뷔히너 16

서로박: (2) 뷔히너의 '당통의 죽음'

(앞에서 계속됩니다.) 또 한 가지 지적해야 할 사항이 있다. 그것은 다름 아니라 실제로 고통당하는 계급인 프롤레타리아가 혁명의 행위로부터 완전히 배제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당통은 인간 삶을 즐기고, 향락을 추구한다. 이에 반해 로베스피에르 그리고 생 쥐르는 급진적으로 미덕을 수호하려고 한다. 문제는 이들 두 그룹 사이에 굶주리는 인민이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뷔히너는 편집자 구츠코에게 편지를 보냈는데, 거기에는 다음과 같이 씌어져 있다. “혁명이 성공을 거두려면, 배운 계급 뿐 아니라, 배우지 못한 가난한 계급 역시 혁명의 자양을 뜯어먹어야 합니다.” 그러나 궁극적으로 말해 프랑스 혁명은 이 점을 전혀 건드리지 못했다. 혁명은 사회 현실의 궁극적 변화를 이끌지 않고, 스스로를 소모시키고 있다. 물론..

41 19전독문헌 2023.05.05

서로박: (1) 뷔히너의 '당통의 죽음'

「당통의 죽음」은 게오르크 뷔히너 (1813 - 1837)의 4막으로 이루어진 극작품 (1835년 발표)이다. 그런데 이 작품은 오랫동안 묻혀 있다가 1902년에 베를린에서 초연되었다. 기센의 의학생이었던 뷔히너는 1834년 초에 프랑스 혁명의 역사를 공부하였다. 그는 특히 자유주의적 프랑스 역사가인 L. A. 티르스 (Thiers)의 "프랑스 혁명의 역사 (Histoire de la Révolution Françqise)?"를 읽었다. 티르스는 앙시엥 레짐의 몰락 그리고 나폴레옹 시대까지의 투쟁을 “관료주의와 시민 사이의 싸움”으로 평하고 있다. 티르스는 F. A. M. 미네 (Minet)와 함께 역사 서술의 숙명론을 주창한 바 있다. 1834년 10월부터 1835년 1월 사이에 다름슈타트 대공작 도서..

41 19전독문헌 2023.05.04

서로박: (2) 뷔히너의 헤센 급사

(앞에서 계속됩니다.) (8) 헤센 급사의 내용 1, 부르주아 비판: 친애하는 D, 뷔히너의 관심사는 무엇보다도 헤센 지역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경제적 궁핍함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뷔히너는 다음과 같이 기술합니다. 가난한 사람들은 국가의 고통을 모조리 지고 있는 반면에, 고상한 자들은 이를 이용해먹고 있다고 말입니다. 가난한 자들에게 가해지는 법들은 귀족들, 부자들 그리고 국가의 관리들의 수중에 있다고 합니다. 이들은 일반 사람들로부터 혈세를 짜낸다는 것입니다. 뷔히너는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법을 소유하고 있는 계급은 사실상 사회에 중요하지 않는 부유한자들 그리고 학자들이다. 이들은 온갖 노력을 다하여 지배 권력을 차지하고 있다. 정의는 다만 질서를 유지하는 수단으로서, 너희들을 착취하고 괴롭히는 데..

41 19전독문헌 2023.01.07

서로박: (1) 뷔히너의 헤센 급사

(1) 혁명적 선전물로서의 헤센 급사: 친애하는 D, “헤센 급사”는 게오르크 뷔히너 (1813 - 1837)에 의해 씌어지고, 나중에 프리드리히 루드비히 바이디히 (1791 - 1837)에 의해 수정 가필된 사회 혁명적인 선언문입니다. 총 8 페이지에 달하는 이 글은 오펜바흐에서 총 1000 편으로 인쇄되었는데, 익명의 저자가 “1834년 다름슈타트”에서 간행하였다고 씌어져 있습니다. 이 작품은 연대기의 측면에서 그리고 주제상의 측면에서 마르크스 엥겔스의 “공산당 선언” 그리고 독일의 자코뱅주의자 칼 클라우어 (K. Clauer) 혹은 게오르크 프리드리히 레브만 (G. Fr. Rebmann) 등의 정치적 선언문과 같은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는 것으로서 독일 삼월 전기 문학의 핵심적 출판물에 해당합니다...

41 19전독문헌 2023.01.07

서로박: 뷔히너의 보이체크 (2)

(8) 도대체 세상의 무엇이 임을 배신하게 하는가? 제 6장: 고수장이 드디어 마리의 방에 들어와서 은근히 성욕을 드러냅니다. 마리는 처음에는 거부하지만, 나중에는 그가 시키는 대로 옷을 벗고 성관계를 맺습니다. 제 7장: 보이체크는 골목에서 서성거립니다. 마리의 배신을 생각하자 순식간에 가슴이 쓰려옵니다. 과연 마리가 고수장과 살을 섞었을까? 보이체크는 이를 확인하려고 합니다. 제 8장: 보이체크는 돈을 벌기 위해서 의사를 찾습니다. 의사는 매일 강낭콩을 건네줍니다. 의사는 매일 강낭콩을 먹은 뒤에 환자의 뇌리에 떠오르는 환영을 주의 깊게 듣습니다. 보이체크는 박사에게는 마치 실험쥐와 같은 객체에 불과합니다. 제 9장: 장교와 의사가 거리에서 대화를 나눕니다. 보이체크가 나타났을 때 두 사람은 주인공에..

