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 고대 문헌

서로박: 에픽테토스의 스토아 사상

필자 (匹子) 2019. 3. 27. 14:01

1. 노예 출신의 사상가: 여기서 우리는 후기 스토아학자 에픽테토스에 관해 언급하려고 합니다. 에픽테토스는 기원후 50년에 프리지아에서 태어나서 125년 에피루스에 있는 니코폴리스에서 사망하였습니다. 에픽테토스는 노예로 태어나서 로마로 끌려왔는데, 에파프로디토스라는 이름의 부호의 가복家僕이 되었습니다. 에파프로디토스는 폭군 네로에 의해 자유를 얻게 된, 부유한 로마시민이었습니다. “에픽테토스 Επίκτητος”라는 이름 자체가 그리스어로 “새롭게 얻어진 무엇”이라는 의미를 지닙니다. 에픽테토스가 언제 그리고 어떠한 계기로 노예 신분을 떨치게 되었는지는 불분명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그가 주위의 사람들로부터 깊은 인품과 놀라운 능력을 인정받은 것으로 추측됩니다. 특히 고대의 노예 신분이 세습된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그가 노예 신분을 박차고, 위대한 스토아사상가로 거듭났다는 사실은 우리에게 놀라움을 안겨주기에 충분합니다.

 

2. 에픽테토스의 강연: 에픽테토스는 마흔의 나이에 학자로서의 이름을 떨치고 있었습니다. 이때 로마의 황제, 도미티아누스는 이탈리아의 땅에서 모든 철학자들을 추방했는데, 이때 그는 추종자들을 이끌고 그리스의 에피루스의 니코폴리스로 가서 그곳에서 제자 양성에 진력하였습니다. 에픽테토스는 스스로 책을 집필하려고 의도하지 않았습니다. 그의 문헌은 제자인 알렉산드리아의 역사가인 플라비우스 아리아누스 (Flavius Arrianus, 85/ 90 - 145)에 의해서 전해 내려옵니다. 그는 기원후 112년에서 120년 사이에 은사의 강연을 세밀하게 기술했습니다. 아리아누스의 글은 마치 속기사의 글을 방불케 합니다. 이는 한편으로는 원래의 문장을 생략하고 있다는 취약점을 지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그 자체 가치를 드러내고 있습니다. 아리아누스의 글은 에픽테토스의 강연을 있는 그대로 필사했다는 점에서 가치를 지닙니다. 우리는 그의 글을 통하여 원저자의 강연 내용 뿐 아니라, 에픽테토스가 활용했던 서술적 방법론 그리고 인간의 품격마저 있는 접할 수 있습니다.

 

3. 에픽테토스의 윤리적 전언: 일단 우리는 아리아누스가 나중에 기술한 에픽테토스의 문헌, 『철학 학교 Διατριβή』를 예로 들 수 있습니다. 에픽테토스의 문헌은 “견유학파에 관하여”, “인간은 어떠한 외부적 사건에 의해 방해받지 말아야 한다.”, “병으로 인하여 고향을 등지려는 사람들에게”, “진정한 자유에 관하여”, “학자들을 비판하며”, “욕망의 억제하는 연습에 관하여”, “평정심에 관하여” 등을 다루고 있습니다. 이러한 사항들은 그 자체 당시 사회의 구체적 정황에서 유래한 변증법적이고 윤리적인 전언입니다. 특히 “평정심에 관하여”는 스토아사상가의 자세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명문으로 손꼽힙니다. 에픽테토스는 또 다른 글을 썼습니다. 가령 「경력을 쌓으려고 로마로 떠나는 사람들에게」가 바로 그러한 글입니다. 여기서 에픽테토스는 인간의 삶의 가치가 출세를 도모하는 데 있는 게 아니라, 진리를 깨달으려는 노력 속에서 발견된다는 사실을 분명히 전하고 있습니다.

 

4. “온화함. 개방성, 겸손 그리고 사랑”: 우리는 에픽테토스의 이러한 일련의 전언을 통하여 놀라운 무엇을 도출해낼 수 있습니다. 그것은 다름 아니라 온화한 철학자의 종교적 진지함, 세계 시민으로서의 열려있는 마음가짐, 개인으로서의 겸손한 자세 그리고 인간에 대한 사랑입니다. 에픽테토스는 사람들을 대할 때 그들의 출신, 재력 그리고 권력과는 무관하게 모든 사람들을 차별 없이 존중했습니다. 또한 일상을 대하는 에픽테토스의 자발적이고 융통성 넘치는 기지는 우리를 놀라게 합니다. 에픽테토스의 다음과 같은 발언을 인용하려고 합니다. “흔히 소크라테스는검증되지 않은 삶은 무가치하다.’고 말하지만, 어디 인간의 생각이 검증을 받은 다음에 영혼 속을 파고드는가? 만약 깊은 밤에 경찰이 신분증을 요구할 경우에, 우리는 다음과 같이 대답할 수 있을 것이다. 숲속으로 들어가려고 마음먹을 때, 자연이 어디 신분증을 요구한 적이 한 번이라도 있던가? 하고 말이다. (Epiktet III, 12: 15).

