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나의 잡글 151

일류 대학, 인기 학과? 메뚜기도 한 철

나: 반갑습니다. 선생님은 남한 사회의 대학 풍토를 어떻게 규정하십니까? 너: 까다로운 물음이로군요. 대단히 죄송한 말씀이지만, 남한은 문화적으로 고찰할 때 세계의 변방에 속하는 나라입니다. 남한의 대부분의 대학은 심하게 말하자면 학문의 전당이 아닙니다. 그것은 대체로 교육 기업의 돗대기 시장터이고, 헤게모니 싸움의 진원지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나: 너무 세게 몰아쳐서 말씀하시면, 곤란하지 않을까요? 너: 아닙니다. 유감스럽게도 사실인걸요. 나: 그러나 요즈음에는 노력하는 젊은 교수들이 많이 생겨나 한국 사회도 앞으로는 변화될 것입니다. 너: 그렇게 되면 얼마나 좋을까요? 며칠 전에 서울의 K대학교에서 편입 시험이 있었습니다. 모집 인원은 200명인데, 응시자는 6500명이었다고 합니다. 응시자의 대부분..

2 나의 잡글 2021.10.14

여운형 선생이 그리운 ...

여운형 선생이 그리운 시간입니다. 어느 선배를 만났습니다. 대통령 후보인 L과 동기동창인데, 어째서 그를 찍지 않은 이유를 물어보았습니다. 그가 말하기를 L이 동창들에게 너무 섭섭하게 대한다고 하더군요. 자신에게 잘 대해주지 않았답니다. 그 선배는 대의 대신 사리사욕을 추종하는 자에 불과합니다. 여운형 선생이 그리운 시간입니다. 누군가 당권파 K 아무개 국회의원에게 평소에 그렇게 집착하던 국회의원이 되었는데 앞으로 무엇을 할 거냐고 물었더니, K 국회의원은 누구보다도 당원들을 위해 모든 것을 다 바치겠다고 말했다고 하더군요. 당권파의 그 국회의원 역시 대의 대신 정파만 생각하는 자에 불과합니다. 여운형 선생이 그리운 시간입니다. 비록 우리에게 섭섭하게 대해도, 나라와 사회를 생각하는 대인배는 오히려 인간..

2 나의 잡글 2021.10.04

책, 도서, 책이라.... K 교수를 생각하며

언젠가 K 교수를 만났다. 서울의 유명 사립대학 교수인 그는 일본 재벌의 아들이었는데, 사회적으로 인정 받는 계간지를 간행하는 출판사를 경영하고 있었다. 그는 조심스럽게 도서 원고를 내미는 나에게 일갈했다. "당신이 무슨 유명세가 있나요? 우리 팀, 토론회에 참석하여, 무언가 기여하면, 출판을 고려해 보겠습니다." 1. 껍질 문화. 한국의 도서는 표지부터가 화려하다. 서점에 가 보라. 그곳에서 양서를 찾기란 참으로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드물기는 하지만 양서는 있다. 2. 양서를 발견했을 때의 기쁨이란... 아마 경험한 사람만이 이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 양서를 찾는 게 (시간이 흐를수록) 마치 고산준령에서 산삼 찾기에 해당한다면, 이는 실로 비극이다. 3. 저자의 이름. 필자들은 ..

2 나의 잡글 2021.09.25

수능 시험 유감

당신은 마침내 부전공 교사 자격증을 받게 되었다고 내게 말했습니다. 참으로 축하드립니다. 당신의 교사 생활에 행운이 자리하기를 빌면서 몇 자 남기려고 합니다. 다만 한 가지 미리 말해둘 사항이 있습니다. 즉 나 역시 여전히 학생으로 살아가고 있으며, 시행착오를 겪는 등 스스로 하자를 지니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1. 슬롯머신의 단판 승부 지금은 입시 철입니다. 수능 성적표를 받아든 K군은 벽을 치며 탄식하고, 어느 여학생은 성적 비관으로 옥상에서 뛰어내려 자살했습니다. 왜 그래야 했을까요? 이에 대한 답은 간단합니다. 그들은 단 한번의 시험으로 일류와 삼류로 나누어진다고, 단 한번의 시험으로 학교와 학과가 선택된다고, 단 한번의 시험으로 자신의 장래가 확정되었다고 믿고 있습니다. 수능시험은 슬롯머신의 단판..

2 나의 잡글 2021.09.19

방랑 대신 칩거를, 여행 대신 독서를

1. 친애하는 P, 당신의 편지를 잘 읽었습니다. 당신은 지금 청송 교도소에서 살아가고 계시는군요. 그래도 틈틈이 책을 읽고 세상을 알려고 노력하는 당신의 태도는 무척 갸륵하게 여겨집니다. 2. 중요한 것은 인간이 어디에 있는가가 아니라, 무엇을 하는가 입니다. 3. 답답하시겠지만, 책을 읽으십시오, 책 속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으면, 젊은이는 광대무변한 그 가상적 웅대함에 찬탄을 금치 못할 것입니다. 4. 밖에서 여행을 떠나는 친구들을 부러워하지 마십시오. 해외여행은 자국을 이해하고 자신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줍니다. 그러나 아무 것도 준비하지 않은 채 다른 세계를 멍하니 바라보고 돌아온다고 해서 무슨 커다란 가치가 있습니까? 물론 해외여행은 다른 나라 사람들의 생활을 이해하게 하고, 자신의 편견과 선입..

