 두려워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자신이 보고서를 썼다고 거짓 진술하고, 모든 죄를 감수하고 있습니다. 문맹에 대한 부끄러움, 그것은 자신의 무지가 백일하에 드러나는 데 대한 심리적 두려움과 같습니다. 불쌍한 영혼은 설령 죽음을 당하는 한이 있더라도 자신의 치부를 감추려고 합니다.

 

다른 여 간수들은 죄를 오로지 한나에게 덮어씌우려고 합니다. 말하자면 한나가 행동대장으로서 명령을 내리고, 모든 것을 결정했다는 것입니다. 주인공은 재판관을 찾아가서, 한나의 비밀을 털어놓으려고 생각하지만, 이를 실행에 옮기지 못합니다. 왜냐하면 한나의 자존심은 반드시 지켜져야 하기 때문입니다. 재판은 2주간 연기됩니다. 법정은 그동안에 이스라엘에 살고 있는 유대인 모친에게 몇 가지 질문을 던집니다. 주인공은 한나에 대한 번민 때문에 집중하여 공부할 수 없습니다. 강제 수용소 여간수로 일하는 그미의 모습이 자꾸 눈에 아른거립니다.

 

미하엘은 강제 수용소 슈트루트호프로 여행합니다. 자동차 안에서 어느 남자와 대화를 나누기도 합니다. 제 3제국의 대중 학살의 원인이 무엇인가? 하는 물음이 대화의 내용이었습니다. 그 남자는 다음과 같이 주장합니다. 즉 장교들은 자신에게 주어진 임무만을 충실히 수행했다는 것입니다. 그들은 유대인에 대한 증오심도 없었고, 혐오감을 느끼지도 않았다고 합니다. 그저 숙달된 훈련에 따라 형을 집행했을 뿐이라고 남자는 말합니다. 미하엘은 “혹시 과거에 장교로 일했는가?” 하고 묻습니다. 이때 남자는 몹시 분개하면서 주인공을 차에서 내리게 하고는, 혼자 떠납니다. 재판의 판결은 다음과 같습니다. 한나에게는 종신형이, 다른 여 간수들은 몇 년의 구금 형이 선고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