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나의 잡글 152

서로박: 청바지, 혹은 레비스트로스

1. 신문을 펼치면, 이맛살 찌푸리게 하는 사건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당신을 위해 편안한 이야기를 들려드릴까 합니다. 그것은 다름 아니라 청바지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얼마 전에 미국 네바다주에서 낡은 청바지가 발견되었습니다. 그것은 약 120년 전에 만들어졌지만, 몇 군데의 구멍을 제외하면, 아직도 얼마든지 착용 가능한 것이었습니다. 청바지는 일주일 후 인터넷에 소개되었습니다. 그것은 레비스트로스 회사의 가장 오래된, 귀한 제품으로 경매에 넘겨졌고, 4만 6천여 달러에 팔렸습니다. 그렇다면 이렇게 질긴 청바지의 제조업자는 과연 누구였을까요? 그는 룁 스트라우스라고 불리는 유대인 출신의 독일인이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레비스트로스는 민속학자 클로드 레비스트로스와는 동명이인입니다. 2. 18..

2 나의 잡글 2023.10.05

서로박: 당신에게, 나 자신에게

지금부터 오르플리트 서한집에 실려 있는 글은 야누스적 방향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것은 여러분에게 향할 뿐 아니라, 나에게 향하고 있습니다. 처음에 나는 젊은 학생인 당신에게 글발을 보내려고 했습니다만, 나중에는 글발의 대상이 다원화되었습니다. A. 다수를 이루고 있는 분들에게 한국의 부모들이 자녀들을 대학에 보내는 데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자식들이 더욱더 인간답게 살아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남보다 불행하게 살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비싼 등록금 지출을 마다하지 않습니다. 부모들은 자식들이 위기에 처해 있을 때 호랑이 굴에도 뛰어들려고 할 것입니다. 한국의 대학생들은 부모님들의 이러한 뜻을 따릅니다. 더러는 대학을 그냥 대충 다니고, 졸업장 따서 그럴듯한 데에 취직하여 행복하게 살려고 합니다. 나라면 ..

2 나의 잡글 2023.10.01

서로박: 이성 국가론.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

“타자를 이해하려면 자기 자신으로부터 일정한 거리를 취해야 한다.” (장 작 루소) 친애하는 J, 타자를 이해하려면, 타자에 가까이 다가가야 할 것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자신을 타자와 무조건 동일시하라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비판적 거리감이지요. 이러한 태도를 견지하는 일이야 말로 학문 행위에 가장 중요한 자세라고 생각합니다. 처음부터 자신의 판단이 절대적으로 옳다고 판단하지 말고, 이를 견지하되 타자에 접근하게 되면, 우리는 새로운 무엇을 깨닫고 자신의 태도를 어느 정도의 범위 내에서 변화시킬 수 있을 것입니다. (송두율: 불타는 얼음, 후마니타스 2017, 116쪽 이하.) 윤평중 교수의 책 『극단의 시대에 중심 잡기』 (생각의 나무 2008), 그리고 『국가의 철학. 한반도 현대사..

2 나의 잡글 2023.09.19

서로박: 세 가지 망각, 너무나 치명적인 신드롬

“널 위해서 일한다고 하는 그들의 권력, 신뢰하지 마! 너희의 마음, 텅 비워 있지 않도록 깨어있어라! 행여나 빈 마음, 이용당할지 모르니. 불필요한 일, 행하라! 너희의 입에서 기대하지 않았던 노래 불러라!” (귄터 아이히: 「꿈」) 1. 모르는 게 약인가? L'ignorance est-elle bonne ? 망각 - 그것은 미덕이자, 불행이기도 합니다. 정보의 홍수 속에서 일상사 내지 가십거리는 뇌리에 떠올리지 않는 게 정신 건강에 좋다고 합니다. 건망증은 때로는 도움을 주기도 합니다. 정치가들은 마치 어리석은 자들을 달래 주려는 듯이 “유권자 님, 모르는 게 약입니다. 그러니 모든 걸 안심하고 내게 맡겨주세요” 하고 공언합니다. 그러나 그는 모든 이득을 은밀히 챙긴 다음, 마음속으로 ”약 오르지, ..

2 나의 잡글 2023.09.15

서로박: "공산 전체주의", 붉은 악마, 사랑의 공산주의

공산주의는 말 그대로 공동으로 생산하는 사고를 가리킵니다. 공동으로 생산하고, 공동으로 소비하는 사회적 삶의 형태가 공산주의로 설명될 수 있습니다. 그것은 하나의 바람직한 이상을 담은 사고로 이해될 수 있습니다. 고대 그리스 사람들은 황금의 시대를 떠올리면서 “모든 게 공동 소유다.Omnia sunt communia”하고 말했습니다. 황금의 시대에 관한 상 속에는 힘들게 노동하지 않아도, 얼마든지 즐겁게 살 수 있는 터전이 마련되어 있었습니다. 클레안테스 역시 인간은 사회적인 솥을 걸어놓고 사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습니다. 중세에 이르러 예수 그리스도 그리고 사도 바울은 “사랑의 공산주의”를 설파했습니다. 불행한 이웃을 돌보고 사랑하는 게 진정한 기독교 정신이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근세 이후로 자본가가 ..

