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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박: 슐링크의 책 읽어주는 남자 (1)

필자 (匹子) 2019. 6. 3. 09:57

최근에 영화 “더 리더 The Reader”가 개봉되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이 책에 관해 언급하려고 합니다. 베른하르트 슐링크 Bernhard Schlink는 1944년 빌레펠트에서 태어나 하이델베르크 그리고 베를린 등지에서 법학을 공부하였습니다. 그는 1981년 헌법에 관한 교수 자격논문을 쓴 뒤, 본 대학교수로서 헌법학 그리고 행정법 등을 가르쳤습니다. 슐링크는 어린 시절부터 작가, 혹은 사회학자가 되려고 했습니다. 아버지처럼 신학자가 되고 싶지는 않았다고 합니다.

 

어느 인터뷰에서 그는 다음과 같이 토로하였습니다. 즉 어릴 때부터 문장 쓰기에 대해 애착을 지녔지만, 순수 전업 작가보다는 법학 교수의 일을 더 중요하게 생각했다고 말입니다. “문장에 대한 애착”은 결국 “이야기에 대한 애착”으로 변모했고, 이는 작품 집필로 이어졌습니다. 소설 "책 읽어주는 남자"는 간결하고 생동감 넘치는 언어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지금까지의 독일 소설은 대체로 사변적인 특성을 지닙니다. 게다가 나치 역사에 대한 정당한 성찰 그리고 1968년 학생 운동 및 문화 혁명에 대한 진솔한 성찰 등은 전후 문학에서 충분히 반영되지는 못했습니다. 소설은 이러한 암묵적인 요구 조건을 충실히 반영하고 있습니다.

 

15세의 주인공 “나”, 미하엘은 60년대 10월의 어느 날 방과 후 36세의 여인을 만납니다. 그미의 이름은 한나 슈미츠인데, 주인공을 집으로 데려가 먹을 것도 주고, 몸도 씻겨줍니다. 미하엘은 황달을 앓아서 학교에 제대로 가지도 못합니다. 5개월 후에야 그는 꽃을 사들고 그미를 찾아갑니다. 그미가 사는 중앙역의 거리에서는 옛 건물이 헐리고, 새 집이 들어섭니다. 이러한 장면은 한나의 알 수 없는 과거에 대한 객관적 상관물입니다. 미하엘은 그미의 집 앞에서 한나를 기다립니다. 일을 마치고 귀가한 한나는 주인공에게 석탄 심부름을 시킵니다.

 

(서독에서는 60년대까지 가정집에서 석탄을 사용했습니다. 그들의 검소함이 결국 라인강의 기적을 이룩하게 했지요.) 심부름을 마치고 돌아온 주인공의 얼굴은 새까맣게 변해 있습니다. 한나는 주인공이 목욕하도록 조처합니다. 한나는 몸을 닦으려고 욕조에서 일어나는 주인공을 황급히 끌어안습니다. 주인공은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그미를 애무하다가, 끝내 성 관계를 맺고 맙니다. 후회, 죄의식과 두려움, 설렘 그리고 후회. 과연 그미는 나를 사랑했을까, 아니면 나를 그냥 갖고 놀았을까? 몸이 정상적 상태가 아닌데도 학교에 가기로 결심합니다. 학교에 다녀야 한나를 만날 수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다음날부터 미하엘은 마지막 수업을 빼먹고 한나를 찾습니다. 12시경에 그들은 샤워하고 사랑을 나눕니다. 식탁에 주인공의 교과서가 놓여 있는데도 한나는 그의 이름을 알아차리지 못합니다. 1시 반 정각에 집으로 돌아와 어머니가 차려준 점심을 먹습니다. 미하엘은 그미를 만나려고 마지막 수업을 듣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한나는 몹시 화를 내면서, 절대로 낙제하면 안 된다고 충고합니다. 제 9장의 이야기는 미하엘의 상념, 학교 시절의 기억 등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그는 선생과 학우들로부터 사랑받고 인정받는 학생이 아니었습니다. 놀랍게도 수업에 자신감을 얻게 해준 사람은 바로 한나였습니다. 주인공은 마지막 시험에 합격하려고 공부하며, 한나에게 여러 가지의 책을 읽어주곤 합니다.

