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나의 잡글

비행하는 이카로스 (2)

필자 (匹子) 2022. 8. 29. 11:49

2.

“비행하는 이카로스”라는 책의 제목 역시 그와 유사한 의미를 드러내고 있습니다. 이카로스는 창공으로 비행을 시도한다는 점에서 판타지, 가능성, 갈망 그리고 더 나은 미래를 위한 꿈을 유추하게 합니다. 그렇기에 이카로스의 비행은 그 자체 불가능한 것의 가능성을 타진하려는 신호이며, 더 나은 미래의 삶을 추구하려는 인간의 열망을 상징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그의 비행이 성공을 거두는가, 실패하여 좌절을 맛보는가? 하는 물음은 부차적입니다. 그밖에 “비행하는 이카로스”에서 비행이란 비행 (飛行)이 아니라, 오히려 비행 (非行)을 가리킬 수도 있습니다. 다시 말해 필자가 생각하는 이카로스는 주어진 현실적 정황을 의심하며 자신에게 주어진 한계 내지 금기를 뛰어넘으려는 국외자일 수 있습니다.

 

주어진 관습, 도덕 그리고 법은 더 이상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발목을 잡을 수 없다는 사실을 고려한다면, 우리는 이카로스라는 인간형이 추구하는 바를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카로스는 단순히 관습, 도덕 그리고 법의 기준을 무시하는 자가 아니라, 이것들 속에 도사리고 있는 이데올로기의 불순한 의도를 예리하게 간파하고, 이를 비판하며 더 이상 주어진 거짓된 질서를 용납하지 않으려는 진취적인 인간형을 가리킵니다. 그렇기에 비행하는 이카로스는 더 이상 무작정 비행을 저지르는, 마치 프랑스와 비용과 같은 인물이 아니라, 주어진 질서 속에 은폐되어 있는 거짓 그리고 이데올로기의 의향을 꿰뚫어보려는 인간형으로 이해될 수 있습니다.

 

첫 번째의 글, 「B. 트라벤의 망각된 독일문학」은 독일을 떠나 멕시코 등지에서 활동했던 작가 B. 트라벤의 삶과 문학을 조명하고 있습니다. B. 트라벤의 문학에 관한 논문은 국내에서는 아직 발표된 바 없습니다. 트라벤은 철저히 작가로서의 자기 자신의 존재를 은폐하고, 오로지 작품 자체로 승부하려고 했습니다. 우리는 트라벤의 문학에서 철저한 고립적 아나키즘에 근거한 자본주의 사회 비판을 읽을 수 있습니다. 두 번째의 글, 「치료의 대상으로서의 죽음을 불사하는 용기. 브레히트의 부상당한 소크라테스 연구」는 오랫동안 서랍에 묵혀두었다가, 최근에 『브레히트와 현대 문학』에 발표한 것입니다. 핵무기 시대에 우리는 역설적으로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참전의 자세가 아니라, 전쟁 자체에 대해 두려움을 느낄 수 있는 용기를 더욱 중시해야 할 것입니다.

 

또한 막강하게 효력을 끼치는 이데올로기의 폭력 속에서 한 지식인이 과연 어떻게 자신의 부담감을 극복하는가? 하는 문제 역시 언급되고 있습니다. 세 번째의 글, 「속죄하고 새로운 인간으로 태어나기」는 러시아 시인 마리나 츠베타예바의 연작시 막달레나를 분석한 것입니다. 마리나 츠베타예바는 러시아의 시인이지만, 드물게 독일어로 글을 쓰기도 했습니다. 그렇기에 릴케 그리고 츠베타예바를 연구하는 데 있어서 노어노문학과 독어독문학의 구분은 불필요하다고 여겨집니다. 우리는 그미의 시를 통해서 한 인간이 어떻게 사랑을 통해서 갱생할 수 있는가? 하는 사실을 재확인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예수 그리스도와 마리마 막달레나는 하나의 문학적 비유로 이해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