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동적 개방성으로서의 카테고리
“현실적인 것은 과정이다. 이것은 현재, 완결되지 않은 과거 그리고 기능한 미래 등을 폭넓게 중개한다. 그래, 현실적인 것은 가능성으로 향하는 과정이라는 전선으로 나아간다. 부분적으로 조건화되어 있는 모든 것은 가능하며, 아직 완전히 폐쇄적으로 결정되어 있지 않다.” (Bloch, PH: 225)
1. 카테고리는 보편적 존재에 대한 발언군이다.: 카테고리는 논리학에서 가장 보편적인 존재에 관한 발언이라고 정의 내릴 수 있습니다. 그것은 고대에는 정태적인 무엇으로 이해되었습니다. 카테고리는 고발, 고소, 고발의 원인이라는 어원을 지닙니다. (김진성: 18). 카테고리는 법적 진술과 연결되는 술어입니다.
진술 내지는 발언에는 주어가 있습니다. 주어는 실제로, 혹은 언어상으로 존재하는 존재자로서, 그 자체 “(고발의) 말씀 λεγόμενα”입니다. 이러한 용어들은 아리스토텔레스에 의하면 “(고발당한) 말씀”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카테고리란 존재자에 관한 술어를 가리킵니다. 그렇기에 아리스토텔레스의 범주론은 어떤 발언에 대한 술어 이론으로 설명될 수 있습니다. (손윤락: 78). 아리스토텔레스는 카테고리를 처음부터 불변하고, 이미 완결된 존재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카테고리는 한마디로 실제로, 혹은 언어상으로 존재하는 무엇으로서, 발언과 연결되는 술어라고 요약될 수 있습니다.
이후의 시대에 카테고리는 논리학의 영역을 벗어난 관점에서 구명되기도 했습니다. 카테고리는 이를테면 칸트에 의하면 더 이상 인간의 경험과는 차원이 다른, 오성의 차원에서 논의되는 개념입니다. 정치 경제학적인 관점에서 발언에 대한 술어적 진술에 대한 접근 역시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예컨대 카테고리는 교환 가치와 활용 가치의 상관관계 속에서 성립될 수 있습니다. 만약 교환 가치가 활용 가치를 뛰어넘어 활성화되기도 합니다. 이 경우 모든 형태의 양적인 틀로 작용하는 것은 다름 아니라 재화, 즉 돈입니다. 그렇게 되면 카테고리는 상호 교환의 과정을 통해서 정해지고 변화됩니다. (Bloch, EM: 158).
2. 플라톤의 카테고리: 플라톤은 파르메니데스와 헤라클레이토스의 사상과 관련하여 존재가 무엇인지, 그리고 존재의 유형이 어떠한지를 집중적으로 추적했습니다. 플라톤의 대화에서는 우리 지식의 구조에 관한 질문이 제기됩니다. 놀라운 점은 사물과 상황의 모든 다양성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분명히 세계 내에서 일반적이고 동일한 것을 파악할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플라톤의 경우, 카테고리의 토대는 불변하는 이데아에 동참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여기서 개별적이고 구체적인 사물들은 이데아에 의해서 나중에 형성된 것들을 가리킵니다. 그렇기에 이데아는 하나의 모델로 이해될 수 있습니다.
예컨대 하나의 구체적인 책상은 어떤 책상의 형상 내지는 책상의 특징을 담은 형상에 따라 만들어진 것입니다. 이데아의 개념은 하나의 명사로서 “본다”는 뜻의 그리스어 단어 “idein”에서 유래합니다. 그러나 그것은 사고를 통해서만 인식될 수 있습니다. 플라톤은 소피스트들과의 대화에서 다섯 가지 최고의 장르 내지는 메타 이데아를 제시했습니다. (Platon: 289). 메타 이데아는 내용적으로는 다른 개념과 연결될 수 없고, 다른 무엇으로 환원될 수 없습니다. 그렇기에 그것은 플라톤에 의하면 존재의 근원적인 원리를 밝혀줍니다. 바로 이 대화에서 플라톤은 고대 철학에서 최초로 존재를 설명하는 카테고리 구조를 발전시켰습니다. 이러한 개념은 존재, 정지, 움직임 뿐 아니라, 동일성과 차이점 등을 지칭합니다. 이러한 개념들은 제각기 완전히 이질적이지만, 존재에 관여한다는 공통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어떠한 개념도 상호 공유하는 특징을 지니지 않습니다.
