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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박: 뷔히너의 보이체크 (1)

필자 (匹子) 2022. 11. 30. 10:50

(1) 하층민, 처음으로 극작품의 주인공으로 묘사되다.

 

친애하는 H, 오늘은 독일의 천재 작가, 게오르크 뷔히너 (Georg Büchner, 1813 - 1837)의 작품 「보이체크」를 다루기로 합니다. 끝내 완성되지 않은 이 작품은 오늘날 명작으로 간주되며, 지금까지 수없이 공연되었습니다. 「보이체크」는 두 가지 점에서 독창적인 면모를 드러냅니다. 그 하나는 작품의 구성 면에서 종래의 전통극과는 차이를 보여준다는 점입니다. 극작가는 이른바 “발단, 전개, 절정 그리고 대단원”이라는 전통적 극형식을 지양하고, 여러 개의 장면을 선택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선택은 줄거리 내지 시간적 흐름 등을 고려하지 않고, 주인공의 내적인 갈등을 우선적으로 부각시키기 위함이었습니다. 가령 어떠한 이유에서 주인공이 살인이라는 극한적 방식을 채택할 수밖에 없었는가? 하는 물음을 생각해 보세요. 다른 하나는 극작가가 하층계급에 속하는 인물을 주인공으로 내세웠다는 점입니다. 당시의 시점까지 출현한 독일의 극작품들에서는 이러한 경우는 없었습니다. 그렇기에 독일에서 자본주의가 만개하기 이전에 도시로 모여든 무산계급의 인간 삶을 최초로 다룬 극작가는 바로 뷔히너였습니다.

 

 

 

 

뷔히너의 생가

 

(2) 찢어지게 가난한 살인자, 백주 대낮에 공개적으로 처형당하다.

 

뷔히너는 주어진 사건들을 주도면밀하게 관찰하면서 작품 「보이체크」를 완성하였습니다. 작품은 세 가지 역사적 사건을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첫째로 작품의 주인공은 실존인물이었습니다. 요한 크리스티안 보이체크 Johann Christian Woyzeck는 1780년 1월 3일 가발 생산자의 아들로 태어난 뒤에 여러 직업을 전전하며 가난하게 살던 남자였습니다. 그는 1821년 6월 2일에 라이프치히의 어느 집 복도에서 질투심 때문에 내연녀인 요한나 Chr. 보스트 Johanna Chr. Woost라는 46세의 과부를 칼로 살해했습니다. 그는 즉시 경찰에 의해 체포되어 법정에 서게 됩니다.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에 두 편의 의사 소견서가 제시되었습니다. 말하자면 의학교수 요한 Chr. A. 클라루스 Johann Chr. A. Clarus는 피고가 과연 정상인으로 사고할 수 있는가?를 검증한 뒤에 법정에 소견서를 제출하게 된 것입니다. 결국 보이체크는 정상인으로 인정되어, 법정으로부터 사형 선고를 받습니다. 그리하여 그는 1824년 8월 27일에 라이프치히의 시장 한 복판에서 공개적으로 처형되었습니다. 이 사건에 관한 기록은 방대하며, 오늘날까지 보존되어 있습니다. 클라루스의 소견서는 당시의 전문 잡지인 “약학에 관한 헹케의 잡지 (Henkes Zeitschrift für die Staatsarzneikunde)”에 게재되었습니다.

 

(3) 극작가, 또 다른 여러 가지 살인 사건들을 접하다.

 

