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나의 잡글 154

배우는 분, 가르치는 분

자료를 뒤지다 몇 년 전에 쓴 글을 발견했습니다. 이를 공유하면서 그리운 제자들을 한분한분씩 떠올립니다. Carpe diem! 오늘도 무언가를 배우고 즐기기를 바라면서. 서로박 샘 OTL ................ 친애하는 C,대학교에 입학한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방학이로군요, C는 대학 생활과 수업에 관하여 서면으로 질문하였습니다. 이에 대한 나의 대답은 다음과 같이 네 가지로 요약될 수 있습니다. 첫째, 대학에서의 공부는 혼자 하는 것입니다. 대학은 고등학교처럼 지식을 마구 주입시키는 곳이 아닙니다. 나의 경우 교육의 내용과 교육의 수준은 학생들에 의해서 우선적으로 정해집니다. 다시 말하면 ‘무엇을 가르칠 것인가?’ ‘어떤 수준으로 그것을 다룰 것인가?’ 라는 문제를 대할 때, 나는 학생들의 관..

2 나의 잡글 2024.08.29

서로박: "약한 자아의 사회?" 김누리 칼럼 유감

아래의 글은 한겨레 신문 2024년 7월 24일 자 신문에 실린 김누리 교수의 칼럼, 「약한 자아의 사회」입니다. 문제는 현재의 한국 사회를 바라보는 김누리 교수의 시각과 관점에 있는 것 같습니다. 읽어보시고 김 교수님과 필자의 견해 차이를 파악해보시기 바랍니다. A와 B의 견해 차이를 골똘히 숙고하는 일 - 이는 우리의 관점을 더욱 첨예하게 벼리게 해줍니다. 검은 글씨체로 기술된 것은 김누리 교수의 문장이며, 푸른 글씨체로 표기된 것은 필자의 문장입니다. 요즘 한국 사회가 돌아가는 모습을 볼 때마다 머릿속에 자주 떠오르는 말이다. 테오도어 아도르노는 민주주의를 가로막는 가장 큰 적은 잔혹한 독재자가 아니라 개인의 내면에 똬리를 틀고 있는 약한 자아라고 했다. 한마디로, 자아가 약한 자들이 모인 공동체는..

2 나의 잡글 2024.07.24

서로박: 영어 사냥, 가자 플로리다 해안으로!

“가자, 어서 가자, 동해안으로” (송창식의 고래 사냥) 1.오늘 나는 대통령의 영어에 관한 발언을 생각합니다. 안 그래도 한반도에서는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영어 때문에 광분하기 일보 직전에 처해 있는데, 그의 발언은 불난 집에 기름을 붓는 격이라서 너무도 안쓰럽습니다. 강대국의 경제 논리는 얼마나 오랫동안 우리를 그러한 식으로 편협하게 몰아붙일까요? 언제까지 우리는 강대국의 언어와 문화를 무조건 배워야 하고, 약소민족의 언어와 문화를 무조건 배척해야 하는가요? 어느 베트남 신부는 의사소통의 어려움에 시달리다가 결국 자살로 삶을 마감하고 말았습니다. 미국 대통령 조지 부시는 몇 년 전에 영어를 모르는 자와는 대화를 나눌 수 없다고 믿으면서, 북한과 이란을 악의 축으로 규정했습니다. 차라리 베트남 신부더러..

2 나의 잡글 2024.07.09

박설호: (2) 중국 문명의 토대를 닦은 자들은 동이족이었다

단군 이래로 서서히 자취를 감춘 선교 (仙敎): 요동과 만주 지역에 퍼진 홍산 문화는 시간이 흐름에 따라 고조선의 부권주의의 정치적 제도에 의해 그리고 외부에서 수입된 이질적 사상과 종교에 의해 서서히 약화되었습니다. 마치 청동기 문화가 철기 문화에 의해 잠식되었듯이, 고조선이라는 광활한 지역에 살던 한인들의 인성과 사고방식은 시간이 흐름에 따라 중국, 몽고 등의 문화에 포함 (包含)되고 말았던 것입니다. 그렇지만 그 명맥은 한반도에서 “유불선 삼교에 포함한 현묘한 풍류도”로 전해 내려왔습니다. 이는 최치원의 「난랑비서 (鸞郎碑序)」에도 분명히 기록되어 있습니다. 최치원의 글에 의하면 삼국 시대에는 도교와 불교가 전파되기 이전에 무속 신앙 속에 이미 풍류도라는 현묘한 도가 이미 존재했다는 것입니다. 이러..

2 나의 잡글 2024.07.06

박설호: (1) 중국 문명의 토대를 닦은 자들은 동이족이었다

이들 가운데 누가 가장 멋있는가? 서양 사람들의 동양 문화에 관한 오류: 동양 문화에 관한 서양인들의 오류 내지 북동아 지역의 고대 문화에 대한 서양인들의 오리엔탈리즘의 편견 등은 참으로 심각합니다. 독일 철학자들은 라이프니츠 이래로 거의 대부분의 경우 동양의 문화가 중국의 사상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착각해 왔습니다. 그러나 고대 동북아 지역의 문화는 오직 중국의 황허 문명에 국한될 수는 없습니다. 아니, 그것은 엄밀히 따지면 중화주의의 사고와는 본질적으로 다릅니다. 왜냐하면 고대의 동양 문화는 황하강 유역의 용산 문화가 아니라, 송화강 유역의 홍산 문화에 의해 그 토대가 다져졌기 때문입니다. 홍산 문화는 고조선 이전의 시대와 고조선 시대의 한민족의 문화에 해당하는 것입니다. 이는 20세기 후반에 고고학적..

