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에서 계속됩니다.)
환각에 빠진 돌고래들
복어로 공놀이하던 돌고래들이
(건드리면 몸을 동그랗게 부풀리는 복어로 공 뺏기 놀이 하다보면 복어 가시 신경독에 찔려 삐리리해진다. 몰라서가 아니고 그 상태를 즐기기 위해서 한다)
헤엄도 제대로 치지 못하고 해롱거린다
물뽕 맞은 돌고래들
그 틈에 옆으로 삐져나온 복어
공을 빠르게 가로채 몰고 가던 돌고래도 해롱거린다
놀이는 끝났다
돌고래들이 돌의자에 기대어 하늘 바라보며
바보처럼 해시시 웃고 있다
알딸딸한 돌고래 무리
공놀이에서 빠져나온 복어도
정신이 하나 없다. (최계선 『열 마리 곰』, 2021 강. 91쪽)
나: 돌고래가 복어를 데리고 공놀이 한다는 것은 참으로 신기합니다.
너: 복어는 어떻게 해서든 살아남기 위해서 자신의 몸을 공처럼 부풀립니다. 돌고래는 복어의 “신경독에 찔려 삐리리해진다”는 것을 알면서도 복어를 데리고 놉니다. 돌고래들은 독으로 인해 몸 전체를 가누지 못하지만, 마치 “물뽕”을 즐기다가 깨어난 인간처럼 미소를 짓습니다.
나: 시인은 돌고래의 이러한 모습을 “돌의자에 기대어 하늘 바라보며” 엉겹결에 “해시시 웃고 있”는 바보 같다고 묘사하고 있습니다.
너: 사실 삶을 향유하는 데 있어서 인간이나 돌고래나 별반 차이가 없는 것 같습니다.
나: 시인이 의도하는 것은 바로 그 점이지요. 최계선 시인은 시집 『열 마리 곰』에서 많은 동물들을 서술하고 있습니다. 차례대로 읽으면 독자들은 그들이 인간과 거의 동일한 존재라는 사실을 확인하게 되지요. 이러한 동질감은 주위의 생명에 대한 연민을 끓어오르게 합니다. 생명체에 대한 연민은 궁극적으로 동물들과의 교감을 불러일으킵니다. 실제로 최계선의 시에 나타난 “동물들은 바로 세상의 거울에 비친 나 자신이다.”라는 사실을 깨닫게 해줍니다. 특히 청소년독자들이 이를 깨닫게 되면, 그들의 마음속에는 인간과 생명체의 상생이라는 의향이 저절로 생겨나게 될 것입니다.
나: 훌륭한 지적입니다. 저는 최계선의 시를 다른 각도에서 고찰해보고 싶습니다. 흔히 사람들은 한국 시에 반영된 주된 정서가 한(恨)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슬픔, 고통, 이별 등의 감정이 한국 시의 주된 정서로 이해된 바 있습니다.
너: 사실 한국 사람들의 고통으로 얼룩진 삶이 비애의 감정을 작품에 반영하게 한 것 같습니다.
나: 그렇겠네요. 한국의 시문학에서는 따뜻하고 유머러스한 분위기가 거의 나타나지 않고, 슬프고, 괴로운 이별이 빈번하게 출현한 것도 한국인의 지나간 삶이 힘들고 고달팠기 때문으로 이해됩니다. 그렇지만 즐거움, 유머, 쾌락 등의 정서도 간간이 자리하고 있었지요. 특히 1980년대 이후에는 상황이 많이 변화되지 않았습니까? 이 점에 있어서 최계선의 두 편의 시집 『열 마리 곰』『운둔자들』은 본연의 가치를 지니리라고 여겨집니다.
너: 동의합니다. 최계선 시인은 시집의 부록에 다음과 같이 기술했습니다. “‘인간 외의 모든 동물은 다만 번식을 위해 짝짓기를 한다.’ ‘자연계에서는 동성애가 발견되지 않는다.’ ‘자위는 인간의 전유물이다.’ 등의 말은 돌고래에게는 모두 해당되지 않는다.“ (160쪽)고 말입니다. 그런데 세 번째 발언이 잘 이해되지 않아요. 돌고래가 어떻게 자위를 행하는지 도저히 감이 오지 않으니까 말이지요. 돌고래에게 직접 물어볼 수도 없고. ㅎㅎ
나: 그 문제에 관해서 시인에게 직접 물어보든가, 아니면 동물학자들에게 자문을 구해보든가 해보시지요? 말씀 감사합니다.
참고문헌
- 라이트, 로버트 (2017): 불교는 왜 진실인가? 진화심리학으로 보는 불교의 명상과 깨달음, 마을친구.
- 르귄, 어슐러 (2014): 어둠의 왼손, 최용준 역, 시공사.
- 박설호 (2017): 호모 아만스. 치유를 위한 문학 사회심리학, 울력.
- 최계선 (2021): 열 마리 곰, 강.
- 최계선 (2021): 은둔자들, 강.
- Russell Vannoy (1980): Sex Without Love: A Philosophical Exploration. New Y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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