 

5. 에픽테토스 사상의 가치: 에픽테토스의 또 다른 책, 『소책자Encheiridion』는 앞의 책 『철학 학교』에서 발췌한 문헌입니다. 이 책은 후세에 커다란 영향을 끼쳤습니다. 기독교인들 뿐 아니라 이교도들 역시 이 책을 접하여, 자신의 삶에 유용하게 활용하였습니다. 먼 훗날 철학자 파스칼 Pascal 그리고 스위스의 신학자, 카를 힐티Carl Hilty는 『소책자』를 읽고 커다란 감명을 받았습니다. 이 책은 스토아사상이 추구하는 행복한 삶에 관한 기본적 강령을 제시합니다. 진정한 인간은 에픽테토스에 의하면 주위의 현실로 인한 잡념에 시달리지 않고, 그것으로부터 초월할 줄 아는 자입니다. 세상에는 인간의 힘으로 다스릴 수 있는 사물이 존재하는가 하면, 자신의 힘으로 다스릴 수 없는 사물이 존재합니다. 그렇기에 삶은 인간의 힘으로 할 수 없는 것을 거부하고, 합목적적 질서 체계에 의거하도록 이성적 훈련을 요구합니다. (김재홍: 106). 우리는 자신의 견해를 피력하고, 우리의 뜻대로 행동하며, 우리의 열정을 따르거나 회피하곤 합니다. 이 모든 것은 우리의 의지에서 출발합니다. 그렇지만 우리가 우리 자신의 의지로 행할 수 없는 게 있습니다. 우리의 육체, 우리의 소유, 명성 그리고 외부적인 지위 등이 그것입니다.

 

6. 자유의 조건: 에픽테토스에 의하면 인간이 행할 수 있는 것들은 원래 자유로운 특성을 지닙니다. 만약 우리가 처음부터 자유로운 것을 부자유로 규정하고 우리에게 고유한 것들을 낯선 무엇으로 받아들인다면, 우리는 삶에서 불편함과 갈등만을 겪게 될 것입니다. 만약 우리가 처음부터 자유로운 것을 자유로 규정하고, 우리에게 낯선 것들을 낯선 무엇이라고 받아들인다면, 어떠한 인간도 우리에게 무언가를 강요하지 않을 것입니다. 만약 그렇게 행동한다면, 우리는 의지에 위배되지 않으며, 다른 누구도 우리를 해하지 않을 것이라고 합니다. 에픽테토스는 이러한 결정을 의지 (프로하이레시스)라고 명명합니다. (이창우: 52). 에픽테토스는 바로 이러한 원칙에 따라 다음에 관해서 경고합니다. 즉 열정과 신앙, 우정과 죽음, 추방과 가난, 소유와 사랑, 불법과 폭력, 교양과 지혜 등을 생각해 보세요. 그밖에 에픽테토스는 규범적 가치의 관점에서 올림피아 경기, 공공장소에서의 목욕, 싱거운 위트, 청결하게 살려는 여성들의 열정, 신탁 등에 관해서 언급하고 있습니다.

 

7. 인내심과 겸허함, 느림의 미학: 특히 에픽테토스는 “많이 웃지 말라.” 그리고 ”평상시에 불필요한 말을 많이 하지 말라“고 충고합니다. 또한 그는 제자들에게 당당한 태도를 취하며, 인내하고 절제하라고 권고하였습니다. 나아가 에픽테토스는 참고 견디는 게 인간의 수련이며, 겸허함이 하나의 미덕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렇지만 그의 문헌의 일부만이 남아 있기 때문에 에픽테토스의 다른 중후한 면모는 후세에 전해지지 않았습니다. 이를테면 우리는 에픽테토스가 견지했던 신에 대한 외경심이라든가 세계시민으로서의 인간애 등을 문헌으로 접할 수 없습니다.

 

현대에 살아가는 우리는 무엇보다도 에픽테토스의 윤리적 태도에서 여러 가지 교훈을 얻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첫째로 에픽테토스는 재력과 권력을 고려하여 사람들을 차별하지 않았습니다. 적어도 에픽테토스에게는 거지와 부자, 황제와 노예는 귀천 없는 인간에 불과했을 뿐입니다. 둘째로 느림의 미학을 추구하는 에픽테토스의 스토아 사상은 능률만을 중시하는 현대인들의 바쁜 일상과는 분명히 다릅니다. 스토아사상은 인간이 마치 대양의 고요함을 닮아가야 한다고 설파하지 않습니까? 그렇기에 그것은 능률 위주로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스트레스와 정반대의 자세를 촉구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