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독일 문화

잉고 슐체: 약탈당하는 사회에 대항하여 (2)

필자 (匹子) 2022. 7. 1. 10:55

6. 동유럽의 붕괴로 인하여 몇몇 이데올로기가 하나의 헤게모니로 변화되고 말았다. 이러한 권력에 대해서 누구도 도전할 수 없었으므로, 사람들은 이러한 헤게모니를 마치 당연한 것으로 수용하고 말았던 것이다. 이에 대한 좋은 예가 경제적 사유화이다. 사람들은 모든 것을 사유화하는 정책을 무제한적인 긍정성을 지니고 있다고 확신하였다. 사유화되지 않는 모든 것, 공동의 소유로 머물고 있는 것, 이윤 추구에 포함되지 않은 것들은 효용성이 없으며, 고객에게 도움을 주지 않는다고 했다. 그리하여 생겨난 것은 장기적으로 그리고 단기적으로 사회 공동체를 차단시키고 사장시켜야 한다는 공공연한 분위기였다.

 

7. 또 한 가지 번영을 구가한 이데올로기는 성장 중심의 사고이다. “성장 없이는 절대로 안 된다.”라는 슬로건을 생각해 보라. 메르켈 수상은 이미 수년 전부터 그렇게 강조해 왔다. 우리는 유럽 경제 위기를 이야기할 때는 이 두 가지 사항을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한다.

 

8. 우리를 대변해야 하는 정치가의 언어는 더 이상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이와 유사한 경우를 나는 구동독에서 이미 체험하였다.) 정치가의 언어는 타자에 의해서 검증되지도 않은 것이며, 어느 정도 상대화되지 않은 자기 확신만을 드러내고 있다. 정책은 오로지 성장만을 외치다가 더 이상 움직이지 않는 풀무 가죽부대로 썩어가고 있다. 사람들은 오로지 성장에서 구원을 찾을 수 있으리라고 믿었고, 오로지 이를 위해 노력했을 뿐이며, 시민들은 고객으로 전락하였다. 성장 자체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그렇다면 사회적 이상은 짧은 시간에 많은 것을 소비하는 플레이보이의 삶이란 말인가? 어떤 놀라운 성장을 가져다주는 것은 어쩌면 전쟁일지 모른다.

 

9. “누구를 위한 것인가?”, “그게 누구에도 도움이 되는가?”하는 단순한 질문은 사태를 해결하지 못한다. 우리 모두 한 배를 타고 있지 않는가? 우리 모두 같은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지 않는가? 이를 의심하는 자는 특정 계급만의 이익을 부추기는 자일 것이다. 사회적 경제적 양극 현상은 우리가 공동의 관심을 도모해야 한다는 발언 속에서 소리 없이 서서히 자라왔다. 베를린을 걸어가면 얼마든지 알 수 있다. 괜찮은 구역에는 개선되지 않은 집들이 있고, 학교, 유치원, 요양원, 관청, 수영장 혹은 병원이 있다. 이른바 문제 지역에는 몇몇 지역이 눈에 띈다. 그곳에서 우리는 가난이라는 빈틈을 얼마든지 바라볼 수 있다. 사람들은 모두 우리의 처지 이상으로 잘 살아왔다고 선동적으로 말한다. 그렇지만 모든 사람들은 안정된 삶을 열망하고 있다.

 

10. 우리의 공동체는 민주적으로 선출된 인민 대표들에 의해서 조직적으로 이용당했으며, 현재에도 이용당하고 있다. 인민은 그들에 의해서 자신의 재산을 강탈당하게 된 것이다. 독일에서 최상층 세율은 슈뢰더 정부에 의해서 53퍼센트에서 42 퍼센트로 하향 조정되었다. 기업인에 대한 세율 (사업자 및 법인 세율)은 1997년에서 2009년 사이에 거의 절반으로 감축되었다. 즉 57.5 퍼센트에서 29.4 퍼센트로 삭감되었던 것이다. 우리의 국민 총생산이 매년 높아간다고 하더라도, 잔고는 텅텅 비어 있다. 이에 대해 어느 누구도 놀라지 말아야 할 것이다.

 

선물을 사면서 거스럼 돈을 요구하는 신사. 그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나를 건방지다고 여겨도 좋습니다. 잔돈 받을 때 나는 주의를 기울이고 싶어요. 오로지 독일 유로 아니면 프랑스 유로를 받아야 한다고 " ㅋㅋ

 

11. 일부 사람은 돈을 지니고 있지만, 일부는 그렇지 못하다. 가진 자에게 남아 있는 돈은 -만약 우리가 통계의 수치를 액면 그대로 믿는다면- 투자로 흘러가지 못하고, 이윤을 남기는 재정의 조직으로 축적되고 말았다. 다른 한편 사회 전체의 이익을 도모하려는 유럽 국가들의 성과는 거의 약화되어 있다. 그렇기에 각국의 은행들은 어디에 투자할까 하고 고민하면서, 돈을 구제 금융의 비용으로 이양되는 실정이다. 사회적 민주주의로 구성되는 합법적인 자원으로서의 돈은 오로지 부자들만을 유리하게 만들기 위해서 어리석은 지원 사업으로 이전되고 있는 형국인 것이다.

 

12. 언젠가 동서독의 상호 교류의 비용으로 활용되었던 구서독의 자금은 이제 통일된 독일의 자금으로 변하여 유럽 국가들 사이의 교류를 위한 비용으로 사용되려고 한다. 3월에 포르투갈에서 번역된 나의 작품집은 우편으로 배달되었다. 당시에 포르투갈 독자들의 질문은 독일 문학과 포르투갈 문화의 교류에 관한 우정 넘치는 분위기는 이제 정반대로 뒤집힐 국면에 처하게 되었다. 갑자기 독일인과 포르투갈 사람들은 적대적으로 서로 마주보게 된 것이다.

 

13. 만약 정치가 세금, 법 그리고 규제 등에 의해서 기존하는 경제 구조에 관여하게 된다면, 시장, 특히 금융시장에 적극적으로 개입하여 공동체의 관심사와 일치되는 방향으로 나아가게 자극한다면, 그게 민주주의적인 행동일까? 문제는 다음과 같은 단순한 질문에 있다. 그게 누구를 위한 정책인가? 누가 그러한 정책을 통해서 이득을 취하게 되는가? 과연 그러한 정책이 우리의 공동체를 위해서 도움이 될까? 마지막으로 나는 다음과 같이 묻고 싶다. 우리는 하나의 사회를 위하여 무엇을 추구해야 하는가? 나는 민주주의라고 대답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