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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박: 우베 팀의 소설 '하지의 밤'

필자 (匹子) 2022. 4. 24. 11:24

하지는 365일 가운데 가장 짧은 날을 가리킵니다. 하지의 밤에는 언제나 기이하고도 혼란스러운 사건이 발생한다고 믿습니다. 작품의 배경으로 설정된 시간과 장소는 1995년 베를린입니다. 작가는 의도적으로 사소한 이야기를 자세히 묘사하는 반면에, 작품의 배후에 전환기의 본질적인 문제를 흐릿하게 드러내고 있습니다. 이러한 집필 방식은 일견 알프레트 되블린 Alfred Döblin의 『베를린 알렉산더 광장 Berlin Alexander Platz』의 서술 기법을 연상시킵니다.

 

크리스토라는 이름을 지닌 주인공, “나”는 뮌헨에서 거주하는 저널리스트인데, 어느 잡지사로부터 “감자”에 관한 기사를 써달라는 청탁을 받습니다. 제목은 “페루-프로이센-커넥션. 감자와 독일인의 인성”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기사를 막연하게 완성할 수는 없습니다. 직접 베를린으로 가서 감자에 관한 책자를 뒤지려고 결심합니다. 주인공은 우연히 동독 출신의 식품 영양사가 감자의 종류와 그 맛을 소개한 목록을 완성했다는 소문을 접합니다. 그러나 식품 영양사, 로글러는 오래 전에 사망한 사람이었습니다. 주인공은 그와 함께 일한 적이 있는 사내를 찾아갑니다. 그 사내는 로글러가 죽기 전에 목록에다 감자에 관한 많은 정보를 기술했다고 말합니다. 이 말을 듣고 주인공은 감자 목록을 입수하기 위해서 동분서주합니다. 목록을 입수하면, 감자를 좋아하는 삼촌이 죽을 때 남긴 마지막 말인 “붉은 나무”라는 속뜻을 완전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주인공은 수많은 사람들과 조우합니다. 그들은 감자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고, 언제나 자신의 삶의 체험만 늘어놓습니다. 뮌헨이 고향인 주인공은 베를린에 관한 인상, 사람들의 표정 그리고 세계대전, 동서독 분단과 통일 등에 관한 사람들의 체험 등을 수첩에 기술합니다. 이를테면 스프랑거 박사의 동베를린 집을 찾았을 때, 이발사 크라머 씨가 나타나서, 베를린 사투리로 자신의 곡절 많은 삶의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그는 구동독의 부르주아들의 삶에 관해서 언급합니다. “당신네들 서독 사람들은 형식주의자들이지요. 우리는 비공식적이었으며, 이데올로기로 경직된 체제 속에서 작은 길을 찾으려 했지요. 모든 물건들을 멋지게 짜 맞추는 사람들이었어요. 우리는 질서에 사부타주하는 작은 싸움꾼, 체제를 비판하며 모든 것을 거부하는 자들이었어요.” (61쪽). 결국 주인공은 감자 목록을 찾아내어, 택시를 타고 베를린의 “쿠담”으로 향하는데, 도중에서 택시기사와 언쟁을 벌입니다. 택시기사는 주인공의 모든 자료를 창밖으로 팽개쳐버리는데, 이로 인하여 그동안 수집된 모든 자료가 사라지고 맙니다.

 

 

 

 

그래도 “나”는 감자 목록을 포기할 수 없습니다. 다시 감자 목록을 찾기 위하여 주인공은 신문에 광고까지 게재합니다. 베를린 곳곳을 샅샅이 뒤지고, 심지어는 폴란드까지 가서 거나한 술판이 벌어진 결혼식에도 참석했으나, 끝내 감자 목록을 찾지 못합니다. 이 와중에서 “독일 문학에 나타난 감자”라는 제목으로 석사학위 논문을 집필중인 여대생이 주인공 앞에 나타납니다. 그미는 “폰섹스”로 생활비를 벌면서 살아가는 티나라는 이름의 여대생인데, 감자 목록 및 그 내용에 관해 전혀 모르고 있었습니다. 그밖에 감자 목록을 찾는다는 신문 광고를 보고 전화한 사람은 불가리아 출신의 무기 상인이었습니다. 그는 어떤 유형의 수류탄에 대한 암호로서 감자 목록을 활용했다고 언급합니다. 그러나 무기 상인으로부터 감자 목록에 관한 단서는 나타나지 않습니다.

 

놀라운 것은 베를린 사람들 개개인들이 피치 못하는 역사를 지니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심지어는 베를린의 지명들, 예컨대 제국 의회, 동물원 역, 반 호수 등은 제각기 어떤 내밀한 역사의 흔적을 감추고 있습니다. 마지막에 주인공은 불가리아 출신의 무기 판매상으로부터 위험을 느끼면서 뮌헨으로 도주합니다.

 

“하지의 밤”은 여기서 고유의 해석 가능성을 부여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독자의 사고이며, 베를린 장벽 붕괴에 관한 각자의 사고일 수 있습니다. 삼촌이 죽을 때 남긴 말 “붉은 나무” 역시 특장 감자 종이 아닐 수 있습니다. “붉은 나무”는 메클렌부르크 그리고 프로이센 사이의 경계를 표시하는 지명으로서의 고유한 역사를 지니고 있습니다. 전체적으로 고찰할 때 우베 팀의 작품은 셰익스피어의 극작품, 「한여름 밤의 꿈」으로부터 많은 사항을 수용하였습니다. 비록 작품 속에는 한여름 밤을 배경으로 요정, 오베론과 티타니아 등이 활동하는 신비로운 숲이 등장하지는 않지만 말입니다. 셰익스피어의 극작품에서는 모든 갈등과 반목이 해결되는 반면에, 팀의 작품에서는 해결되는 내용이 하나도 없습니다. 그렇지만 작가는 이야기의 결말을 언급하지 않음으로써, 베를린 내의 이야기 내지 베를린을 둘러싼 역사가 계속 발전의 과정에 있다는 사실을 암시하려 했습니다. 이로써 작가는 독일의 통일이 정치적으로 완결되었지만, 베를린 사람들의 혼란스러운 사고는 여전히 온존하고 있음을 분명하게 지적하고 있습니다.

 

우베 팀의 소설 "뜨거운 여름"은 오용록 교수님의 번역으로 2010년 도서 출판 지만지에서 간행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