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나의 잡글 152

비행하는 이카로스 (2)

2. “비행하는 이카로스”라는 책의 제목 역시 그와 유사한 의미를 드러내고 있습니다. 이카로스는 창공으로 비행을 시도한다는 점에서 판타지, 가능성, 갈망 그리고 더 나은 미래를 위한 꿈을 유추하게 합니다. 그렇기에 이카로스의 비행은 그 자체 불가능한 것의 가능성을 타진하려는 신호이며, 더 나은 미래의 삶을 추구하려는 인간의 열망을 상징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그의 비행이 성공을 거두는가, 실패하여 좌절을 맛보는가? 하는 물음은 부차적입니다. 그밖에 “비행하는 이카로스”에서 비행이란 비행 (飛行)이 아니라, 오히려 비행 (非行)을 가리킬 수도 있습니다. 다시 말해 필자가 생각하는 이카로스는 주어진 현실적 정황을 의심하며 자신에게 주어진 한계 내지 금기를 뛰어넘으려는 국외자일 수 있습니다. 주어진 관습, 도덕..

2 나의 잡글 2022.08.29

비행하는 이카로스 (1)

서문: 비행하는 이카로스 - 인생은 한마디로 말해 비행하는 일과 같다. 비행(飛行)하고 비행(非行)하는 일이다. 왜냐하면 이것은 희망을 품은 채 버티는 행위, 바로 꿈과 저항을 포괄하기 때문이다. (필자 匹子) - - 한 인간의 가치 있고 올바른 삶은 단순히 성공 여부로 결정되는 게 아니다. 그것은 오히려 인생의 갈림길에서 얼마나 올바르게 선택했는가? 하는 물음에 의존하는지 모른다. 결정하고 선택하는 일은 언제 어디서나 어렵다. 무언가를 올바르게 선택하기 위해서는 궁극적으로 필요한 능력이 있다. 그것은 문제 해결 능력 뿐 아니라, 미래를 투시하게 하는 창의력 그리고 지금 여기의 난제를 꿰뚫을 수 있는 비판력일 것이다. 이를 고려할 때 이른바 삼포 세대에 속한다고 하는 남한의 대학생들이 비록 힘들겠지만 지..

2 나의 잡글 2022.08.29

서로박: 노동자의 자유시간 그리고 스포츠

1. 자유시간은 정말 자유로운 시간인가? 먹고살기 위해 일해야 하는 인간은 주체가 아니라, 한낱 객체에 불과합니다. 저녁의 자유시간은 적어도 노동자에게는 아직 자유로운 시간이 아닙니다. 그것은 -그게 사적이든 아니면 오래된 관습에 의한 것이든 간에- 노동력의 재생산을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혹자는 친구들과 만나 환담을 나눕니다. 혹자는 저녁에 술을 마심으로써 목의 먼지를 씻어 내립니다. 혹자는 집에서 다리 뻗고 TV를 시청합니다. 그게 바로 자유시간의 일감이라고 합니다. 노동자들이 맑은 공기를 마시러 저녁에 산책 나가는 경우는 드뭅니다. 심신이 지쳐 있기 때문에 걷는 것조차 싫습니다. 게다가 수도권에는 산책할만한 좋은 공간도 따로 없습니다. 사람들은 평지를 녹지 공원으로 조성할 생각은 하지 않고, 그저 아..

2 나의 잡글 2022.07.22

서로박: 혐오에서 연민으로

우리는 현재 분노의 사회에서 살고 있습니다. 일용직 노동자들은 박한 월급에 인간 이하의 취급을 당한다고 분노하고, 가난한 사람들은 빈부차이로 인한 경제적 박탈감으로 분노하며, 중산층 사람들은 자식 교육을 생각하면서 SKY를 우선시하는 학벌 중심주의에 분노하고, 여성들은 남성들에 의해서 차별당하며 살아야 하는 극한적 현실에 분노하며, 농민들은 더 이상 수입을 기대할 수 없게 만드는 국가의 세계화 정책이 분노하고, 학생들은 불투명한 미래와 수수방관하는 사회에 분노하며 살아갑니다. 이러한 분노가 계기가 되어 결국 마음속에는 점점 혐오가 쌓여갑니다. 내면에서 분노가 축적되면, 자신과 다른 처지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을 외면하고 혐오하는 감정만 남게 됩니다. 그저 상대방을 무시하고 외면할 뿐이지요. 무시와 혐오의 감..

2 나의 잡글 2022.07.05

박설호: 견유 문학론 (3)

본문에서 "당신"은 필자 자신을 지칭한다. ...................... 보충 사항 1: 부디 명심하십시오, “짖는 개는 물지 않는다.”라는 속뜻을. 똥개는 짖지만, 명견은 함부로 짖지 않습니다. 명견은 가만히 있다가 자신의 판단을 실행하는 개입니다. 그렇다면 무엇이 명견과 똥개를 구별하게 할까요? 똥개는 남을 의식하는 개입니다. 행여나 남들이 자신의 약점을 알아 차릴까봐 전전긍긍하지요. 똥개의 모든 행위는 자신의 이름을 알리고 제일인자가 되려는 목적에서 나온 것들입니다. 이에 비하면 명견은 남을 의식하지 않는 개입니다. 자신의 잘못을 드러내고 마치 익은 벼처럼 고개를 숙이지요. 명견의 모든 행위는 자신을 감춘 채 타인을 돕고, 감추어진 진리를 전하려는 목적에서 나온 것들입니다. 도스토예프스키..