2 나의 잡글 2021.09.05

서로박: 헹크만 교수와 참고문헌

1. 뮌헨 대학교 철학과 교수 가운데 볼프하르트 헹크만이라는 분이 있었다. 80년대 초에 나는 부전공의 학점 취득을 위해서 헤겔과 루카치의 강좌를 수강했는데, 이를 계기로 그분을 알게 되었다. 깡마른 얼굴에 약 2미터 장신인 그가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모습은 당시에 무척 기이하게 보였다. 안경을 낀 진지한 면모가 아니었더라면, 그는 추측컨대 틀림없이 돈키호테라는 별명을 얻었을 것이다. 사적으로 담소를 나눌 기회가 있었는데, 그때 그는 자전거를 애용하는 이유를 설명해주었다. 거주지가 뮌헨 동쪽 지역인 이스마닝이라서 자동차로 출퇴근하는 게 너무 불편하다는 것이었다. 하기야 뮌헨 시내는 자주 도로가 막히고, 주차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영국 공원을 가로질러 자전거를 타면, 기분이 상쾌해진다는 것을 나중에 나..

2 나의 잡글 2021.09.01

서로박: 아프가니스탄, 너도 불쌍한 도마뱀인가? (2)

기후 변화로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들이 서서히 죽어가는데, 어째서 인간은 서로 지지고 볶으며 싸우는가? 다시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을 무력으로 장악하게 되었다. 지금까지 탈레반이 보여준 정책은 강경하고 완강함의 연속이었다. 물론 이들이 어떠한 태도를 취할지에 관해서는 아무도 모른다. 필자의 눈에 끔찍하게 보인 것은 탈레반이 불교의 위대한 문화 유산인 간다라 유적지를 파괴하고, 여성들을 겁탈함으로써 강제 결혼시킨 수많은 사건들이었다. 탈레반의 폭력 행위에는 어떠한 규칙도 찾아볼 수 없다. 최근에도 카불에 주둔한 정규군을 둘러싸고, 항복하면 목숨을 살려주겠다고 공언해 놓고, 그들이 백기를 들자, 무차별하게 사살한 것은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잔악행위다. 그들은 예측할 수 없는 군인들이다. 폭력으로 장악한 정권은 ..

2 나의 잡글 2021.08.26

서로박: 아프가니스탄, 너도 불쌍한 도마뱀인가? (1)

아래의 글은 2014년에 집필된 것인데, 여전히 유효한 것 같아서 다시 올린다. ............................... 1. 친애하는 J, 사람들은 항상 눈앞의 사소한 이득에 혈안이 되어 멀리 떨어진 중요한 문제를 간과하곤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한반도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고, 이 세상의 먼 곳에서 발생하는 끔찍한 문제를 아예 알려고 하지 않습니다. 나 역시 그러합니다. 가까이 머무는 지인들에게 신경을 쓰다가, 멀리 떨어져 살아가는 진정한 친구들을 소홀히 하니까요. 이는 역사를 대하는 우리의 자세와도 관계됩니다. 가령 우리는 한국인들의 삶 그리고 한국의 역사에 대해서만 관심을 기울일 뿐, 다른 민족 다른 세계의 역사에 관해서 외면하곤 합니다. 특히 강대국에 속하지 않는 제 3세계..

2 나의 잡글 2021.08.18

미완의 로마사

1. 몇 년 전 아들과 대화를 나누었다: “왜 자주 거짓말하니?” - ... - “양치는 소년과 늑대에 관한 이야기 알지?” - “응.” - “그런데도 거짓말할래?” - “시시콜콜 대답하기 싫어서...” - “그럼 침묵하면 되지 않니?” 나는 아들에게 침묵의 권한이 개인의 권리를 보호하는 데 얼마나 귀중한 무기가 되는지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러나 세상은 때로는 우리에게서 묵비권을 빼앗아간다. 한계 상황을 생각해 보라. 총칼 앞에서 침묵을 지킨다는 것 자체가 하나의 저항 행위이지만, 위험하지 않는가? 2. 며칠 전 신문에 친일 행각을 저지른 자의 명단이 일제히 공개되었다. 그들 대부분은 이 세상 사람들이 아니다. 역사는 공정하지만, 어째서 그렇게 무기력하게 느껴지는 것일까? 일순 역사가, 테오도르..

2 나의 잡글 2021.08.08

서로박: "국민의 힘"과 수술실 CCTV

Discipulo et amico, 나의 제자이자 친구인 국회의원 P에게 1.『국민의 힘』은 국민의 권익을 위하는 정당인가, 아니면 국민을 이용하는 정당인가?: 친애하는 P, 대한민국은 경제력에 있어서 세계 11워를 상회라는 수준에 올랐습니다. 그런데 대한민국 국토의 80%는 인구의 5%에 해당하는 상류층이 소유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 국민의 80%는 프레카리아트로서 하루하루를 어렵사리 살아갑니다. 어떻게 하면 국민들의 부와 안전 그리고 행복한 삶을 위할 수 있을까요? 이러한 질문을 던지면서, 한나라당, 새누리당의 정치인들은 다시 그들의 정당 이름을 국민의 힘이라고 바꾸었습니다. 정당 이름을 조령모개 식으로 바꾸는 게 마음에 들지 않지만, 그래도 『국민의 힘』이라는 이름의 매력 때문에 필자는 그 당에 조..

2 나의 잡글 2021.06.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