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 한국 문학

(명시 소개) 동요에 의한 살풀이. 이달희의 시 「점치는 아이」(1)

필자 (匹子) 2021. 7. 1. 11:04

: 오늘은 이달희 시인의 작품, 「점치는 아이」를 살펴보려고 합니다. 이 작품은 그의 시집 『낙동강 시집』(서정 시학, 2012)에 실려 있습니다. 이달희 시인은 1948년 경남 창원 출생으로서 오랜 창작 기간 동안 단 한 권의 시집만을 간행했습니다. 지극히 과작이지요. 그렇지만 시집에는 오랜 시간 농익은 포도주와 같은 수작들이 많습니다. 그동안 얼마나 오랜 퇴고의 과정을 거쳤겠습니까?

: 동의합니다. 이달희 시인은 시적 소재 내지 주제에 있어서 독일의 시인 페터 후헬 Peter Huchel을 연상하게 합니다. 다만 차이가 있다면, 후헬의 문학은 그리스도의 경건함에 바탕을 두고 있다면, 이달희 시인에게는 토속 신앙과 선 (仙) 사상의 흔적이 엿보이고 있습니다. 시인은 1950년대 낙동강 주변에서 유년 시절을 보냈는데, 이 시기의 경험이 그의 시심의 원천이라는 생각이 드는군요.

 

: 그렇습니다. 시골에서 보냔 유년 시절의 기억이 바로 그의 연작시 낙동강 시편의 소재가 되는 것입니다. “초가집과 감나무”, “강변의 모래톱”, “호밀밭”, “노고지리의 알”, “소달구지”, “밀짚에서 피어오르는 연기” 등의 시어를 생각해 보세요.

: 그런데 나를 놀라게 하는 것은 시적 분위기입니다. 시적 자연이 독자에게 의외로 슬프게 다가오고 있어요.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나: 6.25 사변에 대한 시대적 배경 때문이 아닐까요? 시인이 어렸을 때, 6.25 사변이 발발했습니다. 당시 어린 아이였던 시인은 무의식적으로 불안 내지 초조함 등을 감지했을 것입니다. 당시 삶의 정황은 고통의 연속이었고, 피난민들의 마음속에는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팽배했습니다. 이러한 특징은 가령 「어머니」, 「고무다리」등의 시에서 잘 드러나고 있습니다.

 

: 시인의 시적 정취를 느끼게 해주는 시로서 우리는 「낙동강」을 들 수 있습니다. “섬돌 밑에 떨어진 낡은 고무신 한 켤레 흐느끼고 있네./ 장독 뒤에 숨은 옹기그릇 하나 흐느끼고 있네./ 돌담 아래 넘어진 손때 묻은 박달절구 하나 흐느끼고 있네./ 장롱 속에 주인 잃은 구리비녀 하나 흐느끼고 있네.

: 누군가 “신발”을 신을 겨를이 없이 어디론가 황급히 떠나야 했으며, 누군가 서슬 푸른 폭력을 피해서 “장독” 뒤에 몸을 숨어야 했습니다. 시절이 하수상한 탓에 편안히 “박달절구”를 사용할 여유는 없었습니다. 장롱 속에 “구리비녀”를 놓아둔 여인은 어디로 갔을까요? 시인은 전쟁으로 인한 불안 그리고 삶의 고달픔을 은유적으로 표현하는 데 성공을 거두고 있어요.

 

: 자연시의 매력은 의인법에서 발견되는 군요, 왜냐하면 이러한 수사 방식을 통해서 죽은 사물에 생명력을 불어넣을 수 있으니까요. 시적 자아는 주어진 사물들이 모조리 “흐느끼고” 있다고 묘사합니다. 이로써 독자는 안온한 시골의 자연 속에서 어떤 섬뜩한 불안을 인지할 수 있습니다. 이번에는 그의 시 「점치는 아이」를 살펴볼까요?

 

점아 점아

콩점아

밥 해주께 나온나.

보릿고개 굶어 가신

증조할매야 증조할매야

나온나.

 

점아 점아

콩점아

떡 해주께 나온나.

만세부르다 돌아가신

할베야 할베야

나온나

 

점아 점아

콩점아

술 해주께 나온나

따발총에 맞아 가신

아부지야 아부지야

나온나

 

점아 점아

콩점아

묵 해주께 나온나

돌 던지다 총울 맞은

오빠야 오빠야

나온나

 

점아 점아

콩점아

마히 묵고 가거라.

소꿉 양식 적지마는

소꿉 반찬 적지마는

마히 묵고 가거라. (이달희: 낙동강 시집, 서정시학 2012, 49 - 51)

 

(계속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