2 나의 잡글 2022.06.26

박설호: 견유 문학론 (2)

8. 짖는 개는 물지 않는다. 짖는 개치고 겁먹지 않은 개는 없다. 개의 짖음은 자기 방어에서, 혹은 두려움에서 비롯한다. 그러므로 “겁 없는 개만이 사람을 물어뜯는다.”라는 가설은 잘못된 것인지 모른다. 어쩌면 두려움이 공격 성향을 낳을 수도 있다. 전쟁터에서 군인다운 군인은 살아남기 위하여 싸울 뿐, 타인을 죽이기 위하여 싸우지는 않는다. 남을 죽이려는 사람은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자이다. 폭력을 휘두르는 자들은 대개 제 정신이 아니거나, 약물에 중독 된 자들이 아니던가? 정신 질환자의 공격적 성향은 외부로부터의 엄청난 피해망상에 대해 자기 자신을 보호하려는 어쩔 수 없는 반응이다. 9. 그렇다면 짖는 개는 물지 않는다는 무엇에 대한 비유인가? 문학은 삶의 일부에 불과하다. 문학 작품 없이도 인간 동..

2 나의 잡글 2022.06.25

서로박: 장미와 이카로스의 비밀

“어머니가 원하신다면, 결혼하죠.” (생텍쥐베리) 1. 흔히 사회학이 망원경을 필요로 한다면, 심리학은 현미경을 필요로 한다고 말합니다. 사회학자는 광범한 영역을 조망하며, 연구의 기본이 되는 골격을 거시적 차원에서 끌어내곤 합니다. 이에 비하면 심리학자는 인간 내면이라는 영역을 세밀하게 추적하며, 그 속에서 폭발적인 요소를 찾으려고 합니다. 물론 여기에는 예외가 있을 수 있지요. 사회학이 심리학적 패러다임을 도외시하면, 공허한 외부 현상만을 기술할 뿐입니다. 이에 반해서 심리학이 사회학적 패러다임을 도외시하면, 일방성의 그물에 갇혀버리곤 합니다. 오늘은 오이겐 드레버만 (Eugen Drewermann) 교수의 "장미와 이카루스의 비밀" (고원 역, 개마고원 1998)에 관해 언급하려 합니다. 이 책에서..

2 나의 잡글 2022.06.24

박설호: 견유 문학론 (1)

(문학의 행위는 삶에서 부수적이다. 허나 이런 부수적인 행위가 없다면, 삶은 얼마나 황량할까? 꿈이 없는 삶, 그냥 목숨을 부지하는 삶은 추하고 허망할지 모른다.) 1. 짖는 개는 물지 않는다. (Canes timidi vehementius latrant.). 하나의 입으로 어찌 두 가지 내용을 동시에 나타낼 수 있을까? 장자 (莊子)가 까치 한 마리를 관찰하는 에피소드를 생각해 보라. 새를 관찰하며 서성거리는 동안에, 장자는 또 다른 생각과 주어진 전체로서의 세계를 망각하게 된다. 이와 마찬가지로 개 한 마리가 컹컹 짖는 동안에, 그 개는 중요한 다른 일을 잊어버린다. 그러므로 우리는 컹컹 짖기 전에 깊이 생각해야 하며, 우선 신중하게 사방을 둘러보아야 한다. 2. 무는 개는 짖지 않는다. (Canem..

2 나의 잡글 2022.06.24

미운 오리새끼

17세기에 유명한 랍비가 살았습니다. 꿈속에서 그는 천사를 만나서 천사에게 물었습니다. 내가 저세상에서 누구와 함께 살게 될까요? 이때 천사는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당신은 우츠 Lodz에 살고 있는 치자크 라이프라는 남자와 함께 살게 될 것이오. 치자크 라이프? 처음 듣는 이름이었습니다. 랍비는 우츠로 가서 치자크 라이프를 만나기로 결심합니다. 며칠 간 여행하여 수소문 끝에 치자크 라이프의 집에 당도했습니다. 집주인은 출타중이었습니다. 랍비는 치자크 라이프를 기다렸습니다. 저녁 무렵 치자크 라이프가 집으로 당도했습니다. 그는 평범한 장사꾼이었고, 입에서는 술냄새가 풍기고 있었습니다. "당신은 랍비같은데, 내게 무얼 사려고 하시오?" 랍비는 아무 대답 없이 그냥 기도문을 외웠습니다. 치자크 라이프는 랍..

2 나의 잡글 2022.06.11

박설호: 강덕경, 혹은 알렉산더 미처리히 (5)

(앞에서 계속됩니다.) 23. 국화와 칼: 지금 대부분의 일본 사람들은 과거의 참상에 관해서 거의 알려고 하지 않습니다. 관동 대지진 당시의 학살 사건을 잘 모르고, 정신대에 끌려간 한국 처녀들의 평생 지속되는 저주와 치욕을 잘 알지 못합니다. 젊은 일본인들은 과거사가 자신과 관련되지 않으므로 책임 없다고 여기고 있으며, 전쟁에 참가한 나이든 일본인들 역시 아예 자신의 죄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자신의 죄에 대한 최소한의 공공연한 반성이 출현하지 않는 까닭은 무엇보다도 일본 사회에서 비판적 자아보다는, 전체주의적이고 군국주의의 생활관이 뿌리내리고 있기 때문인지 모릅니다. 일본이 고립된 섬들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일본인들은 오래 전부터 대륙과는 차단된 환경에서 살아야 했습니다. 적의 공격으..

2 나의 잡글 2022.05.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