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 유토피아 73

서로박: 블로흐가 파악한 기독교 속의 유토피아 (3)

12. 종말론의 의미: 기독교는 블로흐에 의하면 태초의 진리로서의 알파가 아니라, 마지막 오메가로서의 종말론적 사고에 더 큰 의미를 부여합니다. 이는 그리스도가 데미우르고스의 세계 창조의 진리 내지 영원한 올바름으로서의 의미보다는 마지막 시점에 새롭게 탄생할, 또 다른 세계로서의 예루살렘에 더 큰 가치를 부여하기 때문입니다. 이를테면 고대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모이라 여신은 점성술의 숙명을 강조합니다. 그미는 인간의 운명을 처음부터 결정되어 있으며, 어떤 누구라도, 심지어는 올림포스의 신이라고 하더라도 운명을 거역할 수 없다고 못을 박습니다. 이에 반해서 기독교의 유일신 야훼는 회개와 변화 가능성에 따라 인간에게 자신의 숙명을 비켜가게 조처하였습니다. 다시 말해 기독교는 참회를 통한 운명의 변화 가능성..

26 유토피아 2017.01.16

서로박: 블로흐가 파악한 기독교 속의 유토피아 (2)

6. 이웃 사랑이 실천되는 나라: 다시 블로흐의 논의로 되돌아가겠습니다. 예수 그리스도가 꿈꾼 세상은 이웃 사랑, 즉 박애가 실천되는 나라였습니다. 당시에도 부자는 가난한 자를 고통 속으로 몰아넣고, 로마의 권력자는 힘없고 돈 없는 사람을 착취하고 있었습니다. 그리스도는 빈부의 차이, 계급의 차이가 온존하는 세상을 올바른 세상이 아니라고 믿었습니다. 또한 그는 이러한 세상이 차제에는 반드시 변화되어야 한다고 믿었습니다. 예수 그리스도가 지금 여기에서의 현실 변화를 은근히 갈구한 것은 당연합니다. 기독교신앙은 블로흐에 의하면 교인들이 소외당하지 않고 살아가는 나라를 전제로 합니다. 이러한 나라는 한마디로 이웃 사랑이 실천되는 나라입니다. 기독교인들은 제각기 미립자와 씨앗들로서, 조화로운 나라에서 살아갈 수..

26 유토피아 2017.01.15

서로박: 블로흐가 파악한 기독교 속의 유토피아 (1)

1. 혁명적 선취의 상으로서의 이웃 사랑을 실천하는 나라: 이 장에서 우리가 다루려는 것은 기독교 사상과 유토피아 사이의 접목 가능성에 관한 문제가 아닙니다. 오히려 우리는 무신론자인 에른스트 블로흐가 파악한 기독교 사상 속에 도사리고 있는 유토피아로 논의를 제한하려고 합니다. 왜냐하면 기독교의 신앙인이 아니라, 기독교의 밖에서, 다시 말해서 무신론자의 입장에서 기독교와 유토피아 사이의 관련성을 가장 명징하게 지적한 학자가 블로흐라고 판단되기 때문입니다. 사실 기독교 사상은 블로흐가 1910년대에 자신의 연구 대상의 확장의 일환으로 접한 영역에 불과했습니다. 예컨대 그에게 중요한 것은 마르크스가 생각한 자유의 나라의 구체적인 범례였는데, 이것이 공교롭게도 원시 기독교 교회에서 발견될 수 있다고 생각되었습..

26 유토피아 2017.01.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