 

부활절에 미하엘은 일부러 새벽에 기상하여, 어느 전차에 오릅니다. 한나는 전차의 차장으로 일하고 있었습니다. 일하는 그미를 찾아가 놀라게 해주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그미는 그를 아는 척하지 않습니다. 몇 시간 후에 한나를 찾아갔을 때, 한나는 주인공을 방에서 쫓아냅니다. 30분 후에 다시 돌아왔을 때, 그미는 제 정신이 돌아온 사람처럼 보입니다. 주인공이 “내가 잘못했어.” 하고 말하자, 한나는 그를 용서합니다. 화해한 뒤 두 사람은 격렬하게 상대방의 성을 탐합니다.

 

부활절 기간 동안 두 사람은 4일간 자전거 타고 여행합니다. 미하엘은 여행하기 위해서 자신이 아끼던 우표 책을 팔아야 했습니다. 그가 호텔에서 아침 일찍 일어났을 때, 한나는 그의 곁에서 잠을 자고 있었습니다. 미하엘은 쪽지를 남긴 뒤에, 아침 식사용 빵 그리고 꽃을 사려고 살며시 나갑니다. 그가 돌아왔을 때, 한나는 몹시 화를 내면서 혁대로 그의 얼굴을 갈깁니다. 미하엘이 잘못했다고 말하는 순간, 그미는 흥분하여 그의 성을 탐합니다. 쪽지에 쓰여 있는 글을 직접 읽어주어야 했던 것입니다.

 

미하엘은 한나에게 무언가를 선물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그는 백화점에서 잠옷을 훔치기도 합니다. 한나의 집에서 요리하고, 아버지의 서재에서 책을 가져와 한나에게 읽어주며, 가끔 육체적 사랑을 나누는 것은 주인공의 일상이 되었습니다. 그의 뇌리에는 일순간 상급반의 기억이 떠오릅니다. 상급반은 대학에 진학하기 위한 과정으로서 학생들은 약 2년 동안 열심히 공부하며 아비투어 시험을 준비합니다. 당시 미하엘의 나이는 17세였으며, 새로운 친구들을 사귀게 됩니다. 특히 소피라는 금발의 여학생은 그의 마음을 사로잡습니다. 힘든 학교생활이었지만, 주인공은 소피와 마음을 터놓고 지냅니다.

 

언젠가 한나에게 톨스토이의 전쟁과 평화를 읽어준 적이 있었습니다. 책 읽어주는 시간은 오래 지속됩니다. 두 사람은 극장에서 실러 Schiller의 극작품, 「간계와 사랑」을 감상하기도 합니다. 그미와의 시간은 즐거우면서도 때로는 몹시 불편합니다. 더운 여름 날 그미 곁에서 따분하게 책을 읽어주느니, 차라리 친구들과 수영하러 가는 게 낫다고 느낍니다. 일순간 한나와 이별할지 모른다는 끔찍한 상상이 뇌리를 스칩니다. 미하엘은 친구들에게 한나에 관해 이야기합니다. 그러나 자신이 깊은 관계 속에 빠져 있다는 말을 절대로 토로하지 않습니다. 여자 친구 소피는 왜 그렇게 침울한가? 하고 묻습니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비밀을 누구에게도 털어놓지 않습니다.

 

주인공은 한나에 관한 많은 것을 알고 싶어 합니다. 그러나 그미는 언제나 대답을 피합니다. 두 사람 관계에서 모든 의사결정권은 그미에게 주어져 있습니다. 주인공의 뇌리에는 이별의 순간이 떠오릅니다. 미하엘은 우연히 어느 수영장에서 한나를 마주친 적이 있는데, 이때 한나는 황급히 자리를 피했습니다. 바로 그 다음날 한나는 가재도구를 꾸려서 어디론가 종적을 감추어버리고 맙니다. 미하엘에게 알리지 않고 몰래 이사를 떠난 것입니다. 주인공은 모든 수단을 동원하여 그미를 찾으려 하나, 찾을 길이 없습니다. 주인공은 한나 없이 고통스럽고 외로운 시간을 보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