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 이탈스파냐

서로박: (6) 캄파넬라의 "태양의 나라"

필자 (匹子) 2023. 1. 22. 09:14

(앞에서 계속됩니다.)

 

32. 『태양의 나라』의 영향: 캄파넬라의 유토피아 시스템은 실제 현실에 적용되었습니다. 예수회는 17세기에 파라과이에서 캄파넬라의 기독교 사원 공동체를 건립하여, 아메리카 인디언들로 하여금 기독교 신앙을 믿게 하였습니다. 이곳의 예수회 도시 국가는 1610년부터 1767년까지 이어졌는데, 그 구조에 있어서 캄파넬라의 『태양의 나라』에 묘사된 여러 가지 특성이 그대로 반영되고 있습니다. 이를테면 예수회 국가가 설계한 도시의 구조는 캄파넬라의 도시 계획의 틀에 입각해 있습니다. 또한 사회 구조 역시 『태양의 나라』에 담겨 있는 그것과 거의 동일합니다. 즉 공산주의 공동체에 근거한 사회 계층을 용인하는 지배 구조가 바로 그러합니다. 파라과이에 있던 예수회 국가는 교육 제도에 있어서 캄파넬라의 유토피아를 답습하고 있습니다. 파라과이 인디언들은 요람에서 무덤까지 반개인주의의 세계관의 교육을 통해서 함께 협동적으로 살아가는 것을 삶의 목표로 삼았습니다. 그밖에 예수회 국가는 만인의 보편적 노동에 대한 의무, 사치의 금지 그리고 중앙집권적 행정 구조 등을 채택하고 있는데, 이는 캄파넬라의 『태양의 나라』에서 자세히 거론된 사항들입니다.

 

33. 캄파넬라의 소네트 한 편: 마지막으로 캄파넬라가 남긴 소네트 한 편을 인용할까 합니다. 캄파넬라의 시편을 예로 들어봅니다. “붓과 물감을 가진 자가 괴발개발 그림 그려/ 벽과 먹지 더럽힌다면, 그는 화가가 아니리./ 설령 먹, 펜, 필통이 없더라도, 그림 그릴 능력을/ 지니면 그가 참다운 화가이리라.// 삭발한 머리, 성의가 성직자를 만들지 않듯이/ 거대한 왕국과 땅을 지닌 자는 왕이라 할 수 없지/ 예수, 파라오 마야스와 같이 천한 노예 출신이라도/ 그들은 차제에 반드시 왕이 되겠지// 현명함의 관을 쓰고 세상에/ 태어나면, 나중에 왕이 되지만, 인간은 처음부터/ 왕관 쓰고 태어나지 않는 법이야.// 그렇기에 우리는 왕 없는 공화국을 만들든가,/ 어리광과 꿈으로 살아온 자 대신에 시련을 겪은,/ 역량 있는 왕을 꼭 선택해야 하리라.(Flasch: 128).

 

시작품은 캄파넬라의 정치관을 그대로 보여줍니다. 캄파넬라의 시는 엄밀히 말하자면 왕 없는 공화국을 예찬하고 있다는 점에서 자연법사상을 선취하고 있습니다. 자고로 인간은 비록 힘들고 어려운 여건 속에서 자신이 갈구하는 바를 성취해내는 존재입니다. 인간 가운데 처음부터 왕관을 쓰고 태어나는 자는 없습니다.

 

여기서 우리는 특권층과 귀족에 대한 캄파넬라의 강력한 비판을 읽을 수 있습니다. 능력과 품성이 한 인간을 높은 자리에 앉게 하는 기준이 되어야 하는데, 권력과 금력은 언제나 다음 세대로 세습되곤 합니다. 그렇기에 천하게 태어난 자는 “입신 立身”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습니다. (박설호: 217쪽.) 우리는 처음부터 특권을 누리면서 높은 자리에 오른 인간에게 허리를 굽혀서는 안 될 것입니다. 가난과 불운이라는 역경을 딛고, 자신의 한없이 환경을 극복하고 끝없이 노력하여 찬란하게 입신한 분들이야 말로 존경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참고 문헌

 

- 김영한 (1989): 르네상스의 유토피아 사상, 탐구당.

- 김용옥 (2010): 도마복음 한글 역주, 3권 통나무.

- 박설호 (2015): 생존과 저항은 꿈을 위한 것이다. 토마소 캄파넬라의 옥중 시편을 중심으로, 실린 곳: 김영승 외, 한번 날아보고 싶어라,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르고, 도요 문학 무크 7. 저항, 제 7호, 200쪽 – 219쪽.

- 에른스트 블로흐 (2004): 희망의 원리, 4권 열린책들.

- 에른스트 블로흐 (2008): 서양 중세 르네상스 철학 강의, 박설호 역, 열린책들.

- 캄파넬라, 토마소 (2012): 태양의 나라, 임명방 역, 이가서.

- Campanella, Tomasso (1986): Sonnenstaat, in; Heinisch, Klaus (hrsg.), Der utopische Staat, Reinbek bei Hamburg.

- Campanella, Thomasso (1643): Civitas Solis Poetica. Ideae Republicae Philosophicae, Waesberge.

- Doni, Antonio Francesco (1583): Le Monde Sage. in: Les Mondes, Celestes, Terrestres et Infernaux etc. Tirez des oeuvres de Doni Florentin, Lyon, S. 204 – 236.

- Flasch (1996): Flasch, Thomas (hrsg.), Campanella, Thomasso: Philosophische Gedichte, Frankfurt a. M..

- Hiebel, Friedrich (1980): Campanella, Stuttgart.

- Jens (2001): Jens, Walter (hrsg.), Kindlers neues Literaturlexikon, 22 Bde., München.

- Mumford Lewis (1950): The Story of Utopias, New York. 멈포드, 루이스 (2010): 유토피아 이야기, 박홍규 역, 텍스트.

- Schölderle, Thomas (2012): Geschichte der Utopie, Stuttgar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