2 나의 잡글 2024.07.06

박설호: (2) 실패가 우리를 가르친다

실패가 우리를 가르친다전환기 이후의 문학을 고찰할 때 가장 중요한 점은 통합과 소통의 어려움에서 비롯되는 갈등이다. 약 40년 동안 다른 나라에서 제각기 다른 삶을 살아온 사람들이 과연 어떻게 함께 아우르며 살아갈 수 있을까? 상대적으로 진지한 고민과 숙고가 부족했던 서독인들이 가진 경제적 우월감은 동독인들에게 피해의식으로 작용했다. 동독인들은 통일을 너무나 순진한 자세로 받아들이며 자본주의의 경쟁 구도를 전혀 알지 못했던 것이다. 심리적 상처를 입은 채로, 냉혹한 현실 속에서 서독인들과 조우하게 된 그들에게 남은 것은 실업의 충격과 구동독의 복지체제에 대한 향수였다. 저자는 통일된 국가 속에서 소통의 부재, 동화, 갈등과 같은 문제들은 문학의 영역뿐 아니라 정치, 경제, 그리고 사회 제반 영역에서 끝없..

2 나의 잡글 2024.07.04

박설호: (1) 실패가 우리를 가르친다

무너지는 베를린 장벽을 바라보며 독일의 소설가들은 무엇을 이야기했는가? 통일 전후로 나타난 현대 독일 소설은 어떠한 문학적 특징과 의미를 가지는가? 독문학자이자, 다수의 독일 사상가와 문인들의 글을 우리말로 옮겨 온 저자 박설호는 『실패가 우리를 가르친다』에서 심도 있는 문학적 분석을 통해 통일 전후 독일 사회의 갈등과 그 해결 방안, 그리고 평화 공존의 모습을 우리 앞에 재연한다. 저자는 이 책에서 동독 출신 작가들을 중심으로 그들의 문학작품을 해석하고 있다. 국가의 몰락을 직접 체험하고 분단과 통일을 보다 절실하게 고찰했던 것은 서독이 아닌 동독 사람들이었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구동독 초기의 문예 운동 및 사회주의 예술 연구의 일환으로 탄생한 것이며, 저자가 꾸준한 학문적 관심을 바탕으..

2 나의 잡글 2024.07.04

박설호: (4) 흙의 권리. 오르플리트 서한집. 서문

(앞에서 계속됩니다.) 12. 상기한 사항을 고려할 때 흙이란 물과 마찬가지로 가장 낮은 도를 우리에게 알려주는 기본적 존재입니다. 마지막으로 하나의 에피소드를 첨부하려고 합니다. 언젠가 공자의 제자. 자공(子貢)은 도에 관하여 스승에게 물었습니다. “도(道)란 타자와 자연을 깔보지 않고 섬기고 마치 주인처럼 모시는 자세와 관계되는 것 같습니다. 남의 아래에 처하는 도리는 무엇이며, 어떻게 이를 깨달을 수 있을까요?”  이때 공자는 좋은 질문이라고 말하면서, 다음과 같이 설명했습니다. “우리는 남의 아래에 처하는 도리를 흙에서 발견해야 하네. 흙이란 파고 들어가면, 좋은 샘을 얻을 수 있고, 여기에 오곡을 심을 수 있네, 흙은 초목을 자라게 하고, 온갖 동물에 해당하는 조수어별(鳥獣魚鼈)을 기르게 해주네..

2 나의 잡글 2024.06.13

박설호: (3) 흙의 권리. 오르플리트 서한집, 서문

(앞에서 계속됩니다.) 9. 마지막으로 흙의 권리에 관한 네 가지 사항을 지적하려 합니다. 첫 번째 사항은 유한한 생명의 처절함입니다. 부식질은 토양 유기체의 작용으로 식물을 탄생시키고, 자라게 하며 사멸하게 합니다. 생명의 기운은 봄이면 지상으로 솟구치고, 가을이면 지하로 내려갑니다. 가령 그리스 신화는 하데스의 페르제포네 납치라는 비유로 탄생과 사멸의 순환 과정을 설명한 바 있습니다. 식물의 기운은 겨울에는 지하에, 여름에는 지상에 머뭅니다. 생명체의 삶이 슬프고 애틋한 의미를 부여하는 까닭은 그 자체 유한하기 때문입니다. 무기물 그리고 생명의 종(種)은 무한으로 이어지지만, 생명체는 사멸을 전제로 태어나기 때문입니다.  흙의 권리에 관한 두 번째 사항은 자식을 탄생시키는 여성성의 우선권입니다. 처녀..

2 나의 잡글 2024.06.13

박설호: (2) 흙의 권리. 오르플리트 서한집, 서문

(앞에서 계속됩니다.) 5. 두 번째는 유교적 남성주의의 폭력이라는 비합리성입니다. 조선 시대에 나타난 양반과 상놈 사이의 수직 구도는 오늘날 상당 부분 사라졌지만, 개별적 인간은 여전히 등급으로 차별화되어 있습니다. 달리 말하자면 인간 존재 자체가 자본주의의 경제적 조건에 의해 수직적 계층으로 분할되어 있습니다. 인간 가치는 돈에 의해 등급으로 나누어져 있습니다. 남성 중심주의의 여러 유형의 폭력은 특히 여성과 아이들에 대한 핍박으로 이어졌습니다. 이는 세대를 넘어서 폐쇄적 가족 구도 속에서 대물림되어 나타나기도 합니다.  가족, 학교, 교회, 회사, 여러 단체는 폐쇄적인 수직 구도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고인 물이 썩듯이, 외부로부터 차단된 사회적 공간에서는 폐쇄적인 섹트주의 내지는 당동벌이라는 의식이..

2 나의 잡글 2024.06.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