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 유토피아 73

서로박: 아나키즘의 유토피아 사상 (2)

(앞에서 계속됩니다.) 6. “국가 없는 사회”의 네 가지 특징 (2): 셋째로 국가 없는 사회는 지방 자치 내지 지방 분권의 정책을 추구합니다. 그것이 소규모의 자치, 자활 그리고 자생 운동으로 조직화되어야 한다는 주장은 필연적인 귀결입니다. 소규모 공동체는 거대한 산업의 컨베이어 시스템 내지 기계화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고, 수공업의 경제 체제를 중시합니다. 지방 자치 운동은 중앙집권적 국가 권력에 맞설 수 있는, 작지만 효과적인 정책으로 활용될 수 있습니다. 현재 이 순간에도 중앙집권적 국가는 글로벌 자본주의 시대에 이기주의적 횡포를 저지르는데, 이에 대한 대안적 삶의 방식은 소규모의 공동체 운동일 수 있습니다. 특히 인터넷 매체가 발전되고 과학 기술의 수단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21세기의 현실에..

26 유토피아 2018.01.29

서로박: 아나키즘의 유토피아 사상 (1)

1. 국가주의, 혹은 비-국가주의 유토피아: 유토피아의 역사를 서술하는 데 있어서 아나키즘과 비국가주의의 개념을 명확하게 규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유토피아는 최상의 국가가 무엇인가에 관한 물음으로 시작되었습니다. 그렇기에 그것은 처음부터 국가 구조의 특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러나 근대에 이르러 권력 기관으로서의 국가 없이도 얼마든지 훌륭한 유토피아가 형성될 수 있다는 사고가 태동하기 시작했습니다. 비-국가주의의 공동체의 가능성이 바로 그것입니다. 이로써 인간의 행복을 위한 사회적 삶이 국가의 틀에서 토대를 두고 있는가? 아니면 국가 없는, 혹은 권력이 배제된 행정청으로서의 공동체의 틀에 근거하고 있는가? 하는 물음이 가능합니다. 전자가 국가 중심의 지배와 관련된 “국가주의의 유토피아archistisch..

26 유토피아 2018.01.29

서로박: 마르크스의 자유의 나라에 관한 유토피아 (6)

(앞에서 계속됩니다.) 27. 마르크스 사상의 영향 (1): 마르크스의 사상은 19세기와 20세기의 세계 역사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습니다. 페터 데메츠는 20세기에 영향을 끼친 세 가지 사상적 조류로서 “마르크스주의”,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 그리고 “구조주의의 연구를 활성화시킨) 러시아 형식주의”라고 주장한 바 있습니다. (Demetz: 30). 세 가지 사상적 조류 가운데 세계사를 변혁시킨 하나의 사조는 아무래도 마르크스주의일 것입니다. 주지하다시피 20세기의 역사는 마르크스의 사상과 밀접하게 관련됩니다. 소련 혁명, 사회주의 국가들의 건설, 중국의 사회주의적 실험 등을 생각해 보세요. 이와 관련하여 수많은 마르크스주의 사상가들이 전 세계적으로 속출하였습니다. 현재 중국이 자본주의의 경제 시스템과 ..

26 유토피아 2018.01.12

서로박: 마르크스의 자유의 나라에 관한 유토피아 (5)

(앞에서 계속됩니다.) 23. 마르크스주의의 난류: 블로흐에 의하면 주어진 현실에 대한 냉정한 분석도 중요하지만, 먼 목표, 다시 말해 미래의 이상을 예술적으로 그리고 철학적으로 선취하는 작업도 이에 못지않게 중요한 과업입니다. 블로흐는 이러한 작업을 “마르크스주의의 난류”라고 규정하였습니다. 대부분의 혁명가들이 이러한 작업을 처음부터 경원시하였기 때문에 ,혁명의 과정에서 자신의 전략을 수정하고 타협적으로 처신했다고 블로흐는 확신하고 있습니다. 물론 『정치적 측정, 페스트의 시대, 3월 전기Politische Messung, Pestzeit, Vormärz』에서 스탈린의 정책을 찬양하고 핵에너지에 대한 블로흐의 기대감 시대착오적인 면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그런데 현장 정책에서 나타나는 블로흐의 오류를 제..

26 유토피아 2018.01.12

서로박: 마르크스의 자유의 나라에 관한 유토피아 (4)

17. 마르크스주의는 유토피아의 요소를 지니고 있다 (1): 마르크스주의자들이 유토피아를 부정적인 개념으로 사용했음에도 불구하고, 마르크스의 사상 속에는 아이러니하게도 긍정적 의미를 담은 유토피아의 사상적 특징들이 용해되어 있습니다. 다시 말해 마르크스의 사상은 겉으로 보기에는 전통적 유토피아 사상가들이 시도한 찬란한 이상적 삶을 노골적으로 인정하지 않지만, 마르크스주의가 추구하는 의향 속에는 근본적으로 더 나은 삶에 관한 꿈, 다시 말해서 유토피아의 의향 내지 구체적 희망이 도사리고 있습니다. 바로 이러한 까닭에 한스 프라이어는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마르크스주의자들은 유토피아를 부정적 개념으로 파악하였지만, 그들은 공산주의의 꿈을 지니고 있었다. 그들은 말로 표현하지는 않았지만, 내심으로는 어떤 ..