41 19전독문헌 2022.11.30

서로박: 뷔히너의 보이체크 (1)

(1) 하층민, 처음으로 극작품의 주인공으로 묘사되다. 친애하는 H, 오늘은 독일의 천재 작가, 게오르크 뷔히너 (Georg Büchner, 1813 - 1837)의 작품 「보이체크」를 다루기로 합니다. 끝내 완성되지 않은 이 작품은 오늘날 명작으로 간주되며, 지금까지 수없이 공연되었습니다. 「보이체크」는 두 가지 점에서 독창적인 면모를 드러냅니다. 그 하나는 작품의 구성 면에서 종래의 전통극과는 차이를 보여준다는 점입니다. 극작가는 이른바 “발단, 전개, 절정 그리고 대단원”이라는 전통적 극형식을 지양하고, 여러 개의 장면을 선택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선택은 줄거리 내지 시간적 흐름 등을 고려하지 않고, 주인공의 내적인 갈등을 우선적으로 부각시키기 위함이었습니다. 가령 어떠한 이유에서 주인공이 살인이라..

41 19전독문헌 2022.11.30

서로박: 이삭 바벨의 부조니의 기마대

친애하는 J,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예술가는 당대에 대체로 불행하게 살아갑니다. 그들이 현재에 주어진 극도의 고통을 감내하면서, 창조에 몰두하는 이유는 위대한 작품을 탄생시키려는 거대한 의지 때문입니다. 바로 이러한 의지가 미래에 그들의 명성을 드높이게 해줍니다. 언젠가 천재 독일 극작가 게오르크 뷔히너 (Georg Büchner, 1813 - 1837)는 1834년 3월 자신의 신부 (新婦)에게 보낸 편지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우리는 가을의 시간을 상실한 생명들입니다. 그렇기에 겨울이 지나서야 비로소 씨를 여물게 할 수 있어요. (Wir sind wie die Herbstzeitlose, welche erst nach dem Winter Samen trägt.)” 뷔히너의 이 말은 역설적이..

31 동구러문헌 2021.10.06

서로박: 렌츠의 가정교사 (1)

친애하는 L, 오늘은 독일의 문화적 황금 시기에 좌절과 가난으로 고통스럽게 살아간 한 작가의 작품 하나를 고찰하려고 합니다. 야콥 미하엘 라인홀트 렌츠 (Jakob Michael Reinhold Lenz, 1751 - 1792)의 「가정교사」라는 희극작품이 그것입니다. 작품의 제목은 어쩌면 “접장”이라고 번역되는 게 타당할지 모릅니다. 왜냐하면 당시의 가정교사는 주로 고위 귀족층의 자녀들을 가르치는 지식인들로 구성되어 있었습니다. 그렇기에 그들은 처음부터 신분상의 차이를 감내하지 않으면 안 되었지요. 보수가 너무나 박한 것은 물론이요, 시도 때도 없이 귀족들로부터 푸대접을 받았습니다. 헤겔, 실러를 비롯하여 평민 출신의 수많은 젊은 지식인들이 가정교사 직을 통해서 생계를 이어가지 않으면 안 되었습니다. ..

40 근대독문헌 2021.10.04

게오르크 뷔히너

조물주는 특이한 한 사람에게 모든 재능을 부여하고, 대신에 그의 목숨을 일찍 앗아갑니다. 게오르크 뷔히너가 그러한 사람이었습니다. 그는 불과 24년의 짤막한 삶을 살다가 갔지만, 그가 남긴 몇 편의 작품은 결고 망각될 수 없는 명작들로서 그가 죽은 지 200년이 지났는데도 독자들에게 회자되곤 합니다. 위의 사진은 게오르크 뷔히너의 생가입니다. 게오르크 뷔히너는 1813년 10월 17일 헤센 다름슈타트 근처의 곳델라우에서 태어났습니다. 당시에 독일 땅에서는 나폴레옹 전쟁이 거의 끝나가고 있었습니다. 아버지는 의사였으며, 가정에서 아이들을 직접 교육시키곤 하였습니다.게오르크 뷔히너의 동생은 다섯 명이었습니다. 이들 가운데 빌헬름 루드비히 (1816 - 1892)는 정치가, 루이제 (1821 - 1877)는 ..

9 문학 이야기 2021.06.08

서로박: 그라베의 돈환 그리고 파우스트

데트몰트 출신의 천재작가, 크리스티안 디트리히 그라베 (Chr. D. Grabbe, 1801 - 1836)의 비극 작품 「돈환 그리고 파우스트 (Don Juan und Faust)」는 1829년에 처음으로 공연되었다. 「돈환 그리고 파우스트」는 그라베의 작품들 가운데에서 유일하게 생전에 공연된 것이다. 그라베는 뷔히너 그리고 렌츠 등과 함께 고전 극작품의 형식적 특성을 가장 집요할 정도로 파괴하고, 대신에 개별 장면들을 비교적 유연하게 전개하였다. 예컨대 그라베는 비극 작품에 과감하게 대중을 등장시켜 비극 작품의 통례를 깨어버렸다. 그의 이러한 반이상주의적인 극작 기법은 현대 독일 연극의 이정표를 마련하게 하였다. 그라베는 때때로 사건 전개를 불연속적으로 구상함으로써, 언제나 조화로움 내지 일원화를 지향..

41 19전독문헌 2021.05.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