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 한국 문학

(명시 소개) (1) 삶의 향유는 생명체의 특권이다. 최계선의 시 "돌고래"

필자 (匹子) 2021. 11. 2. 10:44

: 시간을 할애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한 가지 질문부터 먼저 던지도록 하겠습니다. 동물도 사랑의 감정 그리고 오르가슴을 느끼는지요?

: 글쎄요. 황당한 질문이로군요. (웃음) 동물에는 여러 종류가 있지요. 동물들 가운데 젖먹이동물들은 분명히 오르가슴을 느끼고 사랑의 감정 또한 품는다고 어디선가 읽은 기억이 납니다만...

 

: 예컨대 대부분의 고래에게는 분명히 애틋한 동류의식 내지 연정이 자리하는 것 같아요. 사향고래는 자신의 파트너를 작살로 찔러 죽인 인간을 거의 20년 이상 오래 기억하고, 복수하려고 마음먹는다고 합니다. 그밖에 많은 분들이 를 좋아하지요. 그 이유는 개가 주인을 따르며 충직하기 때문이 아닐까요? 물론 편차는 있지만, 젖먹이동물이 연정을 품기도 하고, 성을 즐기기도 한다는 것은 사실인 것 같습니다.

 

나: 사랑과 성은 동전의 양면과 같습니다. 러셀 바노이 Russell Vannoy는 『사랑 없는 성. 어떤 철학적 탐구Sex without Love: A Philosophical Exploration』(1982)에서 성에 대한 인간의 편견을 서술한 바 있습니다. 근엄한 사람들은 대체로 사랑에 대해서는 좋게 생각하는 반면, 섹스에 대해서는 불쾌한 반응을 드러낸다고 합니다. 이러한 반응은 강제적 성윤리와 관련되는 통념 내지 성교육 때문인지 모르겠습니다.

 

: 로버트 라이트도 논평한 바 있지만, 인간은 수많은 편견을 무의식적으로 지니고 있어요. 나 자신의 생각이 절대적으로 타당하다고 여기는 아집을 생각해 보세요. “인격”이 형성되는 것도 이러한 아집이 축적되기 때문이지요. 많은 심리학자들은 인간의 콤플렉스를 어떤 유형의 아집으로 규정하고, 이를 허물어뜨려야 자신의 심리적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나: 그렇습니다. 원숭이를 비하할 의도는 없습니다만, 인간은 자기 확신에 차 있는 원숭이들이 아닌가요? 실제로 우리는 동물에 대해서 수많은 선입견을 품고 있어요. 스스로를 고등동물로 여기면서 , 인간만이 언어 능력을 지니고 있다고 확신합니다. 그렇지만 우리가 알지 못하는 사항이 있습니다. 고래코끼리는 저주파를 통해서 서로의 대화를 이어간다고 합니다. 그런데 인간은 저주파를 전혀 이해하지도 못하고 인지조차 하지 못하지 않습니까?

: 어쩌면 인간은 여러 측면에서 동물보다도 더 형편없는 사상과 감정을 품고 있는지 모를 일입니다.

 

: 사람과 젖먹이동물 사이의 식생활 그리고 성생활을 비교하면 흥미로운 것이 많이 발견됩니다. 사람은 공개적 석상에서 밥을 먹고, 비밀리에 성교하지만, 동물은 공개적으로 성교하고, 음식을 숨겨놓았다고 그것을 비밀리에 섭취하지요.

: 그건 아마도 인간이 그만큼 겉 다르고 속 다르게 살아간다는 것을 반영하지 않을까요? 동물들은 심리적 질병에 시달리는 경우가 드문 까닭은 인간에게 그만큼 금기사항이 많기 때문이 아닐까요?

 

: 그럴지도 모르겠습니다. 확실한 것은 사랑과 성에 있어서 인간과 젖먹이동물 사이에는 별반 차이가 없다는 사실입니다. 중세 시대에 서양에서는 수간 (獸姦)이 빈번하게 발생한 적이 있는데, 이러한 이종교배는 동물 세계에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 그런가요? 사랑과 성에 있어서 인간과 고등동물 사이의 차이는 거의 없는 것 같습니다. 다만 차이가 있다면, 동물들에게는 발정기가 있지만, 인간에게는 그것이 없다는 사실입니다.

 

: 언젠가 미국의 SF 작가, 어슐러 르귄Ursula K. Le Guin은 『어둠의 왼손The left Hand of Darkness』에서 동물의 발정기를 언급하면서, 인간의 공격성과 파괴충동을 비판적으로 지적한 적이 있지요. 어쨌든 인간이든 젖먹이 동물이든 삶의 향유를 위해 성 생활을 영위하는 것은 사실인 것 같습니다.

: 네. 이 정도로 하고 최계선의 시 「돌고래」를 살펴보기로 하겠습니다. 시는 최계선 시집 『열 마리 곰』(도서출판 강, 2021)에 실려 있습니다. 작품에는 돌고래의 유희가 묘사되고 있습니다.

 

환각에 빠진 돌고래들

복어로 공놀이하던 돌고래들이

(건드리면 몸을 동그랗게 부풀리는 복어로 공 뺏기 놀이 하다보면 복어 가시 신경독에 찔려 삐리리해진다. 몰라서가 아니고 그 상태를 즐기기 위해서 한다)

헤엄도 제대로 치지 못하고 해롱거린다

물뽕 맞은 돌고래들

그 틈에 옆으로 삐져나온 복어

공을 빠르게 가로채 몰고 가던 돌고래도 해롱거린다

 

놀이는 끝났다

돌고래들이 돌의자에 기대어 하늘 바라보며

바보처럼 해시시 웃고 있다

 

알딸딸한 돌고래 무리

공놀이에서 빠져나온 복어도

정신이 하나 없다. (최계선 『열 마리 곰』, 2021 강. 91쪽)

 

(계속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