슐체 12

서로박: (3) 잉고 슐체의 '심플 스토리즈'

일부 동독 사람들 가운데에는 과거 구동독 사회를 그리워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를 우리는 "오스탈기Ostalgie"라고 명명한다. (이 조어는 "동쪽 + 향수Ost + Nostalgie"를 합성한 단어다.) 괴거를 동경하는 사람들은 극우의 세계관을 드러내는데, 구동독 지역에서 외국인 혐오가 극성을 부린 까닭은 이러한 심성과 관련된다. 과거의 순수한 독일인들의 행복이 오늘날 급변하는 정세에 의해서 침탈당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한국의 극우파들은 박정희 시대에 대한 향수를 품고 있다. 태극기 부대의 맹목적 과거에 대한 동경은 사회적 진보주의자들을 악마로 매도하고, 역사적 진보를 역행하게 만든다. (앞에서 계속됩니다.) 11. 『심플 스토리즈』는 결코 간단한 이야기들이 아니다.: 친애하는 S, 슐체의 작품의 겉..

48 최신독문헌 2024.12.08

서로박: (2) 잉고 슐체의 '심플 스토리즈'

(앞에서 계속됩니다.) 6. 의사소통의 차단 내지는 부재 현상: 이러한 이야기들은 단순한 해프닝으로 이해되는 게 아니라, 사회적 변환기 속에서 겪어야 하는 변화된 사회 내에서 제대로 적응하지 못한 사람들의 인간적 실수로 빚어진 사건일 수 있습니다. 소설적 화자는 각 장마다 바뀌고 있습니다. 이는 바로 알텐부르크 사람들의 의사소통의 차단 내지 부재 현상을 반증하고 있습니다. 사람들의 음색은 평온하고, 때로는 우스꽝스럽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그 속에 담긴 의미는 독자를 몹시 쓸쓸하게 만듭니다. 왜냐면 독일 통일은 동쪽 독일 지역의 알텐부르크에 살아가는 대부분의 사회 계층의 사람들로 하여금 어느 정도 경제적으로 풍요로움을 누리게 해주었지만, 그들을 근본적으로 불행하게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은 이제 더 ..

48 최신독문헌 2024.12.07

서로박: (1) 잉고 슐체의 '심플 스토리즈'

1. 단편적 장편: 친애하는 S, 잉고 슐체는 전환기 이후의 시기에 활동한 독일 신진 작가들 가운데에서 가장 촉망 받는 작가로 손꼽힙니다. 적어도 단편에 있어서는 최고의 작가로 꼽아도 손색이 없을 정도이지요. 그의 작품집 『간단한 이야기들』은 전환기 시기의 동쪽 독일지역의 사회적 변환을 주제화하고 있습니다. 출판의 편집자는 “스토리즈Stories”라는 영어식 표기를 고려하지 않고, “스토리즈storys”로 표기하였습니다. 이로써 『심플 스토리즈』는 하나의 장편 소설로 명명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이것은 엄밀히 따지면 서로 연관된 단편 모음집 내지는 “단편적 장편”이라고 표현하는 게 타당할 것입니다. 왜냐하면 이러한 짧은 이야기 모음은 -영화 기법으로 설명하자면- 로버트 알트만 Robert Altman ..

48 최신독문헌 2024.12.06

서로박: (3) 잉고 슐체의 '새로운 삶들'

(앞에서 이여집니다.) 과거 작가 지망생으로 살아가던 당시에는 최소한 입신 (立身)에 대한 기대감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또한 서방세계는 그에게 흐릿한 천국으로 인지되곤 하였습니다. 주위에서 그는 선배 작가들이 서독에 자신의 작품을 발표하는 경우를 접하고, 이를 기대하곤 하였습니다. 그러나 통일이 되자 모든 것은 달라졌습니다. 성공은 창작 대신 경제적 이득 추구로 가능하게 되었습니다. 실제로 엔리코 튀르머는 성공의 가도를 달립니다. 그렇지만 그는 깊은 심리적 좌절감을 맛보게 된 것입니다. 그에게는 더 이상 어떤 순수한 꿈이 자리하지 않게 된 것입니다. 어쩌면 그는 클레멘스 폰 바리스타에게 자신의 꿈을 팔아넘기고, 대신에 자신을 부유하게 만드는 상술을 얻었던 것입니다.  서방세계는 주인공에게는 비록 접근이 ..

48 최신독문헌 2024.11.23

서로박: (2) 잉고 슐체의 '새로운 삶들'

(앞에서 계속됩니다.) 주인공은 편지의 수취인들과 제각기 기이한 애정 관계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첫 번째 수취인은 누나인 베로츠카, 즉 베라입니다. 엔리코 튀르머는 어린 시절부터 베라를 누나로 생각한 게 아니라, 연인으로 간주하며 살았습니다. 그러나 베라에 대한 주인공의 사랑은 실현될 수 없는 것이었으므로, 튀르머는 고통스럽게 청년 시절을 보낸 게 분명합니다. 편지의 행간에는 두 사람 사이의 근친상간을 암시하는 대목이 나타납니다. 튀르머는 베라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자신이 어떻게 알텐부르크 신문의 창간을 위해 노력해 왔는가? 하는 점을 서술합니다. 편지의 두 번째 수취인은 어린 시절의 친구, 요한 칠케라는 남자입니다. 요한은 매우 영리한 젊은이로서 주인공과 함께 드레스덴에서 태어났습니다. 그는 주인공과 마..