추측컨대 게오르크 뷔히너는 클라루스의 소견서를 접했을 공산이 큽니다. 극작가의 아버지는 생전에 이 잡지를 구독하였으며, 의사로서 자신의 시술에 관한 자신의 글을 이 잡지에 기고하기도 하였습니다. 아마도 아버지는 자신의 글을 아들에게 보여준 것 같습니다. 이로 인하여 극작가는 의학 전문 잡지에 친숙해 있었던 게 분명합니다. 게오르크 뷔히너는 추측컨대 다음과 같은 두 개의 사건을 접한 것 같습니다. 그 하나는 다니엘 슈몰링 Daniel Schmoling이라는 담배 가공 직원이 1817년 9월 23일에 베를린의 하젠하이데에서 자신의 애인을 살해한 사건이며, 다른 하나는 아마포 제조업자인 요한 디스 Johann Dieß 라는 사람이 1830년 8월 15일에 자신의 애인을 칼로 찔러 죽인 사건입니다. 나아가 구두 수선공 요한 필립 슈나이더 Johann Philipp Schneider는 자신의 빚을 갚지 못하게 되자, 1816년 4월 15일에 다름슈타트의 라인토어라는 곳에서 자신의 빚쟁이를 잔인하게 살해하였습니다. 슈나이더는 다름슈타트의 어느 개울에서 손과 얼굴을 씻고, 다름슈타트 시내에서 자신의 피 묻은 옷을 빤 다음에 여관에서 휴식을 취했습니다. 결국 슈나이더는 체포되어 처형당합니다. 뷔히너가 상기한 사건을 모조리 숙지하고 있었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그렇지만 다름슈타트의 궁정 변호사 필립 보프 Philip Bopp는 1834년에 상기한 살인사건에 관한 책자를 간행한 바 있는데, 뷔히너는 급진적 민주주의의 지조를 지닌 모임에서 그를 만나 인사를 나눈 적이 있습니다.

 

(4) 작품은 어떻게 세상에 공개되었는가?

 

친애하는 H, 뷔히너는 1836년 스트라스부르에서 보이체크를 집필하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러나 작품을 완성하지 못하고 병으로 일찍 요절하고 말았습니다. 전체적으로 고찰할 때 삭제된 문구를 고려한다면 도합 31 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뷔히너가 나중에 이 장들을 재구성하려고 계획했는지 우리는 도저히 알 수 없습니다. 원고의 필사본에는 페이지 번호가 없습니다. 게다가 개별적 장에는 순서를 표기하는 숫자조차 생략되어 있지요. 그렇기에 사람들은 각 장들을 정확히 배열하는 데 커다란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수많은 장들은 매우 짤막하지만, 그 자체 독립적인 특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원고의 잉크색은 바래 있어서, 뷔히너의 동생은 원고의 글귀를 부분적으로 정확하게 해독해내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1850년에 간행된 뷔히너 전집에는 유감스럽게도 작은 장들이 생략되어 있습니다. 뷔히너는 「보이체크」를 집필하는 과정에서 여러 가지의 구상을 위한 메모를 남겨 두었는데, 이것들은 오늘날 보존되어 있습니다.

 

(5) 판본에 관하여

 

친애하는 H, 자고로 미완성 작품은 출간 작업과 공연 작업에 어려움을 겪지요? 뷔히너의 극작품도 그러했습니다. 사람들은 우선 원고 속의 흐릿한 글자들을 정확하게 해독해내려고 하였습니다. 31개의 장은 무대 위의 공연을 위해서 재구성되어야 했습니다. 뷔히너 연구자들은 이 문제를 놓고 계속 토론을 벌였습니다. 게오르크 뷔히너가 죽은 지 14년 후인 1850년에 동생인 철학자, 루드비히 뷔히너에 의해서 뷔히너 유작집이 간행되었습니다. 그러나 여기에는 작품 「보이체크」가 게재되지 않았습니다. 오스트리아의 작가 카를 에밀 프란초스 (Karl Emil Franzos, 1848 - 1904)는 어떤 자신만의 독특한 화학적 실험을 동원하여 뷔히너의 원고를 해독하였습니다. 그는 1879년에 게오르크 뷔히너 미완성 작품을 모아서 『게오르크 뷔히너. 전집 그리고 필사본 유고』이라는 책을 간행하였습니다. 여기서 주인공의 이름은 “보체크 (Wozzeck)”라고 표기되어 있습니다. 이를테면 프란초스는 도시의 탁 트인 들판의 장면을 생략하고, 바로 면도하는 장면을 맨 처음으로 내세웠습니다. 나중에 작곡가 알반 베르크 (Alban Berg, 1885 - 1935)는 프란초스의 책을 바탕으로 오페라 「보체크 Wozzeck」를 완성하였습니다.