2 나의 잡글 2023.09.01

서로박: 장미와 이카로스의 비밀

장미와 이카로스의 비밀 “어머니가 원하신다면, 결혼해야지요.” (생텍쥐베리) 1. 사회학이 하나의 망원경을 도구로 삼는다면, 심리학은 현미경을 필요로 합니다. 사회학자는 광범한 영역을 조망하며, 연구의 기본이 되는 골격을 거시적 차원에서 끌어내곤 합니다. 이에 비하면 심리학자는 내면이라는 미시적인 영역을 세심하게 추적하며, 미세한 부분 속에서 어떤 폭발적인 요소를 찾으려고 합니다. 물론 여기에는 예외가 있을 수 있지만, 중요한 것은 다음과 같습니다. 즉 사회학이 심리학적 패러다임을 도외시하면, 공허한 외부 현상만을 방만하게 기술할 뿐입니다. 이에 반해서 심리학이 사회학적 패러다임을 안중에 두지 않으면, 폄협하기 이를 데 없는 일방성의 그물에 갇혀버리곤 합니다. 여기서 우리는 사회 심리학의 중요한 가치를 ..

2 나의 잡글 2023.08.22

박설호: (2) 욱일(旭日)의 맹점

(앞에서 계속됩니다.) 10. 과연 조선은 처음에 서양의 문물을 거부했고, 과연 일본은 이를 난학(蘭学)으로 받아들여서 일본의 정신적 문화적 꽃을 활짝 피웠을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일본인들은 서양의 정신적 뿌리인 기독교를 수용하지 않았습니다. 예컨대 일본에서 가톨릭교도가 95만이고 개신교 신자의 수는 43만에 불과합니다. 기독교인은 일본 인구의 2%도 되지 않습니다. 이는 무엇을 의미하는가요? 일본인들은 서양의 문물을 받아들였지만, 이것은 그들의 정신과 영혼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물질적 향상을 위한 수단에 불과했습니다. 이에 비하면 조선은 서방의 문물과 서양의 선교사들을 처음에는 배척했지만, 오늘날 한국의 인구 40%가 천주교와 개신교를 믿고 있습니다. 이는 일본의 경우와는 현저한 차이를 드러내고 ..

2 나의 잡글 2023.08.14

박설호: (1) 욱일(旭日)의 맹점

1. 조선이 일본의 식민지가 된 연유는 무엇인가? 이 질문은 세종대왕이 한글을 창제하여 몇 년에 공표했는가? 하는 수능 시험의 문항보다 더 중요한 물음입니다. 언젠가 『조선은 왜 일본의 식민지가 되었는가?』 (에디터 2001)라는 책이 간행되었습니다. 저자 이덕주는 이에 대한 해답을 무엇보다도 조선 후기의 역사에서 찾으려 했습니다. 19세기 말 조선은 열강의 세력에 대항할 힘을 비축하지 못했고, 처음부터 서양의 문물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려는 의향 또한 없었습니다. 흔히 사람들은 흥선 대원군의 쇄국 정책에 하자가 있다고 주장하지만, 이 역시 납득할 만한 답변이 아닙니다. 왜냐면 대원군은 폐쇄적 외교 정책을 제외한다면. 여러 가지 바람직한 내부 정책을 실행에 옮겼기 때문입니다. 혹자는 대원군의 쇄국 정책이 독..

2 나의 잡글 2023.08.14

서로박: 일본 국민의 힘 그리고 굥 대통령

후쿠시마 오염수 문제가 참으로 심각하다. 아래의 글은 1년 전에 쓴 것인데, 아직도 유효한 것 같아서 다시 올린다. .................... 지난 4.7 보선에서 일본 자민당 의원들이 국민의 힘 국회의원들에게 축하 전화를 했다. "국민의 힘" 정당은 한국에 씨를 뿌리는 일본 정당의 이익을 대변하는가? 어째서 굥석열은 후쿠시마 원전 침출수를 태평양에 방류하는 문제에 거의 침묵으로 일관하는가? 토착왜구이기 때문이다. 어째서 그는 시도 때도 없이 원전 기술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는가? 이러한 그의 견해는 일본 대다수 자민당 국회의원의 그것과 기막히게 일치한다. 이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김상일 교수의 글을 인용해본다. "충무공은 세계 해전 사상 백전백승한 장군으로 알려져 있다. 그 비결이 ..

2 나의 잡글 2023.08.10

박설호: 서양 유토피아의 흐름 5. 서문

“경쟁, 무한대의 이익추구, 엘리트주의, 자연파괴 등은 실증주의의 단선적 사고 속에서 자라난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협동, 절제, 평등 그리고 상생 등은 생태적 사고의 토대로 정립될 수 있다.” (필자) “계급, 종파, 정당, 국적, 성, 인종, 나이 등과 같은 구분 그리고 차별 속에는 ‘나누어라 그리고 지배하라 Divide et impera’라는 지배자의 저의가 숨겨져 있다.” (필자) 친애하는 J, 우리는 『서양 유토피아의 흐름』제 5권에서 1940년대 이후의 문학 유토피아를 다루려 합니다. 이것은 평화 운동, 환경 운동 그리고 여성 운동과 결착되어 있습니다. 첫째로 경쟁 지향적인 국가 내지는 국가 이기주의에 대한 비판은 평화 운동을 촉발했습니다. 둘째로 지구 전체로 확장된 환경 파괴, 특히 핵에너지..

2 나의 잡글 2023.07.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