48 최신독문헌 2024.11.22

서로박: (1) 잉고 슐체의 '새로운 삶들'

친애하는 S, 오늘은 1962년에 태어난 작가, 잉고 슐체의 장편 소설 『새로운 삶들 Neue Leben』에 관해서 살펴보기로 하겠습니다. 잉고 슐체는 사회주의의 동독 사회에서 그냥 자라났습니다. 여기서 “그냥”이라는 표현을 유의해주시기 바랍니다. 시인 우베 콜베 Uwe Kolbe가 “안에서 태어난 hineingeboren” 젊은이라고 자신을 지칭한 것도 이와 관계됩니다. 이들 문학 속에는 비더마이어 풍의 체념이 짙게 배여 있습니다. 동독의 젊은 세대는 대체로 사회주의 이념에 열광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무조건 서방세계를 동조하지도 않았습니다. 한 가지 작은 목표를 설정하여, 이를 막연히 추구한다고 할까요?  어쨌든 이들 세대는 대체로 정치적 저항에 익숙하지 못하며, 주어진 현실에 갑갑함을 느끼면서 살았습..

48 최신독문헌 2024.11.22

(명저) 노영돈, 류신 외: 독일 신세대 문학

노영돈, 류신 외: 독일 신세대 문학, 민음사 2013 이 책은 1990년 이후 독일 문학계의 지형 변화라는 부제를 달고 있다.    지은이 (노영돈,류신,박희경,배기정,이영기)들은 독일 신세대 작가들의 문학적 경향을 천착하고 있다. 동독문학에 대한 냉정한 평가 그리고 독문학 연구에서 새롭게 등장한 신진작가들의 문학적 경향을 다루고 있는데, 지금까지 제대로 연구된 바 없다.  카렌 두베,유디트 헤르만,크리스티안 크라흐트,벤야민 폰 슈투크라트바레마르셀 바이어,다니엘 켈만토마스 브루시히,예니 에르펜베크,잉고 슐체 등

1 알림 (명저) 2024.07.01

잉고 슐체: 약탈당하는 사회에 대항하여 (2)

6. 동유럽의 붕괴로 인하여 몇몇 이데올로기가 하나의 헤게모니로 변화되고 말았다. 이러한 권력에 대해서 누구도 도전할 수 없었으므로, 사람들은 이러한 헤게모니를 마치 당연한 것으로 수용하고 말았던 것이다. 이에 대한 좋은 예가 경제적 사유화이다. 사람들은 모든 것을 사유화하는 정책을 무제한적인 긍정성을 지니고 있다고 확신하였다. 사유화되지 않는 모든 것, 공동의 소유로 머물고 있는 것, 이윤 추구에 포함되지 않은 것들은 효용성이 없으며, 고객에게 도움을 주지 않는다고 했다. 그리하여 생겨난 것은 장기적으로 그리고 단기적으로 사회 공동체를 차단시키고 사장시켜야 한다는 공공연한 분위기였다. 7. 또 한 가지 번영을 구가한 이데올로기는 성장 중심의 사고이다. “성장 없이는 절대로 안 된다.”라는 슬로건을 생각..

13 독일 문화 2022.07.01

알텐부르크

알텐부르크의 문장을 보여준다. 모든 도시에는 이렇듯 제각기 문장 (紋章)이 있다. 이는 도시의 특성과 지위를 드러내는 표시이기도 하다. 손은 평화를 뜻하고, 사자는 권력의 위엄을 보여주며, 성벽은 굳건한 방어 태세를 드러내고 있다. 문장의 배경은 은과 아연을 소재로 하고 있다. 붉은 장미는 기독교의 찬란한 천국의 모습을 상징한다. 알텐부르크는 튀링겐 지방에 위치하고 있다. 켐니츠는 구동독 시절에는 카를 마르크스 슈타트였는데, 통독 후에 원래의 이름을 되찾게 되었다. 알텐부르크의 니콜라우스 피어텔이라는 지역이다. 이곳은 알텐부르크의 옛모습을 잘 보존하고 있다. 간간이 "목골가옥 Fachwerkhaus" 이 눈에 띈다. 알텐부르크 사람들은 1810년 경에 "스카트" 카드 놀이를 발명했다고 한다. 이곳 역시 ..

13 독일 문화 2021.01.09

에테아 호프만, 혹은 분열된 인간

에테아 호프만 (1776 - 1822)은 독일 문학사에서 결코 망각될 수 없는 작가이다. 그는 작가이자, 음악가이며 화가로 활동했다. 그의 본명은 에른스트 테오도르 빌헬름 호프만이었는데, 평소에 음악가,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를 흠모하여, 자신의 이름을 에른스트 테오도르 아마데우스 호프만으로 명명하였다. 그는 1776년 쾨니히스 베르크에서 어느 변호사의 셋째 아들로 태어났는데, 에테아 호프만이 두 살 때 아버지는 어머니와 이혼하였다. 그래서 그는 어머니와 함께 친할머니 집에서 자랐다. 그가 약간의 왜곡된 성격을 소유하게 된 근본적 배경에는 눈치를 보아야 하는 주위 환경의 영향 때문이었는지 모른다.     에테아 호프만은 1792년에서 1795년 사이에 동프로이센의 쾨니히스베르크 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하..

9 문학 이야기 2019.01.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