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나의 잡글 152

서로박: KBS 수신료 분리 징수, 혹은 헤게모니

1. 비판은 우리의 마음을 아프게 한다. 세상에는 수없이 많은 비판이 있다. 그러나 양약(良薬)은 고어구(苦於口)라고, 바른말은 입에 쓰고, 상대방의 마음에 상처를 가한다. 그러나 바른말은 세상을 더 낫게 바꾸게 한다. “너는 무지하다.”라는 소크라테스의 발언은 우리를 일시적 자극으로 고통스럽게 하지만, 우리 자신을 돌이켜보게 한다. 필자 역시 체질상 잔소리 듣기를 매우 싫어한다. 그렇지만 비판을 당하면 필자는 일단 불뚝성을 가라앉히고, 이성적으로 무엇이 잘못인지 파악하려고 한다. 몹시 마음이 상하지만, 그게 올바르거나 대의를 위한 일이라면, 비판을 받아들이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그러나 때로는 투덜거리거나 짜증을 내기도 한다. 변명 같지만, 인간이니 어쩔 수 없다. 2. 비판은 인간과 사회를 바르게 인도..

2 나의 잡글 2023.07.08

박설호: (5) 새로운 물질 이론 그 의미와 방향

(앞에서 계속됩니다.) 7. 나오는 말 새로운 물질 이론의 잠정적 결론은 다음과 같이 요약됩니다. 첫째로 아직도 물질의 윤곽, 다시 말해서 물질의 경계가 명확하게 간파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물질 이론은 원칙적으로 객체의 경계를 거부합니다. 왜냐면 물질은 고정된 명사적 고체라기보다는, 자력(自力)에 의해서 유동하는 동사적 에너지로 파악되기 때문입니다. 가령 바라드는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모든 사물은 그 주위에 하나의 선을 지니지 않는다. 선은 인간의 심리적 구상의 상에만 그어져 있을 뿐이다.“ 아닌 게 아니라 양자 물리학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고체성이 아니라, 파장의 움직임이라고 합니다. 이와 관련하여 해러웨이는 이른바 ”회절diffraction“이라는 물리적 현상에 주목합니다. 물질이 아..

2 나의 잡글 2023.05.29

박설호: (4) 새로운 물질 이론 그 의미와 방향

(앞에서 계속됩니다.) 5. 표상주의에 대한 비판 일부 물질 이론가들은 페미니즘 운동의 방향성에 관해서 열렬한 토론을 벌였는데, 논의의 쟁점은 무엇보다도 자연과학의 연구 방법론 그리고 학문적 객관성에 대한 비판이었습니다. 가령 주디스 버틀러Judith Butler는 페미니즘의 관점에서 후기 구조주의의 접근 방식에 관해서 논평하고, 1990년 이래로 제기된 객관성의 개념에 대해 반론을 제기하였습니다. 버틀러의 ”젠더 수행성 이론“은 무엇보다도 인간의 일방적인 인식론적 사유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성Sex“이란 버틀러에 의하면 인간의 사회적 수행성에 의해 구조화되어 있는데, 이러한 수행성은 물질에 그대로 적용될 수는 없다는 것입니다. 왜냐면 물질에 대한 이해는 인간의 관점과는 다른, 어떤 생명체 내지는..

2 나의 잡글 2023.05.27

박설호: (3) 새로운 물질 이론 그 의미와 방향

(앞에서 계속됩니다.) 4. 물질에 관한 이론적 구상 물질은 존재이자 에너지입니다. 물론 물질은 ”다양체“(그레엄 하먼) 내지는 ”하이브리드“(라투르)의 면모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것(들?)은 어쩌면 내부 작용을 통해서, 이를테면 양자역학의 방식으로 유동하는 게 틀림없습니다. 물질에 하나의 틀 내지는 윤곽이 있다는 가설은 인간이 일방적으로 설정한 기준에 불과합니다. 다시 말해 점, 선, 면 등으로 구성되는 삼차원의 공간은 인간이 상상해낸 편견일 수 있습니다. 여기서 드러나는 것은 물질의 내부를 관통하고 횡단하는 기이한 특성입니다. 물질의 모든 운동은 무엇보다도 우연에 의해서 우발적으로 진행됩니다. 토머스 네일은 물질의 유동성을 ”방행적pedatic“이고, ”우연에 의존하는stochastic“ 무엇으로 ..

2 나의 잡글 2023.05.25

박설호: (2) 새로운 물질 이론 그 의미와 방향

(앞에서 계속됩니다.) 새로운 물질 이론은 철학과 자연과학의 영역에서 나타난 물질 이해를 비판적 역사적 시각에서 재론하면서, 이로부터 거리감을 취합니다. 그렇지만 과거의 유물론과 새로운 물질 이론의 공통점은 부분적으로 존재합니다. 가령 주체는 이제는 핵심이라는 속성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인간의 의식과 지각은 외부 세계와 상호작용으로 이해될 뿐, 더 이상 독자적 우월성을 획득하지 못한다.” 새로운 물질 이론은 –그 의향에 있어서 역사적 유물론과 대조적으로- 인식의 과정에서 인간을 주변의 존재로 향해 분산 내지는 해체하려고 합니다. 이에 반해 과거에 나타난 변증법적 유물론은 정치적 의향을 중시함으로써 지상의 천국, 다시 말해서 인간의 해방이라는 놀라운 잠재력을 찾으려고 했습니다.  과거의 물질 이론은 ..