26 유토피아 2018.01.12

서로박: 마르크스의 자유의 나라에 관한 유토피아 (3)

(앞에서 계속됩니다.) 11. 노동자의 단합과 프롤레타리아 혁명: 노동자들의 노동 가치는 마르크스에 의하면 자본가들에 의해서 일부 혹은 상당부분 착복당하고 횡령당합니다. 자본가들이 이익을 얻는 것은 오로지 노동자들의 노동이 여러 가지 다양한 방식으로 이용당하기 때문입니다. 바로 이러한 까닭에 마르크스는 1848년 29세의 나이에 엥겔스와 함께 발표한 「공산당 선언Das Manifest der kommunistischen Partei」에서 “만국의 노동자들이여 궐기하라!”하고 외쳤습니다. 이 글은 불과 23쪽의 분량의, 공산주의 운동을 추진하기 위한 최소의 문헌으로서 1848년 이후의 세계 역사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습니다. 이 책에서 마르크스는 지금까지의 역사를 계급투쟁의 역사라고 단정하고, 가난하고 고통..

26 유토피아 2018.01.12

서로박: 마르크스의 자유의 나라에 관한 유토피아 (2)

5. 마르크스의 삶 (3): 마르크스에게는 파리 역시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지역이 아니었습니다. 프로이센 정부는 프랑스를 압박하여, 마르크스가 그곳에서 살지 못하도록 압력을 가했기 때문입니다. 마르크스는 1845년 7월에 가족을 데리고 브뤼셀로 이주하였으며, 엥겔스 역시 뒤이어 그곳으로 떠났습니다. 마르크스가 경제적 궁핍함, 당국의 탄압 속에서 역작을 집필했다는 것은 거의 기적과 같았습니다. 마르크스는 브뤼셀에서 『철학의 빈곤Das Elend der Philosophie』(1847)을 발표했습니다. 이 제목은 프루동의 저작물, 『빈곤의 철학Système des contradictions économiques, ou philosiphie de la misère』에 대한 패러디로서, 마르크스는 자본주의 그..

26 유토피아 2018.01.12

서로박: 마르크스의 자유의 나라에 관한 유토피아 (1)

1. 마르크스의 구체적 유토피아: 마르크스 이전에 출현한, 이상적으로 설계된 공동체들은 규모에 있어서 두 가지로 나누어집니다. 그 하나는 오언과 푸리에가 설계한 비국가주의의 공동체이며, 다른 하나는 카베와 생시몽이 설계한 국가주의의 공동체를 가리킵니다. 전자가 마치 모든 권한이 분산되어 있는 연방처럼 어떤 소규모의 자치적인 공동체를 설계했다면, 후자는 중앙집권적으로 연계되어 있는 공동체를 하나의 이상으로 제시하고 있습니다, 바꾸어 말해 전자가 푸아니, 디드로, 라옹탕의 “국가 없는” 사회 유토피아로 형상화되었다면, 후자는 모어, 캄파넬라, 모렐리 등의 국가주의 유토피아 모델과 유사성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여기서 “국가가 없다.”고 해서 국가의 체제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닙니다. 비록 지배 내지 권력이 ..

26 유토피아 2018.01.12

서로박: (5) 블로흐가 파악한 기독교 속의 유토피아

23. 인간신 사상 (1): 블로흐는 에크하르트 선사의 신비주의에서 그리스도의 인간 신 사상의 핵심을 발견합니다. 신은 에크하르트 선사에 의하면 인간과 세계의 가장 깊은 내면, 중앙 부분 그리고 가장 중심부, 바로 그곳에 거주하고 계십니다. 여기서도 우리는 이른바 종교의 인간화에 관한 루드비히 포이어바흐Ludwig Feuerbach의 테제와 유사한 내용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가령 세계는 신으로 되돌아오고, 역으로 신은 인간이 사는 세계 속으로 되돌아옵니다. 신께서는 특히 인간들로 향해서 발길을 돌린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우리는 초월했다고 생각되는 신, 현존하고 계신다는 신께서 결국 인간의 마음속에서 찬란히 빛을 발하는 신비적 순간 속으로 완전히 해체되는 것을 감지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찬..

26 유토피아 2017.01.18

서로박: 블로흐가 파악한 기독교 속의 유토피아 (4)

18. 루터의 성서 중심주의 비판: 오늘날 시각으로 고찰할 때 루터의 성서 중심주의는 그리스도 사상의 연구에 충분하지 않습니다. 기독교는 그리스도의 말씀에 의거하는 것이지, 문헌에 의해서 전파되지 않았습니다. 물론 문헌이 중요하지만, 여기에는 상당히 많은 왜곡된 내용이 얼마든지 첨가될 수 있습니다. 성서는 예수가 죽은 뒤부터 차례대로 기술되기 시작했는데, “정경이 가장 오래되었다”라는 주장, “정경이 외경보다 더 정통성을 지닌다.”는 주장 그리고 “정경이 역사적으로 더 신빙성이 있다.”는 주장 역시 충분한 검토가 있어야 할 것입니다. 이에 관해서 수많은 신학자들이 자신의 견해를 피력했으므로 깊이 언급하는 것을 생략하기로 합니다. 어쨌든 역사적 예수는 가톨릭주의의 이른바 보편적 기독교 입장과 영지주의 등 ..

26 유토피아 2017.01.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