3. 아리스토텔레스의 카테고리: 존재자에 대한 술어적 진술은 논리학의 차원에서 다양한 특징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카테고리를 10가지로 구분하였습니다. 1. 사물은 실체를 뜻하는 “ousia”이고, 2. 양(量)은 크기를 뜻하는 “poson”이라고 합니다. 3. 질(質)은 특성을 가리키는 “poion”이고, 4. 관계성은 연결고리로서의 “pros ti”이며 5. “어디”는 장소를 가리키는 “pou”입니다. 6. “언제”는 시간을 지칭하는 “pote”를 가리키고, 7. “크기”는 상태를 가리키는 “keisthai”이며, 8. 소유는 “가지다”를 가리키는 “echein”입니다. 9. 행위는 작용을 가리키는 “poiein”이고, 10. 마지막으로 “느낌”은 열정을 가리키는 “paschein”입니다. (Plashar: 187).
여기서 아리스토텔레스는 다음과 같은 네 가지 카테고리의 원칙을 10개의 카테고리의 우위에 설정했습니다. 그것은 다름 아니라 물질, 형태, 목적 그리고 원인을 가리킵니다. 포르피리오스Porphyrios는 그의 스승 플로티노스와는 대조적으로 아리스토텔레스의 논리적 저술을 비판하지 않았고, 오히려 아리스토텔레스의 논리학을 받아들여 그의 플라톤주의에 통합했습니다. 포르피리오스는 아리스토텔레스의 10개의 카테고리를 다섯 가지로 요약했습니다. 그것은 “유(類,) genus”, “형태 eidos”, “차이 diaphora”, “고유성 idion”, 그리고 “동시적 사고 symbebakos”를 가리킵니다. 포르피리오스는 아리스토텔레스 “논리학에 대한 서론Isagoge”을 썼는데, 이는 고대 후기와 중세 논리학의 표준 저작으로 활용되었습니다.
4. 수직 구조의 명사적 요소주의: 아리스토텔레스 그리고 포르피리오스의 범주론을 고찰하면 우리는 모든 인간과 사물을 하나의 틀로 규정하려는 의향을 읽을 수 있습니다. 이러한 의향 속에는 주어진 대상을 어떤 확정된 무엇으로 고찰하려는 태도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기체Substrat” 역시 존재의 근원을 하나의 고체로 확정한 다음에 설정된 개념이었습니다. 서양 사람들은 사물의 존재를 하나의 고정된 무엇으로 고찰하려고 했습니다. 이로써 세계는 실체, 원소 그리고 본질에 감금되고 있으며, 인간의 신체와 정신은 정의Definition, 개념이라는 철창 속에 갇혀 있을 뿐입니다. (윤노빈: 26).
피타고라스의 양분법적 논리는 아리스토텔레스의 포섭하는 지배 논리로 이전되는데, 이러한 모든 과정은 윤노빈에 의하면 궁극적으로 수직적 지배 질서를 공고히 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사실 포르피리오스가 상정한 “인식의 나무” 그리고 삼단논법의 규칙은 지배와 피지배의 관계로 설명될 수 있습니다. 그것은 이를테면 하위와 상위로 구분됩니다. 말하자면 종적인 개념은 유적인 개념에 포섭되고, 작은 개념은 항상 큰 개념의 외연 속에 잠식당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분명히 드러나는 것은 다름이 아니라 “나누어라 그리고 지배하라Divide et impera”라고 하는 정복을 위한 수직 구도의 분단 논리입니다.
(계속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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