2 나의 잡글 2023.05.25

박설호: (1) 새로운 물질 이론 그 의미와 방향

“북극에 봄이 오면/ 잠자던 곰의/ 가스가 피어오른다.” (Ben Rawlence)” 1. 들어가는 말 새로운 물질 이론은 과학 기술에 대한 인간의 관계, 자연과 환경에 관한 학제적인 이론의 흐름에서 태동한 것입니다. 여기서 우리는 어떤 협소한 의미를 담고 있는 ”신유물론“ 대신에, ”새로운 물질 이론“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려고 합니다. 물질에 관한 사고는 오랜 시간에 걸쳐 관념 이론 속에 교묘하게 은폐되어 있었습니다. 나중에 마르크스주의 신봉자들조차도 물질과 정신을 서로 분리하여 별개의 사항으로 파악하기에 이릅니다. 가령 블라디미르 I. 레닌Wladimir I. Lenin은 “어리석은 유물론보다는 영특한 관념 이론이 영특한 물질 이론에 더욱 근친해 있다.”고 말한 바 있는데, 여기서 물질의 개념은 정신과..

2 나의 잡글 2023.05.25

폐쇄적 유교 사회 versus 친구와 형제의 나라 (2)

(앞에서 계속됩니다.) 4. 공자의 팔은 밖으로 굽지 않는다.: 그래, 우리나라에서는 유교적 풍습이 온존해 있습니다. 오늘날 우리는 애써 떠올리지 않습니다. 즉 불과 백 년 전에 한국인들은 상투를 매었고, 임금을 마치 하느님처럼 극진하게 모셨으며, 노예가 존재했고, 사대부는 첩을 거느리기도 하였다는 사실을. 그러나 우리의 습관 그리고 의식을 여전히 배후에서 장악하고 있는 것은 바로 유교적 잔재입니다. 정치 집단의 구조, 조직 사회의 씨족 문화를 생각해 보세요. 우리나라의 여러 조직들은 수직 구도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는 무엇보다도 "사대부 우월주의"가 아닌가요? 그러니까 (가장 앞서서 달리는) 독점 자본주의는 (가장 뒤에 처진) 씨족 이기주의와 결합되어 하나의 거대한 공룡 단체를 결성합니다. 모든 조직이..

2 나의 잡글 2023.01.28

폐쇄적 유교 사회 versus 친구와 형제의 나라 (1)

1. 빠름과 느림, 혹은 끈끈이주걱: 인터넷과 대중 매체로 인하여 누구나 세상이 참으로 빨리 돌아가는 것을 실감합니다. 불과 어제 접한 정보는 오늘에는 휴지통 속으로 사라집니다. 급변하는 시대의 물결에 부응하려면, 컴퓨터와 영어 실력을 기본적으로 쌓지 않으면 안 된다고 합니다. 사이버 세상 속으로 빠져들면, 모든 게 자동적으로 검색됩니다. 그리하여 사람들은 인간의 두뇌 속에 아무런 지식을 담을 필요가 없다고 착각합니다. 어리석은 자는 학생들이 그저 컴퓨터 조작법만 알면, 족하다고 말합니다. 젊은이들은 느릿느릿한 것을 싫어하지요. 오래된 골동품은 그들에게는 마치 사라진 고구려 시대처럼 중요하지 않습니다. 어느새 세상은 많이 변했습니다. 외부적 현실도 달라졌고, 인간 삶의 방식도 100년 전에 비해 엄청나게..

2 나의 잡글 2023.01.28

달마가 동쪽으로 간 까닭은?

1. 몇 달 전에 K 교수는 정년으로 대학교를 떠나게 되었다. 그는 한국이 낳은 위대한 물리학자로서 수십 년 간 교직에 몸담았던 분이다. K 교수는 많은 학계 사람들, 후학 그리고 제자들이 보는 앞에서 고별 강연을 마지막으로 은퇴를 선언했다. 그렇지만 그의 몸과 마음은 여전히 젊은이처럼 정정하지 않는가? 나아가 물리학계에 끼친 그의 영향은 심대한 것이었다. 대부분 사람들이 그가 명예 교수로 학교에 남기를 원했지만, K 교수는 이마저 거절했다. 어느 제자가 그에게 다음과 같이 물었다. “선생님, 우리가 싫으십니까?” 그때 K 교수는 반문했다. “자네, 알고 있는가, 달마가 동쪽으로 간 까닭을?” 2. 한참 동안 입장 바꿔 생각해 보았다. 그렇지만 범인 (凡人)이 어찌 달마가 동쪽으로 간 까닭을 정확히 알 ..

2 나의 잡글 2023.01.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