 

(6) 전체적 줄거리

 

군인인 프란츠 보이체크는 사회의 가장자리에 속하는 하층민으로서 여자 친구 마리와 함께 살았는데, 마리는 사생아를 낳았습니다. 돈이 없어서 결혼식을 올릴 수 없었고, 그렇기에 출생신고 자체가 힘이 들었습니다. 보이체크는 처자 (?)의 생계를 위하여 장교의 심부름꾼으로 일합니다. 박봉의 군인 월급 때문에 다른 부업을 찾아야 했습니다. 주인공은 간간이 파렴치한 의사를 찾아가 실험 인간이 되었습니다. 몇 푼 돈 때문에 “인간이 강낭콩만 먹으면, 신체적 구조가 어떻게 변하는가?” 하는 실험에 응했고, 이로써 주인공의 건강은 서서히 악화됩니다. 보이체크는 자신이 번 돈을 한 푼도 남기지 않고 마리와 아이에게 바칩니다. 그런데 장교와 의사는 제각기 육체적으로 심리적으로 보이체크를 괴롭힙니다. 그들은 공공연한 장소에서 보이체크의 자존심을 완전히 깔아뭉개버립니다. 다른 한편 마리는 보이체크를 탐탁지 않게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그는 비교적 유약한 인간이었고, 그가 가져다주는 얄팍한 월급봉투로 하루하루 살아가기가 피곤했기 때문입니다. 어느 날 마리는 다른 남자에게 추파를 던지기 시작합니다. 어느 날 그미는 능글능글하게 거드름피우는 고수장과 사랑의 밀어를 나눈 다음 살을 섞습니다. 보이체크는 처음에는 마리가 감히 자신을 배신하겠는가 하고 반신반의합니다. 그렇지만 주위 사람들은 보이체크를 한편으로는 동정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경멸하면서, 지속적으로 마리가 불륜을 저질렀다고 암시의 말을 던집니다. 어느 날 주인공은 마리가 식당에서 고수장과 춤을 추는 것을 목격합니다. 이때부터 보이체크의 귀에서 “부정한 마리를 살해하라!” 하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합니다. 권총을 사서 마리를 쏴 죽이려고 하지만, 자신의 수중에는 돈이 없습니다. 그래서 주인공은 단도를 구입합니다. 그는 어느 날 마리를 호수 근처의 숲속으로 불러내어, 그미를 사정없이 찔러 죽입니다.

 

(7) 사건의 발단으로서의 사랑과 배신 그리고 가난한 삶

 

베르너 레만 Werner R. Lehmann은 뷔히너의 필사본을 바탕으로 다음과 같이 각 장면을 배열하였습니다. 그는 작품을 27장으로 요약하였습니다.

 

제 1장: 도시 앞의 들판에서 보이체크와 그의 동료, 안드레스는 버드나무 줄기를 자르고 있습니다. 보이체크는 어떤 초자연적인 힘에 두려움을 느낍니다. 친구 안드레스는 겁이 질린 친구를 위해서 노래를 부릅니다. 제 2장: 시내에서 사열대가 행군하고 있습니다. 마리는 고수장에게 추파를 던집니다. 이웃여자, 마르그레트는 이를 눈치 챕니다. 제 3장: 허름한 가게에서 늙은 남자가 핸드 오르간을 돌리고 있습니다. 하사관과 고수장이 마리에게 음탕한 말을 던집니다. 제 4장: 마리는 방에서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바라봅니다. 고수장이 자신에게 귀걸이를 선물했던 것입니다. 갑자기 보이체크가 등장하여, 그미에게 황급히 돈을 건네주고는 사라집니다. 제 5장: 장교의 방에서 보이체크는 장교의 수염을 깎아줍니다. 장교는 보이체크의 아이가 교회의 축복 없이 태어났다고 경멸조로 말합니다. 이때 주인공은 다음과 같이 대꾸합니다. “가난한 자가 저세상에 가면 천둥치는 일을 도와줄 것입니다.”